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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공업도시에서 ‘1000만 관광도시’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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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35m, 무게 118톤 규모의 원형 조형물인 빅오(Big O)는 여수세계박람회의 상징과 같은 시설이다. 

세계박람회가 남긴 유산 1.여수
10년 전 세계박람회 치른 여수, 어떻게 변했나


전남 여수시에 있는 여수엑스포역은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있는 철도역이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2011년 10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고속열차(KTX) 덕에 서울에서 3시간이면 이곳에 닿는다.
6월 20일 오후 여수엑스포역을 나서자 정면에 박람회장이 나타났다.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 동안 열린 여수세계박람회 때 국제관으로 사용한 건물에 결혼식장, 인형박물관, 판매장, 맛집, 카페 등이 입주해 있었다.
왼쪽으로는 67m 높이의 스카이타워 전망대가 보였다. 버려진 시멘트 저장고를 재활용해 박람회에 맞춰 개장했다. 여수시 투자박람회과 오종혁 주무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도착하면 박람회장과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카페가 있어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시멘트 저장고를 재활용해 여수세계박람회에 맞춰 개장한 67m 높이의 스카이타워 전망대 

▶오동도로 들어가는 방파제 입구에는 소노캄호텔, 베네치아호텔, 유탑마리나호텔 등 대형 호텔이 최근 문을 열었다.

박람회장 일대 ‘관광 도시’로 변모
스카이타워를 지나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지름 35m, 무게 118톤 규모의 원형 조형물인 빅오(Big O)를 비롯해 박람회 때 건물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빅오와 세계관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지만 흰 돌고래 ‘벨루가’를 만날 수 있는 아쿠아리움(수족관)은 평일임에도 많은 관광객이 입장하고 있었다. 오 주무관은 “10년 전 박람회 때 아쿠아리움은 4시간 정도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며 “지금도 여전히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다.
2013년 박람회장 앞바다에 설치된 집라인(스카이 플라이)에는 젊은이들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오동도로 들어가는 방파제 입구에는 소노캄호텔, 베네치아호텔, 유탑마리나호텔 등 대형 호텔이 최근 문을 열었다. 호텔 주변 여수신항에는 여러 척의 요트와 보트가 정박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구에서 자산공원 쪽을 바라보자 절벽 위로 여수해상케이블카 탑승장이 보였다. 자산공원과 돌산 사이 1.5㎞ 구간을 운행하는 국내 첫 해상케이블카로 2015년 문을 연 뒤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여수해상케이블카 탑승장 너머 거북선대교 아래에는 젊은이들의 명소 ‘낭만포차 거리’가 있다. 18개의 포장마차가 오후 6시부터 오전 1시까지 돌문어 삼합과 딱새우회 등 여수의 해산물을 내세워 영업한다. 오 주무관은 “2016년에 해안가 포차거리로는 여수시가 처음 조성한 건데 그 뒤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따라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자랑했다.

▶자산공원과 돌산 사이 1.5㎞ 구간을 운행하는 여수해상케이블카 자산공원 탑승장 

▶흰 돌고래 ‘벨루가’를 만날 수 있는 아쿠아리움에 관광객이 입장하고 있다. 

▶주제관은 임대 사업자가 없어 문을 닫은 상태다. 

여수 5년 연속 천만 관광객 달성
코로나19로 2년 동안 중단됐던 ‘낭만 버스킹’ 야외 공연도 5월부터 재개했다. 김혜자 문화관광해설사는 “공연이 있는 금·토요일 밤에 여수 밤바다를 보러 왔다가 다음 날 아침 첫차로 올라가는 젊은 사람도 많다”며 “박람회를 계기로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 등을 갖춰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해안 산책로를 두 친구와 함께 산책하던 시민 장연숙(61)씨도 “박람회를 앞두고 고속도로가 미리 뚫렸고 KTX도 생기면서 여수가 많이 좋아졌다”며 “관광객이 엄청 들어오는 관광도시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수산업과 공업이 지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도시가 박람회를 계기로 사회간접자본(SOC)과 기반시설을 크게 늘리며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한 것이다. 2012년 1524만 명이었던 관광객은 2013년 1041만 명, 2014년 992만 명으로 점점 떨어지다 해상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한 2015년 1358만 명으로 다시 치솟은 뒤 2019년까지 5년 연속 1000만 관광객을 달성했다.
오 주무관은 “해상케이블카와 낭만포차를 운영하면서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 KTX와 고속도로, 공항 등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는 관광객 비율도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여수까지 철도 이용객 수는 2013년 139만 명에서 2019년 247만 명으로 70% 이상, 항공 이용객 수는 2013년 47만 명에서 2020년 54만 명으로 35%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동안 줄었던 관광객은 2022년 들어 20% 이상 증가했다. 5월 말 기준 여수시 주요 관광지를 찾은 방문객 수는 407만 명으로 2021년 동기 339만 명보다 약 68만 명 늘어났다. 특히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5월에는 단체 방문객이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대량자료(빅데이터) 통계를 보면 여수시 방문객 소비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만 1124곳이었던 지역 산업체는 현재 2만 4978곳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관광 사업체는 79곳에서 183곳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박람회 때 국제관이었던 건물에 웨딩홀, 인형박물관, 판매장, 맛집, 카페 등이 입주해 있다.

