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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브랜드를 알려면 수원통닭거리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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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통닭을 찾은 손님들이 치킨을 먹고 있다. | 행궁문화거리상인회 

지역 고유 브랜드 살린 수원통닭거리
경기 수원시 팔달구청 맞은편, 팔달로 100m 길이의 작은 골목 입구에는 ‘수원통닭거리’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반세기 전 문을 연 원조 가게부터 신생 가게까지 13곳의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매향통닭에 이어 남수통닭, 종로통닭, 진미통닭, 용성통닭, 대봉통닭, 남문통닭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닭을 통째로 튀기는 것이 이 골목만의 전통이다. 옛날 통닭뿐만 아니라 닭튀김과 양념통닭, 영화 으로 널리 알려진 ‘왕갈비 통닭’을 맛볼 수 있다. 가맹점 치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데다 똥집, 닭발 같은 부산물까지 덤으로 주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로컬브랜드(지역 상표)가 모인 골목상권이 골목산업으로 성장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70년 문을 연 매향통닭은 수원통닭거리의 원조다. 간판도 차림판도 없는 이곳에서는 전통의 맛을 살린 ‘옛날 통닭’ 한 가지만 50년 넘게 판매하고 있다. 2대 사장인 최용철 대표가 직접 통닭을 튀긴다.

▶박순종(60) 진미통닭 대표가 매장 안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1981년 영업을 시작한 진미통닭은 “추억이 생각나는 진실로 아름다운 맛”이라는 문구와 함께 앙증맞은 닭 캐릭터로 전국의 통닭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100m 거리에 통닭집 13곳… 수원 명물로 ‘우뚝’
수원통닭거리는 수원천에서 바로 닭을 잡아 씻어 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1970년 문을 연 이곳의 터줏대감 ‘매향통닭’은 산증인이다. 1대 고병희(83) 할머니가 그날 잡은 생닭을 직접 손질해 가마솥에 통째로 넣고 튀겨서 판 것이 통닭거리의 시초다. 지금은 그의 장남 최용철(57) 대표가 직접 칼집을 내고 소금에 절인 닭을 튀긴다.
다른 통닭집들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그 흔한 간판도 차림표도 없다. 가게도 옛 모습 그대로인데 전통의 ‘맛’ 하나로 승부하는 곳이다. “프라이드도 양념도 없어요. 메뉴는 오로지 통닭 하나뿐입니다. 52년 동안 2대에 걸쳐 한 가지에만 집중한 것이 맛의 비결이죠.”
8월 11일 친구들과 매향통닭을 방문한 직장인 김동환(가명·37) 씨는 “수원통닭거리 가게들은 각각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 튀기는 기술을 품고 있어 어딜 가도 맛이 있다”며 “학창 시절 추억이 그리울 때 자주 찾는데 옛날 통닭 맛을 잘 간직한 집은 여기가 단연 으뜸”이라고 말했다.
수원통닭거리는 어릴 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덕형 행궁문화거리상인회 사무국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월급날 노란 봉투에 담아 온 통닭 한 마리를 잊지 못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통닭거리는 서민들의 안식처이자 추억을 소환하는 타임머신 같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로컬브랜드(지역 상표)로 보존하고 육성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매향통닭을 찾은 손님들이 옛날통닭을 먹고 있다. | 행궁문화거리상인회

코로나19로 발길 ‘뚝’… 제2의 전성기 꿈꿔
코로나19 이전 수원통닭거리의 유동 인구는 평일 7000~8000명, 주말 1만 3000명 수준이었다. 이덕형 사무국장은 “관광버스가 평일 50대, 주말 80대씩 들어올 정도로 호황이었다”며 “영화 개봉 직후인 2019년 무렵에는 유동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 외국인을 포함해 하루 20만~30만 명이 다녀갈 정도여서 통닭집 앞 긴 줄을 보고 기다리다 되돌아간 손님도 꽤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원통닭거리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년 사이 30여 년 전통의 종로통닭이 폐업했고, 시즌통닭과 오거리통닭도 문을 닫았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특수상권의 특성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 상황에서 이곳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박순종(60) 진미통닭 대표는 “오후 7~8시 불야성을 이룰 시간에 거리 전체가 암흑일 정도로 상권이 죽어 상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로컬브랜드와 골목상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탄탄하게 버틸 수 있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골목산업 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권기획자 발굴과 상권기획 지원, 골목상권 발전기금 확대, 민관협업 투·융자 및 환경개선 자금 지원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영동시장·팔달시장·팔달 가구거리가 인접한 통닭거리의 특색을 살린 안정적인 관광객 유치를 포함해 통닭거리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활성화, 가구거리 특화 방안 등까지 포괄한 중장기적 광역권 골목상권 육성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순종 대표는 “수원통닭거리는 방송프로그램 과 , 영화 에 소개된 덕분에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며 “‘화성행궁 보고 통닭 어때요?’ 같은 구호를 내건 홍보물 외에 방송, 영화, 누리소통망(SNS) 등을 활용한 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인들끼리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팔달구 수원 천변 팔달로 100m 길이의 작은 골목에 있는 수원통닭거리는 1970년부터 문을 연 매향통닭에 이어 남수통닭, 종로통닭, 진미통닭, 용성통닭, 대봉통닭, 남문통닭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 13곳이 성업 중이다.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닭을 통째로 튀기는 것이 수원통닭거리만의 전통이다.

