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가 말라간다 “한국도 위험 2080년 300만 명 고갈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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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물 자원인 전 세계의 지하수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의 스콧 자세코 교수 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기후위기가 임계점에 가까워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지하수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2080년 300만 명이 지하수 고갈을 경험할 수 있다는 포스텍(포항공과대) 연구 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수가 말라가면서 수위가 낮아져 지하수를 얻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예측이다.
조사대상 대수층 12% 매년 50㎝씩 지하수 고갈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4억㎦. 이 중 97.5%가 염수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물(담수)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물 수요는 지난 40년간 30배나 늘었고 35년 이내에 지금 사용량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수는 전 세계 담수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땅속 깊이 흙과 암석 등의 틈새에 존재하는 지하수는 비나 눈이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다시 차오르는 구조다. 때문에 무한한 자원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환경오염으로 강물뿐 아니라 중금속이 섞인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깨끗한 지하수까지 오염되고 있다. 쓸 수 있는 물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3분의 1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비위생적인 물의 소비와 사용으로 매주 3만 명이 사망한다. 사망자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지만 선진국도 허리케인, 열대성 태풍, 기타 자연재해 발생으로 예기치 못한 물 부족 사태를 겪는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세계 인구의 반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 수 있다고 추정한다.
스콧 자세코 교수 팀은 최근 지구촌의 지하수를 분석해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하고 있는 지층) 절반 이상의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주요 대수층 37곳 중 21곳에서는 퍼가는 물의 양이 다시 차오르는 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구 팀은 세계 40개국의 우물 17만 곳과 대수층 1700곳을 분석했다. 대수층 1700곳 중 71%는 2000년보다 2022년에 지하수 수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17곳에서는 지하수 수위가 매년 10㎝씩 내려갔고 204곳(12%)에서는 50㎝ 이상 급격히 낮아졌다. 또 대수층 542곳 중 30%가 1980년대·1990년대와 비교한 결과 21세기에 들어 지하수 고갈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멕시코 북부, 이란 등의 중동,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칠레 중부 등 대규모 농장 산업이 발달한 지역에서 고갈 현상이 두드러졌다. 농장과 도시, 산업이 지하수 자원에 어떤 압박을 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위험 분기점을 넘어섰다. 1970년대 세계 최대 대수층을 이용해 사막에서 밀을 키우게 되면서 지하수가 과잉 추출돼 대수층 80% 이상이 고갈됐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밀 수확을 멈췄다. 인도 역시 분기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14억 인구의 곡창지대인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 우물 78%가량이 물이 줄어드는 바람에 10년 전 지하수 깊이(9~12m)보다 약 2배(18~21m)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물 사용량의 90%를 지하수에 의존하는 미국의 대수층 고갈도 심각하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의 주요 대수층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20년 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구에서 지하 저수지 역할을 하는 ‘대수층’은 20억 명에게 식수를 공급한다. 퍼 올리는 지하수의 70%는 농업에 사용된다. 대수층에서 과도하게 물을 퍼 올리면 우물이 마를 뿐 아니라 땅이 가라앉을 수도 있다. 따라서 주거지역과 농장, 농경지의 수자원이 위협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대수층이 다시 차오르는 데 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경남·전남 고갈 문제 심각
지하수가 사라지는 문제는 다른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하수가 많은 지역으로 여겨졌던 제주와 경남, 전남을 중심으로 고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포스텍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 팀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수집된 한국의 지하수 수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80년 최소 300만 명이 지하수 고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에 취약한 미취수 지역에서 지하수를 주로 활용하는 만큼 그 피해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 팀은 전국 5900개 지하수 관측소가 약 11년간 수집한 200여 개의 표층·심층 지하수 수위 데이터에 고급 통계 기술인 ‘기정상성 실증 직교 함수 분석(CSEOF)’ 기법을 적용해 지하수 수위의 주요 시공간 패턴을 추출했다. 이 기법은 기존에 공간 변화만 살핀 것에 시간 개념을 추가한 방식이다. 연구 팀의 연구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지’ 6월 10일자에 게재됐다.
지하수 고갈의 원인은 농업용수 확보로 인한 과잉 추출과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하수가 고갈되면 지구촌에 사는 전 세계인의 삶이 공통적으로 위협을 받는다. 인류는 당장 식량 위기를 맞이할 수 있고 이 위험은 식량시스템을 비롯해 경제·의료시스템, 생태계까지 번지게 된다. 강과 호수가 마르면서 주위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멸종 또한 빨라진다.
그런 만큼 각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물 부족 현상과 자연재해를 해결하려는 연구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최우선 과제다. 특히 전체 비의 70%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도 과학적인 물관리가 필요하다. 지하수 보존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와 관리 정책이 시급하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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