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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영웅들에게 물었습니다. “체육시간에 뭐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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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지 스포츠조선 기자
전영지 스포츠조선 기자

세계 정상에 선 패럴림픽 영웅, 스포츠현장에서 마주치는 장애인체육인들에게 학창 시절 학교체육시간은 어땠는지 물어보곤 한다. 성인이 되어 장애인이 된 후천적 장애인이 아닌 선천적 장애인의 경우, 특히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혼자 교실을 지켰죠.”, “운동장에서 멍때리며 시간을 때웠죠.” 등 대부분 비슷하다.

2022 베이징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한민수 감독은 “운동도, 친구도 좋아해서 친구들이 축구할 때 어떻게든 어울리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학교체육시간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조향현 이사장 역시 “어릴 때 체육 성적은 언제나 ‘양·가’였다. 선생님께서 너는 (성이) ‘조가’인데 왜 체육은 만날 ‘양가’냐고 놀리실 정도였다.”고 했다. 대다수 장애인들은 학교체육시간에 소외됐다. 대한민국 장애인체육 1세대들은 일반학교가 아닌 재활원, 재활병원, 장애인재활복지관 등에서 스포츠를 처음 접했다.

이는 아주 오래된 과거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에 재학하며 필라테스를 즐기는 유지민 학생은 얼마 전 한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나는 체육시간에 항상 깍두기였다. 피구경기 때는 심판을 보고, 계주에서 기권하고, 체육 실기평가에선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체육대회 날엔 소외되는 일이 많았다. 만년 응원 담당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아주 보통의 장애학생들이 겪는 학교체육에서 소외되는 문제는 2022년의 대한민국 교실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장애인 학교체육’은 존재하는가

대한민국의 ‘장애인 학교체육’ 현실은 열악하다. 학교체육을 담당하는 부서에선 장애인이 소외되고,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에선 체육이 소외되고 있다. 학교체육은 으레 비장애인이 대상이기 때문에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선 ‘장애인 학교체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즉 보편적인 ‘장애인 학교체육’ 정책과 프로그램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인 「스포츠기본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스포츠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스포츠권)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두의 스포츠’라는 법의 취지처럼 모든 장애학생들이 스포츠와 신체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스포츠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교육부와 학교체육의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비장애인, 장애인을 막론하고 미래 세대와 학교체육은 ‘희망’이다. 평생 운동습관, 건강습관을 기르게 하는 학교체육시간은 손흥민, 김연아 선수처럼 될성부른 ‘재능’들에게 세계적인 선수의 꿈을 키우는 ‘꽃봉오리’ 시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시도체육회, 종목단체들은 어린 유망주 발굴에 목말라 있다. 지난해 2020 도쿄하계 패럴림픽 당시 대한민국 선수단의 평균 나이는 40.5세, 올해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당시 평균 나이는 37.8세였다. 인구절벽 속에서 장애인구도 급격히 감소하고, 고된 운동을 회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신인선수 발굴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체육과 학교를 연계할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없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2025년 개교 예정인 ‘한국교원대 부설 장애학생 체육중·고등특수학교’ 설립에 나선 절박함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 재능을 지닌 전국의 장애학생들을 모집하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장애인체육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다. 비장애인체육의 경우 지역별 체육중·고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학교운동부와 대한체육회, 시도체육회를 연계하여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지만, 장애인체육의 경우 교육부 산하의 학교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체육회를 연계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통합학급의 장애학생들에 대해선 채널이 닿지 않고 있으며 유형별, 장애정도별 세분화된 데이터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기준 교육부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9만 8,147명으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5만 4,272명(55.2%), 특수학교에 2만 7,022명 (27.5%), 일반학급(전일제 통합학급)에 1만 6,592명(16.9%)이 재학 중이다. 특수교육 대상의 절대다수가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만큼 ‘모두가 행복한 체육시간’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장애, 비장애학생이 한 교실에 있는 일반 통합학급의 경우 장애유형을 살펴보면 지적장애가 4,878명으로 가장 많고, 지체장애는 2,376명이다. 다음으로 청각장애 1,723명, 시각장애 460명 등이다. 이 학생들 중에 얼마나 많은 ‘꽃봉오리’가 숨어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장애, 비장애학생들의 통합체육을 위한 유니버설(universal) 프로그램, 장애유형별 프로그램 개발에 어려움을 겪거나, 전문 지도자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 부분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전문가 집단과 대한장애인체육회, 시도체육회가 협업하고 지원할 수 있다. 미래의 패럴림픽 챔피언을 꿈꾸는 장애학생들의 학급과 체육회가 직접 연계될 경우,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진로문제를 해결하고, 체육계는 신인선수 발굴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과 같다.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시대정신

