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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책임지는 개별 맞춤형 지원, 그 첫 번째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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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려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강옥려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기초학력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OECD는 학령기의 학력손실을 보충하지 못하면 개인 생애 소득의 3%가 하락하며, 국내 총생산 역시 1.5%가 하락한다고 하였다(교육부, 2021). 그만큼 기초학력은 개인의 존엄을 지키며 사회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권이다.

이에 「기초학력 보장법」 및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이 제정 및 시행됨에 따라 교육부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오던 기초학력 부족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지도·지원이 대전환점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학력을 인권으로 접근하는 철학적 배경과 ‘부진’이라는 개인 내적 혹은 현상학적 측면의 용어에서 ‘지원 대상’이라는 용어로의 전환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공교육 책임 이행 및 실질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특히 기초학력의 책임이 교사→학교→교육청으로 점차 확대되어 왔는데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겠다는 각오와 실행이 매우 잘 드러나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우선, 지원 대상 학생의 성장과 지원을 위한 맞춤형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및 학업성취도를 강압적인 전수평가가 아닌 선택적 자율평가를 적용한 것은 여러 가치관이 혼재된 시대에 우려되는 문제점을 벗어나 희망하는 교육주체들이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평가의 순기능은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교육은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전에는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평가도구를 사용하여 신뢰도가 낮았지만 컴퓨터 기반 적응형 검사로 진단을 실시하게 되면 개별 학생을 영역별로 세세한 수준까지 파악이 가능해진다. 또한 주기적인 향상도 점검을 하여 교수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보다 과학적·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AI 기반 진단체계를 구축하여 개별 학생 맞춤형 진단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국가 전체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 공교육에서의 빅데이터 기반 교육 연구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며, 지원 대상 학생이 아니어도 기초학력 부진이 나타나는 시기, 과목, 영역 등을 찾아낼 수 있어 실패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초학력 보장 정책이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국가의 책무성이 강화되면서 지원의 내용과 방법이 구체적, 지속적, 체계적으로 될 것이다. 한 예로, 각 시·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분산 제공되어 있는 기초학력 진단 및 교수·학습자료를 통합하는 국가 포털이 구축되면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콘텐츠를 한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동시에 학생의 학습 이력이 데이터로 남게 되어 학년이 바뀔 때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체계적인 기초학력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학부모에게 학생의 진단검사 결과와 지원 내용, 사후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은 학부모의 참여 동기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서는 지원 대상 학생으로 선정되어도 학부모의 미동의로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객관적인 진단체계와 함께 대상 학생 선정 및 지원 과정에서 학부모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매뉴얼 개발 보급은 현장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소한의 성취 기준이 개발되고 교육과정 내에 문해력과 수리력이 강화되면 기초학력은 곧 미래사회의 기초 역량으로 재개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별 최소 성취기준이 정해지고 기초학력 진단 도구의 평가기준이 설정되면, 평가와 지원의 일관성도 유지할 수 있고 시기별, 발달단계별 꼭 필요한 기초학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므로 지원 대상 학생들의 속도에 맞게 기초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교육과정이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효과 외에도 교육부가 정확한 진단을 통한 대상 학생 선정, 전문적 지원을 위한 다중 안전망 구축, 학습지원 교육 기반 내실화에 대한 계획에 여러 기대 효과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계획이 효과적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맞춤형 지원도 중요하다. 맞춤형 진단 시스템이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진단결과와 자료를 제공하지만 결국 이 자료를 활용해 지도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종합계획에는 교과 및 담임교사를 위한 연수와 네트워크 구축 및 우수사례 보급을 제시하고 있으나 지원 대상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모든 교사의 수업 전문성과 질적 향상을 위한 교수 역량 개발과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들여 지도할 수 있는 교사의 근무여건들도 구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맞물려 중요한 것이 모든 예비교사 양성기관에서의 다양한 수준, 다양한 능력, 다양한 문화적·경제적 수준의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양성이다. 현재는 학습지원교육 내용을 교직과목에 반영하고 교육실습 및 교육봉사와 연계하여 경험할 수 있게 추진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모호하다. 교육부 차원에서 각 예비교사 양성기관에 교육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운영해야 하는지 명시 및 의무화하고, 교육실습과 교육봉사를 학점과 어떻게 연계시키는지에 대한 분명한 지침과 내용이 제시되어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둘째, 진단 절차에서 ‘기초학력 진단-보정지도-향상도 진단-보정지도’ 식의 절차는 목표달성과 교수법 수정 여부 결정을 위해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 학생들은 같은 단원을 장기간 반복 지도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상도 진단은 각 교과, 각 단원별로 타당한 동형 평가 문항들이 제작되어 자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셋째, AI 기반 프로그램은 지원 대상 학생에게 자율적으로 맡겨둘 경우, 자기주도적으로 꾸준히 수행하는 것은 높은 학업성취의 학생들의 경우에만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AI 기반 프로그램을 지원 대상 학생에게 적용할 경우, 이를 매일 꾸준히 관리할 사람이 반드시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학교 밖 전문적 지원에서 학습종합클리닉센터의 진단 및 지원의 역할이 강화될 예정이다. 진단이든 지원이든 이 센터가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와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진단할 검사도구가 완비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학생들은 성과를 빨리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급하게 갈 수 없지만 우리는 이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더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이들을 지도해야 하고, 이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는 교육적 시각과 관점의 변화가 진정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이 어제보다 오늘, 어느 곳에서 나아지고 있는지 혹은 성장하고 있는지 가정, 학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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