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과 한탄이 교차하는 곳 철책 너머 금강산·해금강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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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 DMZ 평화의 길
우리나라 국토의 최북단에 있는 강원 고성군은 고요하고 맑은 호수와 청정 해변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여행지다. 동시에 가슴 아픈 분단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고성의 지역 특성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있다. ‘고성 DMZ 평화의 길’이다.
‘DMZ 평화의 길’은 서해안 임진강 하구에서 동해안 고성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를 따라 조성된 10개의 테마 노선이다. 그중 고성 DMZ 평화의 길은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코스로 동해와 금강산, 해금강의 수려한 경치를 보면서 안보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이 코스는 문화체육관광부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됐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월 9일 고성 DMZ 평화의 길로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제진검문소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청간, 아야진, 송지호, 화진포…. 눈이 시리도록 푸른 고성의 해변을 따라 북상할 때마다 금단의 구역을 표시한 철조망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한적한 도로변엔 북녘땅인 ‘원산’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나기도 하고 군용 트럭이 나란히 달리기도 한다. 동해안 최북단 해변인 명파해변을 끝으로 동해안 7번 국도 해안선 여행도 이쯤에서 끝이 난다.
고성 DMZ 평화의 길 여행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부터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에 출입하기 위해선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1차 출입신고 후 10분가량 안보교육영상을 관람하고 2차 관문에 해당하는 ‘제진검문소’를 지나면 통일전망대에 이른다. 연 50만 명이 찾는 통일전망대는 올해 누적 관광객 3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통일전망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성통일전망타워’다. 민통선에서도 고지대인 해발 70m에 자리한 34m 높이의 고성통일전망타워는 4개 층에 안내데스크, 전망대, 통일홍보관, 전망교육실, 포토존(안전상 현재 임시 운영 중단), 망원경 관람실 등을 갖췄다. DMZ의 ‘D’자 모양이 연상되는 고성통일전망타워는 고성 DMZ 평화의 길 안보 관광의 방점을 찍는 공간이다.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통일전망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으로 탐방객을 안내한다.
치열했던 전쟁 서사가 펼쳐지는 곳
입구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전망대가 마주 보인다. 4층 망원경 관람실과 함께 탐방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전망대 앞 DMZ 너머 펼쳐지는 금강산, 해금강의 풍경이 그림인 듯 비현실적이다. 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는 불과 16~25㎞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옥녀봉·상등봉·오봉산을 잇는 외금강 산 능선과 남동쪽인 채하봉으로 뻗은 산줄기 사이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요 봉우리나 능선, 섬들은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에는 최고봉인 비로봉과 옥녀봉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망원경(이용료 1000원)을 통하면 좀 더 생생한 모습도 조망 가능하다. 맨 왼쪽 외추도부터 부처바위, 말무리반도, 위장마을과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 북한군 레이더기지가 있는 국지봉, 북한의 남쪽 전망대가 자리한 351고지, 국가유산인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GP) 등이 보인다. 3층 실내 전망대에 있는 디지털 망원경(무료)으로는 더 확대해 볼 수 있다. 망원경을 이리저리 돌리다 멀리 우리 국군 초소에 걸린 태극기가 눈에 들어오자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른다.
철책 너머 북한 땅과의 현실적 거리를 체감한 탐방객들 사이에선 감탄과 한탄이 교차한다. 가만히 전방을 주시하던 한 외국인이 “A beautiful tragedy!(아름다운 비극이야!)”라고 말했다.
전망대 바로 위층은 전망교육실이다. 전면이 통유리창으로 돼 있어 민통선과 북한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편하게 앉아 안보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안보교육과 해설을 담당하는 최광웅 해설사는 “북한전망대로 활용되는 351고지는 동해안의 요충지로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2만여 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곳”이라며 “대포와 함포 사격, 폭격 등으로 인해 산이 5m나 내려앉았을 정도로 ‘피의 격전지’였다”고 설명했다.
전망타워 부근 통일전망대 공원엔 351고지전과 관련된 ‘351고지전투지원작전기념비’, ‘351고지전투전적비’ 등이 6·25전쟁 당시 활약한 전투기·장갑차와 함께 전시돼 있다.