다행인 것은 장애인, 약자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포괄적 정책이 시대정신이자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과 또렷한 변화의 움직임이 정부 정책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발표된 110개의 국정과제 중 체육 관련 정책은 60번째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 실현’으로, 해당 과제 아래 ‘스포츠기본권 보장’, ‘전문체육 환경 개선’, ‘스포츠를 통한 지역 균형 발전’ 등을 내세웠다. 장애인체육과 관련해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통합형 체육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10월 7일, 3년 만에 완전체 형식으로 재개된 울산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스포츠기본권인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재차 강조했다. “스포츠활동의 자유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간의 기본권”이라면서 “정부는 생애주기별 스포츠활동을 촘촘하게 지원하고 지역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해서 국민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갖고 스포츠활동을 할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하여 “취약 계층에 대한 스포츠활동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장애인 맞춤형 체육시설과 프로그램을 더욱 늘리겠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체육도 활성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지난 8월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체육, 관광 환경이 좋아지면 비장애인의 환경도 좋아진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어울림’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 마련의 의지를 표했다. 특히 장애인정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서울시장애인체육회장)은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걸었다. ‘약자와의 동행 추진단’ 출범 이후 서울시 공무원들은 연일 ‘마이너리티’를 위한 정책 연구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7월 1일, 3기 출범과 함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존교육’을 비전으로 삼았다. 지난 3월, 17개 시·도 중 처음으로 통합교육팀까지 갖춘 ‘완전체’ 특수교육과를 출범시켰고, 10월엔 <2022년 일상 속 장애공감문화 캠페인>도 시작했다. 캠페인의 핵심은 ‘정책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장벽없는)’이며, ‘모두를 위한 공존의 서울교육, 정책 배리어프리로 시작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책 배리어프리’란 교육청 전 직원이 교육정책의 계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장애학생 지원 방안을 함께 고려하여 의도치 않은 정책적 차별을 예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존교육의 실현을 위해 부서 간, 업무 간 적극적으로 소통 및 협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몸으로 함께, 서로를 통해 배우는 통합체육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통합학급의 경우, 체육수업은 통합수업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장애, 비장애학생이 스포츠를 통해 한 팀이 되고, 같은 목표의식 속에 함께 성취감을 맛보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무엇보다 장애학생들이 학교체육시간에 소외되지 않도록, 더 이상 ‘깍두기’가 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애인에게 좋은 일은 비장애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융합, 연결이 대세다. 장애와 비장애, 일반체육, 특수체육을 구분 짓고 선을 긋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섞으면 즐거워지고, 섞으면 새로워진다.

장애, 비장애학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통합체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유니버설 종목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보급, 연수가 필요하다. 학교장의 지원과 체육교사, 특수교사의 협업도 중요하다. 유니버설 체육통합 프로그램은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운동기능이 떨어져 체육활동에 흥미를 잃은 비장애학생이나 노령층에게도 운동과 가까워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보다 당연히 체육활동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편견이다. 통합체육 수업 현장에서 장애유형, 종목, 프로그램에 따라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장애학생들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서울 동명여고에서 15년 넘게 ‘통합체육’ 수업을 진행한 체육교사 출신 정지현 교감은 “체육은 일상이다. 체육은 누구에게나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어야 한다.”면서 “비장애학생들에게 일상인 체육활동, 스포츠클럽이 장애학생들에겐 아직도 특별한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통합체육 교육은 누가 누구를 배려하고, 일방적으로 배우는 교육이 아니다. 몸으로 부딪치고 함께 땀 흘리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된다. 서로의 다름을 공유하고 나누며 함께 배우는 과정이다. 또한 정지현 교감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해야 하는데 통합체육을 하다 보면 그런 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 스스로 몸으로 배우고 마음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식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장애-비장애에 대한 장벽도 구분도 없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장애인 유튜버 박위가 신간 「위라클 우리 모두에게 기적을」에서 소개한 오스트리아 방문기는 인상적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문화를 접하게 된 유튜버 박위가 시민들에게 어릴 때부터 장애인식교육을 받는 것인지 묻자, 다들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즉, 누군가 일부러 가르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문화라는 것이다. 비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전교생의 25%가 장애학생인 ILB 통합학교(Integrative Lernwerkstatt Brigittenau School/ILB School)에 아이를 보내는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공존하며 생활하는 법을 배우길 원해서.”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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