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을 처음 알게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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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실비아 반 오면 옮긴이 이한상
월천상회
일곱 살 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빨간색으로 자기 이름을 쓰면 엄마가 죽는다’는 것 이었습니다. 아이들끼리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논쟁이 한참 동안 있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아직도 진실은 모릅니다.
하지만 한가지. 저는 그 후로 지금껏 빨간색으로는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이십 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엄마가 죽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때 말입니다. ’엄마가 죽으면 얼마나 보고 싶을까’ 하고 걱정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합니다.
그때부터 죽음이라는 것은 헤어짐, 아픔, 슬픔의 우울한 이미지로 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죽음을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길러본 금붕어도, 예뻐하던 강아지도, 좋아했던 마이클 잭슨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달콤한 식혜로 기억되는 할머니와도, 온 세상이었던 어머니와도 헤어졌습니다.
살면서 마주친 죽음들은 그랬습니다. 죽음은 곧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경계선을 넘어간 사람들을 더이상 만질 수도, 껴안을 수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미안한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싶어도 그 마음을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어른이 된 지금도 죽음이 여전히 두렵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될까봐, 그들과 헤어져 다시 혼자가 될까봐 두렵습니다.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도 언젠가 세상을 떠날테고, 저 역시도 결국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곁을 떠나게 되겠지요.
삶의 마지막 페이지는 죽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은 모두가 꺼리는 바로 그 페이지를 펼쳐 놓고, 사실은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조근조근 다독여주고 있습니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아무것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끝은 다시 무언가의 시작입니다. 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삶과 인연 그리고 그 마지막 모습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오스카와 요리스라는 두 친구의 대화를 통해 꺼내놓고 있습니다. 마치 다음 소풍을 약속하듯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친구의 모습은 독자에게도 아련한 위로를 안겨줍니다.
이한상·월천상회 발행인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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