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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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미끄러지는 말들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백승주 지음 | 타인의사유
사회언어학자 백승주 선생의 책은 순수한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언어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처럼 울퉁불퉁한 모습을 띠고 있다. 선생은 이 책에서 늘 미끄러지고 유예되는 말들의 의미가 감추고 있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선생의 관심은 언어와 사회, 역사, 문화, 정치가 맺는 함축적인 관계를 향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말이 차별과 혐오, 배제로 기능하는 방식을 고찰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에필로그에서 선생은 대다수 여성 동료들이 나누던 자매들의 언어가 어떻게 연대와 돌봄의 언어로 기능했는지 환기하고 있다. 그것은 합리, 효율, 경쟁력이라는 이름들 아래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남자의 언어에 대한 성찰을 표현하는 맺음말이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거기에는 없다
서효인 지음 | 현대문학
‘교실에서’라는 시를 읽으면 우리는 어떤 기억을 더듬어 가며 잊었던 마땅한 분노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심심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하면 “애들을 곤죽이 되게 때리던” 선생들이 떠올라서. ‘병원에서’라는 시를 읽으면 눈물이 고일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의 기록이므로. 게다가 까지 읽는다면 우리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삶에서 아이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으며 아버지이자 시인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두 발로 딛고 선 죽음을 잊으려” 견디고 살아내려는 의지를. 그러나 이 시집은 감상적이지도 않다. 시인의 목소리는 이성적으로 들린다. 그 안에서 퍼지는 ‘이것은 사람입니까?’라는 울림은 그래서 더 뜨겁고 생생하다. 어째서인가, 시인이 언젠가는 이 시집에서 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로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 기대는.
조경란(소설가)
라디오 연극 키네마
식민지 지식인 최승일의 삶과 생각
이상길 지음 | 이음
1920~30년대 일제강점기에 경성을 중심으로 서구적 대중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 작가이자 라디오 피디로 일하면서 연극, 영화, 음반, 무용 등 다방면의 공연 예술을 기획했던 모던 보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최승일. 1930년대 도쿄에서 시작하여 베이징, 상하이, 뉴욕, 파리, 헤이그,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며 한국 무용을 널리 알린 무용가 최승희의 오빠다. 최승희가 세계적인 무용가가 되는 과정에도 그의 기획력이 작용했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 문화기획자 최승일이 조선의 예술과 문화를 어떻게 하면 세계화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으로 고민하면서 다방면에서 대중적 문화 상품을 기획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근대적 대중문화의 출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지식인이 걸었던 행로에 대한 분석이기도 하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이종필 지음 | 사계절
이 책은 물리학자가 쓴 과학적인 태도란 무엇인가에 관한 책이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쉽고 편안하게, 그러나 결코 단순하지 않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과학은 어렵다. 우리에게 과학이 어려운 것은 과학이 우리 것이 아니어서 그렇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 관한 지식체계이다.” “우주의 언어는 인간에게 아주 낯설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나의 시각, 나의 철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로부터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얻는 과정이다. 이는 우리를 둘러싼 제반 환경에 대한 통찰을 얻는 첫걸음이다.” 이 책은 이러한 멋진 잠언들로 가득하다. 과학이란 무슨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도깨비 방망이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과학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조근조근 전해준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나는 안내견이야
표영민 글/조원희 그림 | 한울림스페셜
안내견의 눈으로 보고 느낀, 낯설고 고단한 하루를 담은 그림책이다. 안내견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처음으로 시각장애인과 산책에 나선 안내견. 책을 펼치면 “드디어 시작!”이라고 외친다. 안내견의 눈으로 전한 하루에는 우리가 장애인을 보는 편견과 무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지만 그림책은 전혀 상투적이지 않다. 이는 조원희 작가의 힘 있으면서도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 때문이다. 따뜻한 그림은 짧고 간결한 텍스트와 어울려 우리 마음을 조용히 울린다. 쉽지 않은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안내견은 말한다.
“언니도 오늘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난 언니와 함께 걸어서 좋았어요. 우리 내일도 산책해요.”
우리 모두에게 언니와 반려견의 마음이 되어보게 하는 그림책. 감동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김미향 지음 | 한겨레출판사
신문 기자인 저자가 인터뷰하고 취재해서 쓴 책이기에 현장감이 느껴지고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힌다. 독자들을 대신하여 궁금한 점을 풀어주는 느낌이다.
부제목에 왜 ‘나만의 온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열탕 같은 대도시의 좁아터진 삶, 냉탕 같은 사회 기반 부족한 삶” 둘 중에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둘 다 싫어요, 38도 온탕은 없나요?”라고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온탕은 “중간 규모 도시에서 적절한 공간과 인프라를 누리며 쾌적하게 사는 삶”이 되겠다. 설령 ‘탈서울’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자신의 삶을 곰곰이 되살펴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표정훈(평론가)
교실 영화관으로
초대합니다
인문학동아리 ‘귀를 기울이면’ 지음 | 호밀밭
한 편의 영화는 텍스트로 얻을 수 없는 감동과 교훈의 메시지를 오감을 통해 전한다. 이 책에는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창의적 상상력을 기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람 에티켓, 교실 영화관, 영화를 즐기는 방법, 쿠키 영상 등 책의 구성 자체가 영화를 보는 과정을 담았다.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어설프고 엉성하지만 그들의 고민과 생각의 깊이는 기성세대와 크게 차이가 없다. 현실을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며 타인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운 결과물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청소년들이 현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흐뭇하다. 이렇게 교과서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부딪치며 세상을 읽고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책은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 이뤄낸 성취의 기록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류대성( 저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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