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이 빚은 천년 가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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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수가 한옥 건축 작업장에서 목재에 넝굴나무가 연속되는 모양의 무늬를 조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목조 건축이 발달해 궁궐과 사찰 모두 목재로 지은 건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경북 안동 봉정사 극락전 역시 목조 건물이다. 목재는 돌, 흙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핵심 재료다. 주로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사용됐는데 나무 자체가 지닌 재질을 결대로 살려 겸허하게 건축 양식으로 표현해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조의 지혜와 시대 정신을 건축물에 온전히 녹여낸 한옥은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정화하는 특수성과 독창성을 겸비하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수령 천년 된 목재로 천년 가는 집을 짓겠다는 근성과 장인정신으로 우리나라 전통 목조 건축의 아름다운 명맥을 이어온 이들이 바로 대목장이다.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나무를 다루는 장인을 목장(木匠)으로 불렀다. 오늘날 건축가와 같은 사람인데 목수라는 말이 더 귀에 익을 듯싶다.
목장은 대목장과 소목장으로 나뉜다. 대목장(大木匠)은 궁궐이나 사찰, 가옥 같은 대규모 목조 건축물의 설계부터 시작해 재목을 마름질하고 다듬는 작업은 물론 공사 감리까지 총괄하는 목수다. 전통 건축물의 기획·설계·시공은 기본이고 현장 목수들의 관리·감독까지 맡아 전체 공정을 책임지는 마이스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소목장(小木匠)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목제 가구나 생활용품(밥상·장롱·책상 등)을 제작한다.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인 대목장은 고 배희한, 고 이광규, 고 고택영에 이어 현재 전흥수, 최기영, 김종양 등이 있다. 이들 기능보유자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 기술을 보존하고 전수하며 한옥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대목장 전승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전흥수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일대에서, 최기영과 김종양은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했다.
대목장은 2010년 11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 기능 분야에선 최초로 있는 일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유네스코는 우리나라 대목장의 어떤 가치를 높게 본 걸까? 현대 건축이 기능성과 심미성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건축 양식의 목조 건축물 역시 급속히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기에 세대에서 세대로 도제식으로 전승되는 대목장의 지식과 기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목장의 대가 끊기면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역사도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옛 목조 건축물의 복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목수들이 한옥 건축 작업장에서 목재를 마름질하다가 깎아놓은 나무 표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진도군
‘이음새 하나가 1천년을 간다’
대목장의 존재는 주요 건축물의 유지·복원, 재건축 작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이나 광화문, 숭례문 복원 등이 전부 대목장의 지휘, 감독 아래 이뤄졌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대목장과 관련해 “대목장의 기술과 지식을 기반으로 완성된 웅장한 궁궐·사찰·전통 한옥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한민족의 전통성을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대목장은 한국 전통 건축의 수호자·계승자·상징·보호자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인식은 대목장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목장의 전통 건축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은 최기영이 충남 부여에 지은 백제문화단지다. 백제시대 왕궁과 사찰, 목탑 등 총 100여 동의 전통 건축물을 구현한 백제문화단지는 목재만 1000만 재가 넘게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였다. 작업 기간만 무려 17년(1994~2010년)이 걸렸다.
백제문화단지에 있는 38m 높이의 5층 목탑은 못을 단 하나도 쓰지 않고 목재와 목재를 얽어 처마의 하중을 지탱하는 하앙식 기법을 사용해 지었는데 아직까지도 조금의 갈라짐이나 뒤틀림 없이 백제시대 건축 양식을 재현해냈다.
대목장 최기영은 ‘이음새 하나가 1천년을 간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그는 2021년 8월 (EBS)에 출연해 “현대 건축은 수십 년이면 끝나지만 자연이 만든 한옥은 천년의 세월을 거뜬히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현대 건축물이 풍기는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콘크리트의 차가움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다양한 향기와 질감을 내뿜으면서도 강한 내구성을 지난 한옥의 대체불가한 고유성은 괜히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다. 가까운 한옥 카페를 찾아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기품을 느껴보면 어떨까?
김정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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