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강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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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 정부는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조선업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조선업 원·하청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한겨레
조선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고용효과가 크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 조선소가 위치한 도시는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타격을 받는다. 조선업은 탄소중립·녹색성장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해운과 항만 분야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조선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10월 14일 열린 ‘산업·노동·지역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는 국내 조선업의 대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조선업은 제조업 가운데 가장 고용효과가 크고 경쟁력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끌고 가야 할 산업”이라며 “시황주기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그에 따른 경영 전략, 정책을 수립해 각종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 논의
양 선임연구원은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내 조선업의 위기는 호황 때 돈을 많이 벌기만 하고 이후에 다가올 불황에 대비하지 못한 경영의 후진성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이 특히 심했는데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은 우리나라의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지만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매우 컸다. 국내 조선업은 절정기였던 2015년 20만~25만 명을 고용했으나 최근에는 9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다시 호황기를 맞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황은 2016년 침체기를 거쳐 2021년부터 회복되고 있다. 국내 조선회사들의 선박 수주도 크게 늘었다. 2021년 전년 대비 98.7% 증가한 1767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했고 2022년 8월까지 누적 수주가 1192만 CGT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필요 수주량인 연 1000만~1300만 CGT는 달성한 상태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은 원청-하청의 이중적 구조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은 사내하청 노동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국내 제조업 노동시장은 하청노동자가 원청으로 못 넘어가고 저임금에서 고임금으로도 못 넘어가는 분단된 구조다. 조선업은 특히 아웃소싱으로 한 단계 더 내려간다. 이로 인해 고용 불안정이 더 심해지고 임금구조도 더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조선업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조선업 원·하청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9월 6일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방안 전문가 간담회’에서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노·사·정이 연대하고 협력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력확충·기술개발 등 집중 지원
이와 함께 정부는 조선업의 세계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확충과 기술개발, 생태계 조성 등 3대 분야 정책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는 조선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인력 확충, 설계·엔니지어링 등 전문인력 양성, 외국인력 도입 제도개선 등 종합적인 인력 확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정부와 업계가 기술개발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추진선 등 저탄소선박 및 주력 선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선박 및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미래 잠재력이 큰 사업영역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조선소 및 기자재업체까지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 업계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수주물량 이행을 위한 금융애로 해소 등 중소조선사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기자재 기업의 설계·연구개발(R&D) 역량 등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업은 탄소중립이라는 파도도 넘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으로 인한 탄소 배출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방치하면 2050년에 17%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해운업의 탄소중립을 압박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해운업의 2050년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녹색항로를 들고 나왔다. 녹색항로는 특정 항로를 지정해 이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선박은 해외 선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경영적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조선업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의 눈빛으로 보고 있다. 김경식 고철연구소장은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초기에 경영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조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이 살려면 무엇보다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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