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700회 “헌혈하는 이유? 나만을 위해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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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왕’ 광진소방서 전상기 소방경
매년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 2004년에 제정된 기념일이다. 매년 수많은 환자가 다양한 이유로 수혈을 필요로 한다. 특히 긴급 수술이나 사고로 인해 대량의 혈액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헌혈은 헌혈자의 몸에 해가 되지 않으면서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헌혈 한 번으로 누군가에게 희망과 생명을 줄 수 있다.
헌혈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실천해온 이가 있다. 서울 광진소방서 전상기 소방경은 올해 1월까지 700번의 헌혈을 했다. 전국 7번째 기록이다.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장으로부터 700회 헌혈자 기념패를 받았다. 비공식 횟수까지 더하면 775회에 이른다. 무려 43년 전인 1981년 첫 수혈을 한 전 소방경은 지금까지 평균 3주에 1회꼴로 헌혈을 했다.
헌혈뿐만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봉사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1999년 광진구 자원봉사센터 산하 봉사단에 자원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해오고 있다. 이런 공로로 2015년 제2회 행복나눔인상, 2018년 강동구 모범구민상, 2022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등을 받았다.
전 소방경은 “재난 현장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보며 헌혈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며 “체력이 되는 한 남을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1월 700번째 헌혈을 하고 기념패를 받았다. 전국 7번째 대기록이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40여 년간 헌혈을 해왔다. 사람들이 언제까지 헌혈을 할 거냐 물으면 1000회가 목표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1000회 헌혈이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생일까지 헌혈을 할 수 있다. 그때까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젊은 사람들이 헌혈을 기피하는 데다 출생률 저하로 헌혈자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헌혈은 단순히 피를 나누는 행위가 아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일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권유하고 싶다.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1981년 친구가 해병대에 지원해 입대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위해 혈액이 필요하다기에 혈액형이 맞는 나와 또 다른 친구가 그 친구를 살리기 위해 헌혈을 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헌혈이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위급상황을 자주 마주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현장,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2014년 세월호 참사 현장 등 국가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며 삶과 죽음의 순간들이 단 몇 초 차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만을 위해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헌혈을 이어온 이유다.
헌혈을 이어나가기 위해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누군가는 헌혈을 샘물에 비유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건강하지 않으면 헌혈이 어렵다. 나는 헌혈을 시작하면서 술과 담배, 커피, 탄산음료를 모두 끊었다. 혈압과 혈당 관리를 위해 기름진 음식도 피하고 과식도 안한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젊은 시절엔 249m 높이의 63빌딩 1251개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에 참여해 4회 완주한 바 있다. 물론 지금은 나이가 들어 예전같지는 않지만 체력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헌혈증 50장을 모아 혈액암 환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헌혈증이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 수혈을 할 수 있다. 혈액암 환우를 위해 혈소판 헌혈을 했다. 헌혈에는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헌혈과 성분헌혈인 혈소판, 혈장, 다종(혈소판과 혈장), 백혈구, 적혈구 헌혈 등이 있다. 이 중 백혈구 헌혈과 적혈구 헌혈 빼고는 다 해봤다. 암 환자 약 제조를 위한 헌혈도 해봤고 ‘골수 기증’이라고 하는 조혈모세포 기증도 했다. 이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것으로 혈액 속의 조혈모세포를 채집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젠 나이가 많아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니 보람도 클 것 같다.
완치되는 사례를 볼 때면 기쁘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올 땐 속상하기도 하다. 헌혈증을 기증하면서 신분을 알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감사인사를 전하겠다고 연락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람이라기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헌혈뿐만 아니라 봉사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1995년부터 복지관이나 병원에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광진구 독거노인을 찾아가 돕는 일도 했다. 청소년 후원도 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11명을 후원하고 있다. 처음엔 동료들과 함께했는데 하나둘 떠나고 지금은 나 혼자 남아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후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경제적으로 힘든 중고등학생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한 명이 졸업할 때쯤이면 또 다른 한 명을 후원하는 식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힘드냐’ 물어보면 ‘돈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기죽지 말라고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주곤 했다. 2002년부터 3년간 후원했던 한 학생은 KAIST를 졸업해 서울대 박사까지 됐다. 훌륭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소방대원으로 40여 년 일했다. 6월 말 정년퇴직이라고.
소방관을 꿈꾸게 된 것은 6·25참전용사였던 아버지 덕분이다. 나도 아버지처럼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소방대원으로 일하면서 후회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퇴직을 앞두고 기분이 어떠냐고 주변에서 자주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냥 퇴근하는 기분’이라고 답한다. 퇴직 후에도 지금처럼 봉사하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
서경리 기자
박스기사
Q 헌혈 전 할 일
전혈헌혈과 성분헌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헌혈 전 ▲혈압·맥박·체온 측정 ▲혈액형과 혈액비중 검사 ▲혈소판 수 측정과 문진 등의 절차를 거친 뒤 헌혈이 이뤄진다.
Q 헌혈이 가능한 조건
나이 : 만 16~69세
체중 : 남성 50㎏ 이상 / 여성 45㎏ 이상
혈압 : 수축기 90~180mmHg, 이완기 100mmHg 미만
맥박 : 분당 50~100회
체온 : 36.5~37.5℃
*음주?약물 복용?예방 접종?해외 여행자는 금지
Q 헌혈 과정
헌혈 기록카드 작성 : 헌혈 전 관련 안내문을 읽고 전자문진 작성
헌혈 상담 : 신분증 확인 및 헌혈경력 조회를 통해 가능 여부 검사
헌혈 : 전혈헌혈 또는 성분헌혈 중 가능한 방식으로 헌혈
휴식 및 증서 수령 : 헌혈 후 10~20분 휴식 이후 헌혈증서 수령
Q 헌혈을 하면 빈혈에 걸린다?
A 헌혈은 자기 몸에서 여유로 가지고 있는 혈액을 나눠주는 것으로 충분한 혈액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헌혈 전 적혈구 내 혈색소 수치를 검사하기 때문에 헌혈이 가능하다면 빈혈에 걸리는 일은 없다.
*헌혈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혈헌혈은 연간 5회로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자료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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