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은 낭만적이다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서코때 찜질방
서코때 지음
뜨인돌어린이
어딘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때가 있었다. 나만 아는 동네 식당, 아이스라테를 큰 컵으로 한가득 담아주는 카페, 그늘이 많아서 쉬기 좋은 공원. 그런 생각이 들면 큰 망설임 없이 집을 나와 이곳에서 저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쉽게 행복해지곤 했다.
자란다는 건 어쩌면 잘 안다는 것. 경험이 겹겹이 쌓여 기억이 되고 기억이 쌓이면 겁이 는다. 경험과 기억 더미 속에서 겁 많은 시시한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언젠가부터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이런저런 조건이 붙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은지, 붐비지 않는지, 너무 비싸진 않은지. 점점 더 어떤 장소에 갈 이유보다는 가지 않을 이유가 늘었고 지금은 어딘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내 일상을 재미없게 만드는 단어들에 순위를 매기면 ‘굳이’는 늘 상위권이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일들이 늘어날 때 삶은 더 편리하고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굳이 더운 날 식당이나 카페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되고 굳이 서점에 가서 책을 살 필요가 없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너무 간편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너무 많은 영화가 있는 것은 어쩌면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깝다. 무언가를 굳이 하는 것이 낭만이니까.
서코때 작가의 그림책 속 찜질방 역시 낭만적이다. 그래서일까? 찜질방은 더 이상 보편적인 일상의 공간이 아니다. 특히, 방역이나 격리와 같은 말이 당연해진 시대의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한 장소일 것이다. 어릴 적 목욕탕의 온기와 정을 못 잊어 목욕탕과 찜질방을 좋아하게 된 작가는 이 그림책에 오로지, 그리고 오롯이 공간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좋아하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 책이 어쩌면 잊혀가는 하나의 문화에 대한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공간도 없다. 상대의 단점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용기인 것처럼 꾸준히 애정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 역시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 그림책이 주는 위로는, 작가가 애정하는 공간이 있는 어른이라는 점, 그 자체에서 온다.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이 그림책을 산 어른이 있다면 그들 역시 위로받을 것이다.
굳이 하지 않는 일들이 많아져서 편하고 재미없는 삶에 익숙해진 어른들, 잘사는 것과 잘살아가는 것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른들, 애정 했던 공간과 그곳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그리운 어른들, 잘 알지만 어쩐지 자라지 못한 수많은 어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역시 말하고 싶다.
애정하는 공간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때 우리는 낭만과 행복에 더 가까워질 거라고.
삼수필 작가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