▶수원 팔달구 수원 천변 팔달로 100m 길이의 작은 골목에 있는 수원통닭거리는 1970년부터 문을 연 매향통닭에 이어 남수통닭, 종로통닭, 진미통닭, 용성통닭, 대봉통닭, 남문통닭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 13곳이 성업 중이다.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닭을 통째로 튀기는 것이 수원통닭거리만의 전통이다.

▶수원 팔달구 수원 천변 팔달로 100m 길이의 작은 골목 입구에 있는 수원 통닭거리 안내 표지판

통닭거리 넘어 상생의 음식문화거리
통닭거리라고 해서 ‘통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해장국, 만두, 칼국수, 갈비 등 수십 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다양한 종류의 ‘맛집’들이 터를 잡고 있다. 통닭과 함께 이런 음식들이 활기찬 거리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통닭’ 누리소통망 성지로 주목받으면서 이색 카페가 곳곳에 들어섰다.
이봉근 행궁문화거리상인회 회장은 “수원통닭거리를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지면 이 골목 모든 가게가 매출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맛집과 카페 등이 생겨나면 수원화성이나 팔달산 등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과 맞물려 골목이 더욱 활성화되고 결국에는 수원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관광특구로 지정된 수원통닭거리는 상권 활성화뿐만 아니라 수원 관광 활성화, 인근 가게들과 상생을 목표로 함께 나아가고 있다. 수원 지역에서 자체 생산하는 맥주를 가게 내부에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 수원 시내 관광지와 박물관 입장권, KT위즈 야구 관람 티켓 등을 지참하면 10% 할인해주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 밖에 최근에는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과 맞물려 예방접종 혜택 캠페인 참여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수원통닭거리는 2022년 ‘경기도 우수 골목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이봉근 회장은 “코로나19를 지나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기회로 통닭거리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지역 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골목상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상인들이 피와 땀으로 이룬 통닭거리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입맛뿐만 아니라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펼쳐 기필코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 거리로 만들겠습니다.”
수원통닭거리는 최근 상징물로 ‘치원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간판 등 각종 홍보물에 치원이 캐릭터를 넣고 배지·병따개·학용품·우산·가방·티셔츠 등 팬 상품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알리며 로컬브랜드 홍보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9월 31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간 수원통닭거리에서는 ‘수원 가마솥 통닭거리 축제’가 열린다. 유명 가수 초청공연, 마술 쇼, 농악놀이는 물론 다양한 체험 행사와 이벤트 게임 등 여러 가지 볼거리와 먹거리를 관광객들에게 선사해 코로나19로 위축된 상권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거리의 인지도를 높여 전 국민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수원 가마솥 통닭거리 축제를 수원의 대표적인 축제로 만들어 수원특례시의 가치를 높이고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과 어우러진 상권으로 상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로컬브랜드·골목산업 육성 위해 규제혁신해야”


이봉근 행궁문화거리상인회 회장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자치분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인과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각종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발전을 막는 규제들은 과감히 없앨 필요가 있습니다.”
이봉근 행궁문화거리상인회 회장은 “통닭거리가 수원을 대표하는 로컬브랜드(지역 상표)이자 골목상권이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상권이 더 커질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었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로컬브랜딩 종합계획(마스터플랜) 수립, 주민 참여 로컬브랜딩 생활 실험 같은 정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원통닭거리는 화성행궁과 팔달문, 수원화성박물관 등 문화유산과 팔달구청 등이 가까이에 있는 수원 중심부에 위치한다. 새 건물을 지으려 해도 고도 제한에 묶이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 해도 부족한 주차 공간 등으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건물의 신·증축이 쉽지 않다 보니 건물이 노후화되고 주차장을 추가로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편해하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행궁문화거리상인회는 지금껏 수원통닭거리를 지역의 대표 로컬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수원천 변 산책길을 따라 능수벚꽂을 심어 가로수를 정비하고 도로를 넓혔으며 주차시설을 갖췄다. 또한 거리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각 상인회를 하나로 통합했다. 건물 새 단장에 이어 현재는 미관 개선을 위한 간판 및 차양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예산 부족 등 한계에 부닥칠 때가 많다.
“가게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주차장 증축, 나무 심기, 휴식 공간 조성, 로컬브랜드를 덧댄 간판 등은 상인 개인이나 상인회 노력만으로 추진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로컬브랜드 육성과 골목상권 환경개선, 상권 활성화를 위한 추가 공간 확보 등에 관심을 갖고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더 많은 지역에서 로컬브랜드와 골목상권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는 “현재는 가게 밖에 자리를 만들고 손님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서울 을지로 골뱅이골목처럼 한시적으로라도 영업할 수 있게 한다면 관광객 유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며 규제 개선과 함께 시급한 조례 제정을 당부했다.
“가게 수 늘리기 등 통닭거리가 명실상부한 골목상권이 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현재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는 통닭집들을 한 장소에 모을 필요도 있습니다. 이것은 상인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이런 방안을 검토했으면 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로컬브랜드와 골목상권, 더 나아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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