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산다는 것: 윤 대통령 77차 유엔 총회 연설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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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
우리는 이미 자유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산다고 확신한다. 그런 확신 때문에 더러는 지난 9월 21일 우리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보고 의아해 할 수 있다. 우리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인 그가 연설문에서 자유를 수십 번 강조했으니 말이다. 우리가 자유 사회에서 잘 사는데 자유를 또 왜 그렇게 강조했을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자유가 그렇게 중요할까라고 말이다. 세계에 자유로운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우리가 그런 나라들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그런 나라에서 자유롭게 활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자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작금의 세상을 보면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자유가 그렇게 보편화된 것만은 아니다. 가령,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자유가 사라졌다. 이들은 그야말로 자유를 갈망한다. 우리의 이웃나라 중국이 전제주의를 표방하면서 자유를 옥죄고 있다. 중국 헌법 역시 다른 자유 국가의 헌법과 같이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등 다양한 자유의 보장을 명시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론이 통제되고, 생각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사라진지 오래다. 제3세계 대부분의 나라에는 아직도 권위주의 정권이 득세하고 있다. 이런 나라의 헌법도 상기한 종류의 자유를 보장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 총회 연설로 우리 또한 자유의 가치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자유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고마워해야할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자유를 아마도 공기처럼 치부했을 것이다. 조건 없이 우리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우리는 이를 공짜로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유가 결핍된 상황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불과 삼사십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또한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서 살았음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자유의 가치, 자유에 대한 고마움이 충만한 우리 대통령은 세계 도처가 자유로워지길 희망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에 기여해야하는 결의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비전과 철학의 기반에서 그는 이른바 ‘글로벌 중추국 외교’를 탄생시킨 것이다.
자유로운 세상의 구현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의 연대를 강조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권위주의에 맞서 자유를 지켜낼 수 있는 최선의 수단으로 자유 국가의 연대를 제시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자유를 민주주의 방식으로 지켜내겠다는 뜻이다. 다수의 참여와 다수의 기여를 통해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호소한 것이다. 자유는 자생하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우리가 부여받았다고 여기는 자유와 같은 가치는 만천하에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수용될 때만 만연한다. 반면, 이를 거부하는 세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자유를 수호하려는 세력과 강탈하려는 세력 간의 대결 구조를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냉전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4차 산업 시대에 인류의 발전은 자유가 보장될 때 융성할 수 있다. 자유로운 사고와 생각이야말로 4차 산업의 밑천이기 때문이다. 이런 밑천 없이 인류에게 창의력, 창조력, 상상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자유로운 사고의 결과물을 인류가 자유롭게 공유할 때 4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4차 산업의 성공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 간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그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 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결의를 정부의 ODA와 Green ODA의 예산 증대, ACT-A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000만 달러의 공약 등과 같은 사례로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 메시지는 명료했다. 미래 인류의 발전을 견인할 4차 산업의 승패는 자유가 얼마큼 보장되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 인류의 발전을 보증하는 자유는 유엔 시스템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기여함으로써 세계의 평화, 번영과 발전에 공헌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 4차 산업 등 인류가 전환기적 위기 속에서 이의 슬기로운 극복 방편으로서 그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유엔을 중심으로 연대할 것을 역설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유엔 연설에서 밝힌 대한민국의 포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과 정부가 혼연일체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에 더욱 집중해야할 것이다. 자국민을 설득해야 세계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간단한 논리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연설문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과 원인에 대해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치 공유가 고민 해결의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 그래야만 자국민을 우선 설득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 분담하고 힘을 합치는 노력들을 더욱 강력하게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정부가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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