10주년 기념행사 “사후 활용 기대”
7월 22~31일 박람회장에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박람회 정신을 되돌아보고 여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행사다. 2026년 7월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31일 동안 돌산 진모지구에서 열리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제3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를 여수로 유치하는 데 시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계획됐다.
첫날 박람회 정신 계승과 실천을 위한 기념식에는 공로자 초청 행사와 함께 유명 가수 축하공연도 열린다. 오 주무관은 “10년 전 박람회에서 공연했던 가수 남진이 10주년 축하공연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제관에는 2012 여수박람회 리마인드관과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홍보관이 마련된다. 지역 유명 작가의 재활용 작품을 전시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와 재활용품을 활용한 ‘에코힐링 공연’도 열린다.
여수시는 1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박람회장 사후 활용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59만 4000m²나 되는 박람회장 부지 일부에 청소년해양교육원이 2021년 들어섰고 국립여수해양기상과학관이 2023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상당수 시설과 부지는 10년 전 그대로다.
여수시는 사후 활용을 위해 10년 동안 민간 유치를 지속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람회장 시설이 노후화하고 사후 활용이 이뤄지지 않자 여수 시민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오 주무관은 “그나마 국제관은 결혼식장 등으로 어느 정도 임대되고 있지만 주제관은 임대 사업자가 아예 안 들어와 문을 닫은 상태”라며 “주제관을 철거하는 비용만 200억 원이 넘고 박람회 건물로 지정돼 있어 철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빅오는 여수박람회의 상징과 같은 시설이라 수요는 있는데 2021년에 잠깐 가동했다가 유지비가 워낙 많이 들어 지금 멈춰 있어요. 부품을 해외에서만 가져올 수 있고 10년 전 그대로인 프로그램 개발도 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수시는 충분한 재정과 전문성을 갖춘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통한 공공개발이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람회장 사후 활용 주체를 기존 2012 여수박람회재단에서 여수광양항만공사로 변경하는 특별법 개정 법률안(여수박람회장법)이 2021년 발의돼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6월 20일 오후 전남 여수시 세계박람회장에서 오종혁 여수시 주무관이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국제관을 안내하고 있다.

“국제행사 유치 의미 피부로 느껴”
10년 전 박람회의 성공 원인을 놓고 오 주무관은 “3개월 동안 82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혼잡한 상황에서도 질서를 유지하고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한 시민의 협조가 가장 컸다”며 “지방 소도시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당시 기억이 여수 시민에게 큰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혜자 해설사는 “여수시 인구가 30만 명 정도였는데 하루에 거의 28만 명이 왔다. 항구에 대형 크루즈를 대놓고 숙소로 썼는데도 부족해 주민들이 자기 방을 내주면서 행사를 치렀다”며 “그때는 여수항 바닥을 준설하기 전이라 15만 톤 크루즈는 광양항으로 들어왔는데 버스 110대가 관광객 4000명을 나르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박람회를 앞둔 2011년부터 문화관광해설사를 시작한 박현숙 해설사는 “박람회를 열기 전부터 중국 관광객이 엄청 많이 왔다. 여수와 자매결연도시에서는 전세기가 뜰 정도였다. 중국 관광객들은 ‘여수 바다 풍경이 정말 예쁘다’면서 ‘바닷물이 이렇게 잔잔한데 호수 아니냐. 진짜 바다 맞느냐’고 자꾸 물어보더라”고 했다.
김혜자 해설사는 “10년 전 열린 박람회인데 외국 관광객들이 계속 찾을 정도로 아직도 영향이 있다”며 “왜 국제행사를 치르려고 하는지 그 의미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도 이번에 2030 세계박람회를 유치해야죠. 우리나라는 하루 생활권이기 때문에 어디가 됐든 발전하면 됩니다. 남해안 일대가 전부 연결돼 서로 좋죠. 단합해 꼭 유치해야 합니다. 잘될 겁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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