전망교육실 옆 통일홍보관도 지나칠 수 없다. ‘정부 통일·대북 정책’ 전시물을 시작으로 ‘무임금 충성 페이’ 등 북한 경제와 사회 실상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고성 DMZ 평화의 길 코스는 2018년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계기로 2019년 10월까지 운영했다가 2023년 재개장했다. 올해는 5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도보 왕복 3.6㎞로 통일전망대, 해안전망대, 통전터널, 남방한계선을 둘러보고 통일전망대로 돌아오는 코스다. 당초 도보 구간 A코스와 차량 이동 B코스가 운영됐지만 남북 긴장 관계에 따라 현재 B코스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A코스도 남방한계선까지만 다녀오는 코스로 변경·운영하고 있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 오른편으로는 동해바다와 철책이, 왼편으로는 2005년 동해선 복원 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철도가 이어진다. 북한 최남단 감호역과 제진역을 잇기 위해 세워진 철도는 단 한 차례 시험 운영 후 가동을 멈췄다. ‘지뢰 조심’ 경고문구 혹은 ‘귀하는 비무장지대로 접근하고 있다’는 남방한계선 경고 표지판이 접경 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더이상 갈 수 없다’는 뜻의 노란색 남방한계선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위로를 건넨다. 파도는 그저 말없이 다가왔다 물러서기를 반복한다.
6·25전쟁체험전시관, DMZ박물관도 들러볼 만
6·25전쟁체험전시관은 통일전망대를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하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폭음과 함께 “김 상병! 김 상병!”을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와 깜짝 놀랄 수 있다. 주변은 총과 포탄 소리가 난무한다. 영상·전투체험실은 전시 상황에 놓인 듯한 공포를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6·25전쟁 자료실에선 사진과 함께 탄피, 총탄 자국 난 군모 등 전쟁이 남긴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전사자 유해 발굴실에선 마음이 숙연해진다. 노인세대 관람객들 사이에선 참전 무용담이 터지기도 한다. 병영체험실에선 군필자들의 군 생활 에피소드가 소곤소곤 들려온다.
어렵게 민통선 안에 들어섰는데 가까이 있는 DMZ박물관을 지나치면 아쉽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전시가 기다린다. 박물관 실내 실제 DMZ처럼 조성해놓은 철책을 지나면 6·25전사자가 전시에 가족들에게 남긴 편지 등 유품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세 개 층에 걸쳐 자연, 생태, 민속, 예술 등 6·25전쟁과 DMZ에 관한 전시물이 기다린다. 박물관 야외에 있는 대북심리전 장비, 독일의 베를린 장벽과 철조망도 이색 볼거리다. 다시 ‘임시 통행증’을 제진검문소에 반납하고 빠져나오면 진짜 자유의 땅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고성 DMZ 평화의 길을 중심으로 고성군 안보 관광을 이어가도 좋다. 김일성 별장이었던 ‘화진포의성김일성별장’, ‘이승만대통령별장’이 있는 화진포가 차로 10분 거리다. 다시 남쪽으로 달리는 길, 어느새 차창 밖으로 적막했던 해변은 사라지고 알록달록 텐트와 파라솔이 자유롭게, 제멋대로 자리 잡은 바다가 반겨준다.
글·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고성 DMZ 평화의 길’ 테마 노선 도보 탐방
운영 안내 5월 14일~11월 30일 화·수·금·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혹서기와 장마 기간은 안전을 위해 임시 운영 중단)
참가 방법 ‘두루누비’ 누리집(www.durunubi.kr/dmz-main.do) 사전 신청(회차당 20명) 후 참가
문의 DMZ 평화의 길 테마 노선 1588-7417, 고성군 관광문화체육과 (033)680-3365,
고성 통일전망대 (033)682-0088
*DMZ 평화의 길 :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설정됐다. 서해안 임진강 하구부터 동해안 고성 명호리까지 248㎞ 지역의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가 DMZ에 해당한다. 코리안둘레길의 한축인 고성 DMZ 평화의 길은 DMZ 접경 지역만의 생태·문화·역사 자원을 통해 안보와 자유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노선이다. 인천의 강화, 경기의 김포·고양·파주·연천, 강원의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DMZ 접경 지역별 특성을 살려 매년 5~11월까지 한시적·한정된 인원으로 탐방을 운영한다.
박스기사
‘호국보훈의 달’ 또 다른 로컬100
부산 남구 유엔평화문화특구
부산 남구 유엔평화문화특구도 ‘고성 DMZ 평화의 길’과 함께 ‘로컬100(문화마을·거리·상권)’에 이름을 올린 보훈 관광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엔군 전사자 유해가 안장돼 있는 유엔기념공원(재한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유엔평화기념관, 평화공원, 유엔조각공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 부산예술회관 등 문화 자원을 연결한 특구다. 6·25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한 유엔기념공원은 2007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사문화체험 공원으로 조성한 평화공원 일대에선 매년 가을 ‘유엔 평화축제’가 열린다. 11월 11일 오전 11시에는 전 세계가 부산 남구를 향해 묵념하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 ‘턴 투워드 부산’도 진행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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