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권 보장을 위한 스포츠여가 격차 진단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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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향희 강원대학교 교수 |
들어가며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2년 4월 기준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은 12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2022년 3월 유럽연합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SDSN)의 2021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46개국 중 59위였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26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그다음으로 일본 54위, 중국 72위였다.
미국의 경제학 교수인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이 주장한 ‘이스털린의 역설(The Easterlin Paradox)’에서는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어 기본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이는 행복의 결정요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는 행복을 설명하는 요인이 소득이었다면 지금은 소득보다 더 중요한 핵심요인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되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기존의 경제지표에서 개인의 만족, 삶의 질, 행복이라는 주관적 인지지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또는 ‘심신욕구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정신상태’이다. 본 글에서는 스포츠여가와 관련된 행복이란 개인의 스포츠여가 관련 일상경험과 생활여건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상태와 평가로, 스포츠여가는 ‘여가시간에 하는 운동,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신체활동’으로 정의한다. 개인의 일상경험과 생활여건은 개인이 거주하는 지역여건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규모를 고려하여 모든 국민이 스포츠여가 격차 없이 행복권을 보장받고 있는지 진단하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스포츠여가 격차 진단
정주여건은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삶을 영위하는데 주어진 조건이며, 도시규모는 우리 국민의 정주여건을 살필 수 있는 결정요인이다. 따라서 도시규모별 스포츠여가 격차 진단은 우리 국민의 행복권을 보장받는지에 대한 진단이 될 것이다. 행복권 보장을 위한 스포츠여가 격차를 진단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2022)의 2021 국민여가활동조사를 활용하여 개인의 스포츠여가에 대한 일상경험 실태와 생활여건 만족도 조사 결과 등을 도시규모별로 살펴보았다.
일상경험은 평생의 학습으로 행복의 결정요인이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즉 놀아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싶은 것도 생기는 것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 또는 ‘만족하지 않는다.’ 등의 주관적인 평가는 어려운 것이다. 일상경험 실태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스포츠여가 활동 경험은 전반적으로 취미오락활동과 휴식활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규모별 차이를 통해 휴식활동과 사회 및 기타활동을 제외한 읍면지역 대부분의 스포츠여가활동 경험이 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생활여건에 대한 만족도이다. 도시규모별 자신의 여가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수준을 살펴본 결과 대도시의 만족도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읍면지역의 불만족 수준은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이 여가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규모별 공통적으로 ‘시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또한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읍면지역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크며, 읍면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여가동반자 부재’와 ‘여가시설 부족’이 여가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로 나타났다. 즉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결과는 두 도시가 읍면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츠여가활동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읍면지역의 결과는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초고령화 - 저출산 - 인구소멸과 도시집중화 - 지방소멸 현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민의 행복수준은 어떨까? 모든 도시규모에서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이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7점 이상이 60% 이상이라고 안도해야 하는 것인가? 도시규모별 차이는 경미하지만, 읍면지역이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행복권은 모든 국민이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스포츠여가 격차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스포츠여가 격차 없는 세상을 위한 과제
「대한민국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국민의 행복권 보장이 명시되어 있다.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권 보장을 위한 스포츠여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일반론을 적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난제이다. 따라서 본 글의 진단에서 밝혀진 일상경험과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객관적 지표인 일상경험은 스포츠여가활동의 참여기회제공이다. 모든 국민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재밌는 스포츠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스포츠여가활동에 참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스포츠여가자원이다. 스포츠여가자원이란 스포츠여가활동을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및 공간, 프로그램, 지도자, 정보 등의 제반 여건으로 이는 반드시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스포츠여가자원 중 공공체육시설은 시설을 이용하는 주체와 목적에 따라 전문체육시설, 생활체육시설, 직장체육시설로 구분된다. 2020 체육백서(문화체육관광부, 2021)의 시도별 현황에 따르면 전국 공공체육시설은 30,185개소가 있으며, 그중 거주지 인근의 마을체육시설인 간이운동장이 총 22,866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의 정주여건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지리적 특성상 흩어져 분산된 거주형태를 띠는 농산어촌의 배후지역주민들과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들이 스포츠여가활동 참여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사각지대 주민대상 참여기회제공은 ‘찾아가는 방문운동서비스’와 ‘접근성이 용이한 소규모 시설 및 공간 제공’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여가자원은 거주밀집지역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지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스포츠여가자원은 정주여건을 세밀하게 고려하여 소규모의 시설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직접 방문하여 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스포츠여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선제적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주관적 지표인 ‘만족도 높이기’이다. 행복의 기본은 주관적 만족이다. 만족에 대한 주관적 지표는 참여 기회제공이 전제된 상황에서 정성적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스포츠여가 격차 진단에서 자신의 여가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시설 부족, 정보 및 프로그램 부족, 여가동반자 부재, 시간 부족, 경제적 부담 등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을 보완하여 불만족 사항을 만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부족한 스포츠여가시설의 경우 대규모시설이 아닌 거주지 인구분포에 맞는 소규모시설 건립이 대안이다. 예를 들어 농산어촌의 수영장은 거주밀집지역인 ‘읍’ 단위에 대규모로 위치하지만, 배후지역 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 배후지역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좋고, 관리운영이 유용한 소규모의 작은 수영장 제공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셋째, 목표와 대상을 구체화해서 연령대별·계층별·거주 지역별로 맞춤형 정보 및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대부분의 홍보방식과 프로그램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모바일,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높은 연령대와 소외계층 및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방문운동지도자가 찾아가는 방문운동서비스를 제공하여 그 역할과 임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운동관리사를 활용한 방문운동지도자 확대·배치 방안을 제안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서 체육지도자는 스포츠지도사와 건강운동관리사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건강운동관리사’는 개인의 체력적 특성에 적합한 운동형태, 강도, 빈도 및 시간 등 운동수행방법에 대하여 지도·관리한다. 또한 의사 및 한의사가 의학적 검진으로 건강증진과 합병증 예방 등을 위해 치료와 병행하여 운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 및 한의사의 의뢰를 받아 운동수행방법을 지도·관리하는 사람이다. 건강운동관리사의 자격을 적극 활용하여 스포츠여가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운동수행방법을 지도·관리할 수 있도록 확대·배치한다면 정보 및 프로그램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스포츠여가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마치며
스포츠여가활동의 참여기회제공은 질병예방 차원에서도 필수이다. 스포츠여가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건강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건강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대가인 마이클 마멋(Michael Marmot) 교수는 사람들이 아픈 이유는 가난해서, 의료시스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병에 걸리게 만드는 사회여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회여건이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고 재밌게 자신이 원하는 스포츠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이를 통해 만족한 삶을 보장받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민간부문의 스포츠여가자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공공부문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공공부문시설 및 공간, 프로그램, 지도자, 정보 등의 스포츠여가자원은 ‘읍’ 단위에 수영장을 건립하고 이용객이 적어 관리운영이 어렵다는 식의 공급자 위주의 행정이었다. 행복권 보장을 위한 스포츠여가 격차 줄이기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 아닌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제공하는 정주여건 맞춤형 수요자 중심으로 방향을 바꿔야한다. 행정편의주의, 경제논리의 접근방식은 절대 스포츠여가 격차를 줄일 수 없다. 향후 행복권이 보장된 스포츠여가 격차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복지 사각지대와 국민의 정주여건을 고려한 스포츠여가활동의 참여기회제공은 행복한 사회의 초석이 될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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