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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해도, 조금 번거로워도 텀블러 못 챙겼다면 ‘다회용 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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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이 놓여 있던 자리에 다회용 컵이 쌓여 있다.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 가보니
“다회용 컵에 주세요.”
“그럼 보증금 1000원 한 번 더 결제하겠습니다. 저쪽 기계에 반납하면 보증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요.”
서울시청 앞에 자리한 한 커피 전문점. 이곳은 일회용 컵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에코 매장’이다. 매장 안에서는 머그 컵만 사용할 수 있고 음료를 포장하려면 개인용 컵이나 텀블러를 가져와야 한다. 개인 용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다회용 컵’을 쓸 수 있다. 매장 카운터에는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이 있던 자리에 다회용 컵이 쌓여 있었다.
정부가 11월부터 일회용품 사용규제(무상제공 금지 및 사용 억제)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이처럼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매장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연간 사용량만 약 6억 3000개에 달하는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서울시청점. 서울시청 근처 19개 카페와 20개 서울 거점 지역 카페에서는 무인 회수기를 설치해 다회용 컵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무인 회수기에 직접 반납하면 보증금 반환
주문 후 받아 든 다회용 컵은 기존 플라스틱 컵보다 두꺼운 반투명 재질로 그 모습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었다. 일회용 컵에 쓰이는 페트(PET) 대신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다회용 컵 한 개는 일회용 컵 3.3개가량의 환경 영향을 갖는다고 한다. 그만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매장 관계자는 “음료를 포장하려다 보증금을 내느니 매장에서 먹고 가겠다는 손님이 많아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큰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일회용 컵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에코 매장은 남달랐다. 이곳에선 컵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음료와 함께 주문한 샌드위치는 유리 접시와 스테인리스 포크·나이프와 함께 제공됐는데 특히 샌드위치를 감싼 포장재에는 ‘사탕수수 섬유로 만든 생분해성 친환경 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가맹점 최초로 도입했다는 종이 빨대는 물론 ‘천연 펄프 100%’라고 쓰인 물티슈도 인상적이었다. 물티슈는 원래 펄프로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이 썩는 데 1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한다. 다만 종이컵 홀더와 플라스틱 컵 뚜껑엔 재활용 가능 표시가 있음에도 매장에선 이를 한곳에 버리도록 해 실제로 이를 다시 분리해 재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매장 내 다회용(리유저블) 컵 무인 회수기

전문업체 통해 회수·세척… 업무 줄여
한편 걱정과 달리 컵을 반납하는 것은 무척 간단했다. 일단 컵 안의 내용물을 비우고 뚜껑과 빨대, 컵 홀더, 상표띠(라벨)를 제거한 뒤 매장에 비치된 다회용 컵 반납기에 컵을 넣으면 된다. 여기까지는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일회용 컵을 정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반납기가 컵을 인식해 파손 여부를 확인하고 나면 현금이나 포인트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손에 1000원짜리 지폐를 받아드니 용돈을 받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가 계속해 사용하는 다회용 컵의 위생은 괜찮을까? 이런 걱정이 들던 찰나, 반납된 다회용 컵은 총 7회에 걸친 세척과 고압 살균, 잔류 세제 검사 등을 거친 뒤 재사용된다는 내용의 영상이 반납기 화면을 통해 재생되고 있었다. 이런 과정은 전문업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다회용 컵 사용으로 인해 매장 내 직원들의 업무가 과도하게 가중되는 일도 적었다.
매장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한번에 여러 개의 컵을 갖고 와 반납하기도 했다. 인근 직장에서 근무하는 김성원 씨는 “직원들이 다 함께 식사한 뒤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꺼번에 모아 반납하고 환급금은 포인트로 적립해둔다”고 했다. 또 다른 손님은 “기존에 안 해도 됐던 것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 걸로 볼 수도 있지만 직접 컵을 반납하는 과정이 환경보호에 동참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제도 보완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다회용 컵은 포장 손님을 위한 건데 반납기가 매장 안에만 있어 이용이 제한적이다”, “커피값이 몇천 원인데 보증금이 1000원이나 하는 건 너무 비싸다”, “다회용 컵도 솔직히 그냥 버리면 그만 아닌가” 등이다. 다회용 컵 사용 문화가 제대로 안착되기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우선 컵 반납을 위해 매장을 다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다회용 컵 회수기를 시범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 다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컵을 반납하면 된다. 서울시는 시청 근처 19개 카페를 비롯해 20개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카페’ 등에 인증을 부여해 다회용 컵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다회용 컵 회수기에는 어떤 매장에서 받은 컵이든 반납할 수 있다.

서울시 플라스틱 하루 발생량
‘빌딩 113층 규모’
정부도 반납기를 시내에 설치하거나 A매장에서 받은 컵을 B매장에 반납하는 ‘교차 반납’ 등에 대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광장 다회용 컵 무인 회수기 안내원은 “서울광장 나들이객이나 집회 등에 참여한 이들이 컵을 다량으로 가져와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회용 컵 사용이 확산되기 위해선 일단 반납하기 쉽도록 회수기가 많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2338톤. 이를 환산하면 30평 건물 113층 규모, 5톤 트럭으로 약 744대 분량. 이 플라스틱이 썩는 데는 500년.”
서울광장 다회용 컵 회수기 옆엔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떠올리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기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조금 불편해도 조금 번거로워도 해결은 실천과 행동뿐이다. 당장 외출할 땐 텀블러와 함께 하자.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다회용 컵부터 주문해보는 건 어떨까? 반납은 필수다.

글·사진 조윤 기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관중이 일회용 응원 도구를 사용해 응원하는 모습 | 한겨레

11월부터 카페·백화점서 일회용품 “안돼요”
야구장 응원 도구·대중탕 칫솔도 단속
11월 24일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품목이 대폭 확대되고 업종별 준수 사항도 강화된다. 환경부는 2021년 12월 31일 개정·공포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제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이 2009년 191억 개에서 2018년 294억 개로, 비닐봉투는 같은 기간 176억 개에서 255억 개로 늘어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는 일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더욱이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해제됐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금지가 4월부터 다시 규제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발 빠른 제도 시행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뿐 아니라 일회용 종이컵, 빨대, 젓는 막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수저·포크·나이프도 일회용이라면 매장 안에서 사용할 수 없다. 편의점과 제과점 등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순수 종이 재질의 봉투나 쇼핑백,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생분해성수지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백화점 등 3000㎡ 이상 대규모점포에선 실내에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공했던 우산 비닐도 쓸 수 없다. 음식물을 배달하거나 고객이 직접 음식을 가져가는 경우엔 일회용 비닐봉투를 쓸 수 있지만 정부는 가급적 종이봉투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환경부의 전국폐기물 통계조사(2016~2017년)에 따르면 연간 스포츠시설 폐기물 발생량은 6176톤에 달한다. 특히 야구장 폐기물이 2203톤으로 35.7%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축구·야구·농구·골프장 등 체육시설에서 일회용 응원 도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음식물을 다회용기에 제공하는 식당·카페도 확대된다. 더불어 대중목욕탕 등에서도 일회용 면도기·칫솔·치약·샴푸·린스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 정부는 영화관 등 공연시설과 금융·부동산업장 등엔 일회용 광고 선전물 제작·배포를 억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이 같은 내용은 계도 기간 없이 당장 11월 24일부터 시행된다. 이를 어기고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12월부터 세종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행에 들어간다. 환경부는 다회용 컵 보증금 카드수수료, 처리비용 등을 지원해 쓰레기양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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