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같았던 전우를 50년 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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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전우야’ 상봉 행사 참석자들이 단상에서 거수경례를 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김창호, 김봉상, 정대원, 권오천, 김성업 참전용사, 박민식 보훈처장, 이명종, 정창완, 조수현, 이종근, 박세곤, 이승국 참전용사(왼쪽부터)
‘보고싶다, 전우야’ 캠페인
생사가 오가는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던 ‘전우’를 50년 만에 만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국가보훈처는 전우를 찾고 싶어 하는 고령 참전용사들의 요청으로 2020년 5월부터 참전용사 찾기 ‘보고싶다, 전우야’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2년 동안 6쌍(12명)의 만남이 이뤄지는 성과를 얻었다.
국가보훈처는 당시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연도 접수했지만 아직 전우를 찾은 사례는 없으며 베트남 참전용사 중에서 6쌍의 전우를 찾을 수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이들의 만남을 빨리 마련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을 주선하지 못하다가 6월 14일 드디어 첫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됐다.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50년 만에 만난 베트남 참전용사 6쌍의 상봉식 현장을 다녀왔다.
▶박세곤(왼쪽)·이종근 참전용사가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명종(왼쪽)·이승국 참전용사가 부둥켜안고 있다.
“정대원! 보고 싶다. 어서 나와!”
전우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김봉상(76, 1970년 베트남전 참가) 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고 얼굴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정대원(75, 1970년 베트남전 참가) 씨가 무대 위로 나오자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김봉상 씨는 “작전 때문에 8개월을 산속에서 살아야 했다. 총알과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데 너무 두렵고 무서워 고개도 못 들었다”며 “당시 전우들과 함께 서로를 보호하고 의지했기에 긴장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귀국 후 연락도 못 해보고 지냈는데 이제라도 만나 정말 기쁘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정대원 씨는 “김봉상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싶다 전우야’ 광고를 보고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곧바로 울산보훈지청에 연락했다”며 “처음 통화할 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얼떨떨했다. 빨리 만나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제 만났다. 아직 그때의 얼굴이 남아 있다”고 감동스러워했다.
김봉상 씨는 “나에게 전우란 그 시절 목숨과도 같은 존재다. 힘든 시기를 함께한 사람이기 때문에 51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이라며 “너무 보고 싶었는데 찾을 방법이 없었다”고 안타까웠던 심정을 밝혔다.
정대원 씨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당시의 수첩을 꺼내며 베트남전 참전 당시 김봉상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두 사람은 사진을 보면서 그때 얼굴이 서로 아직 남아 있다고 반가워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자주 만나고 통화도 하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손을 꼭 잡았다.
▶김봉상(왼쪽)·정대원 참전용사가 51년 만에 만나고 있다.
▶사회자 박경림씨의 요청에 따라 김성업(왼쪽)·권오천 참전용사가 과거 함께 불렀던 유행가를 부르고 있다.
▶김창호(오른쪽) 참전용사가 백충호 참전용사와 영상으로 만나고 있다.
▶조수현(왼쪽)·정창완 참전용사가 옛날이야기를 하며 회포를 풀고있다.
“수소문하던 전우를 기적처럼 만났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직접 죽을 끓여줄 정도로 친형제처럼 지내던 전우였습니다. 헤어질 때 주소를 적어놨는데 이사를 많이 다녀 잃어버렸어요. 전우를 만나고 싶어 제주도까지 찾아갔는데 못 찾아 정말 실망했거든요. 오늘 드디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소중한 친구를 만나 정말 기쁩니다.”
1965년 베트남전에 참여했던 이명종(76) 씨는 당시 청룡부대에서 함께 있었던 이승국(75, 1967년 베트남전 참가) 씨와 57년 만에 꿈에 그리던 만남을 가졌다. 그는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승국 씨를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이 씨의 고향이 제주도라는 것을 기억하고 제주도까지 가서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이후 국가보훈처가 전우 찾기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2020년 12월 보훈처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는데 2021년 1월 드디어 이승국 씨의 소식을 듣게 됐다.
이명종 씨는 “전우 찾는 걸 포기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에 국가보훈처에서 발행하는 신문 에 광고를 냈다. 지금이 아니면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며 “그런데 그 광고를 이승국 씨가 우연히 본 것이다. 기적같이 전우를 찾게 돼 모든 관계자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승국 씨는 “우연히 본 에 내 이름이 있어서 처음에는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라는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사진이나 연락처 등 아무런 정보가 없어 찾을 엄두를 못 냈지만 늘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이 잘생겼고 나를 항상 귀여워해줬다. 이렇게 만나니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명종 씨와 이승국 씨는 “힘들게 만났으니 앞으로 자주 만나고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성업(79, 1966년 베트남전 참가) 씨는 “오늘 찾은 친구는 참호에서 야전용 침대를 두 개 놓고 함께 지냈던 전우인데 내무반에 앉아 깡통을 두드리며 노래와 우스갯소리를 잘했다”며 “헤어질 때 서로 주소를 적었는데 이사 다니느라 찾을 길이 없었다. 베개를 베고 누우면 옛날 생각이 생생하고 수송부대 대원 모두 정말 보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상봉 행사를 통해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그리운 전우를 만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만난 참전 용사들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젊은 시절 조국의 부름을 받고 머나먼 땅에서 목숨을 걸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셨다”며 “참전용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전우를 만난 것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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