‘일능이 이표고 삼송이’… 만추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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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요/리
결실의 계절이라 오곡백과뿐만 아니라 계절의 선물 버섯 또한 쑥쑥 자라난다. 고기도 산채도 아닌 것이 맛과 영양마저 좋으니 어찌 이 좋은 선물을 외면할까.
오랜 세월 세계적으로 일찌감치 즐겨왔던 식품이 버섯이다. 나무가 생장을 멈추는 가을에 영양을 축적해 버섯을 돋우고 포자를 틔운다. 보통 ‘우산’ 모양처럼 커다란 갓을 쓰는데 이곳에서 포자를 내뿜는다. 버섯의 갓은 일종의 생식기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버섯은 그 실체가 분명하다. 보고 만질 수 있어 캐고 뜯어 먹는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통 버섯 하나가 보이면 그보다 훨씬 넓게 보이지 않는 균류(菌類)가 사방팔방 퍼져 있다. 이들 균류가 생식을 위해 실제 인간의 육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자실체(子實體), 즉 버섯이다.
버섯은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잘 돋아난다. 죽은 나무에 기생하는 경우가 많아 나무 그루터기나 썩은 가지, 기둥에서 버섯 군락을 발견하기 쉽다. 균류는 죽은 나무의 조직을 먹고 산다. 멀쩡히 살아 있는 나무는 버섯과 곤충을 방어하기 위해 독성 물질을 방사한다. 이것이 바로 산림욕으로 유명한 피톤치드(Phytoncide)다.
버섯은 흔히 식용버섯과 독버섯으로 나뉜다. 대부분은 독버섯이다. 깊은 산에서 자라는 독버섯은 환각까지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잘못 먹었다간 산속에서 쓰러져 조난당하기 쉽다. 실제 독성보다 더 위험하다.
동양에선 송이(松耳)버섯을 으뜸으로 친다. 송이는 가을인 요즘 난다. 향이 좋아 코로 먹는다는 값비싼 버섯이다. 송이니 당연히 은은한 솔향기가 난다. 향이 가장 강해질 때는 국물에 넣거나 굽는 등 열을 가할 때다.
송이의 인기는 이미 옛날부터 대단했다. 1000년 전 <삼국사기>에 진상품으로 송이가 등장하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품목이 빠지지 않았다. 소식하기로 소문난 영조도 별미로 꼽았다. 고려 문신 이인로는 선물로 받은 송이를 예찬하는 글을 <파한집>에 썼고, 목은 이색 역시 송이 선물을 받고 이를 시로 남길 정도로 즐거워했다.
송이는 인공 재배가 어렵고 생식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예나 지금이나 귀한 존재였다. 강원, 경북, 전북 등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데 해풍이 닿는 지역의 것을 최고로 친다.
역시 가을이 제철인 능이도 진한 향과 씹는 맛으로 인기가 높은 버섯이다.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최고는 능이, 두 번째는 표고, 세 번째가 송이)”란 말이 돌 정도다. 송이를 저만치 밀어낼 정도라니. 능이 향과 식감이 마치 고기를 먹는 듯해 이처럼 황송한 칭찬을 듣는다.
가을 표고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감칠맛으로 진상품에 들 정도로 고급 식품이었지만 인공 재배에 성공하면서 그 지위가 격하됐다. 재배가 용이해 흔하게 볼 수 있대도 그 맛은 어디 가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도 재배에 도전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구아닐산을 함유해 감칠맛이 강하다. 씹는 맛도 좋아 채식 식단에서 고기 맛을 대신하는 식재료로 빠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이끼류인 석이를 비롯해 새송이, 팽이버섯, 양송이, 차가버섯, 영지버섯, 상황버섯, 소혀버섯, 소간버섯, 망태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등 다양한 버섯 종류가 식용으로 쓰인다.
가을이 숨겨놓은 깜짝 선물, 버섯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땅과 소통한다. 영양 많고 맛좋은 버섯을 통해 계절을 몸에 차곡차곡 담아둔다. 만추의 즐거움이다.
전국의 버섯 요리 맛집
★종로맹버칼
서울 종로에 있는 버섯칼국수를 잘하는 집이다. 제철 버섯을 한가득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칼국수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과 면발의 조화가 뛰어나다. 깻잎을 갈아 넣어 녹색을 띠는 면발은 탱글탱글하니 씹는 맛이 좋다.
★대나무집
경기 고양시 능이백숙집이다. 튼실한 토종닭을 솥에 넣고 능이버섯과 함께 오랜 시간을 팔팔 끓여낸다. 감칠맛이 잔뜩 밴 국물에 투실한 닭고기는 화룡점정 격이다. 능이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백숙으로 먹는 게 좋다.
★옥수동화덕피자
서울 옥수동에서 피자로 인기를 끄는 집. 풍기(funghi) 피자를 낸다. 풍기는 이탈리어어로 버섯이란 뜻. 고소한 유단백 치즈와 감칠맛 덩어리 버섯을 올려 구워냈다. 화덕을 거치고 나면 버섯과 치즈의 진한 풍미가 차진 식감의 도 위에서 살아난다. 버섯은 진한 맛을 내는 표고와 식감이 좋은 새송이, 양송이를 섞어 쓰고 치즈는 모차렐라를 얹는다.
★불금탕 1번지
전남 장흥에 버섯과 해물, 가금류를 한데 넣은 불금탕이 있다. 장흥한우, 닭, 오리 등 육류에다 문어, 전복, 키조개, 소라 등 해산물, 그리고 황금팽이, 백목이, 느타리, 만가닥버섯 등 갖은 제철 버섯과 황칠까지 넣고 끓여낸다. 뚝배기를 빼곡히 채운 버섯은 씹는 재미를 더하고 담백한 국물에 감칠맛을 입힌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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