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우선 개혁과제 방향 확정 경영난 겪는 수련병원 건강보험 선지급

의대정원 2000명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집행정지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5월 16일 의대생·교수 등이 조규홍 보건복지부·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1심과 같이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청구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의대 증원은 최종 확정을 앞두게 됐다.
정부가 의료개혁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10일 열린 제2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에서는 의료개혁특위의 세부 운영계획과 우선 개혁과제 검토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의료개혁특위에는 분야별 개혁과제를 심층 검토할 4개 전문위원회가 구성된다. 의료인력 전문위에서는 의학 교육의 질 제고 방안과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 제고 방안 등이 검토된다.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에서는 합리적 의료 이용체계 구축 방안 등이,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의에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 방안 등이 검토된다.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도 구성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쟁점 등을 검토한다.
의료개혁특위의 논의내용과 결과는 보도자료와 사후 브리핑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될 방침이다. 개혁과제 도출 과정에서도 토론회, 공청회, 국민 제안 등을 통해 국민과 의료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
제2차 의료개혁특위에서 구체화된 우선 개혁과제는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 공급·이용체계 정상화,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 및 수련의 질 제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다.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발표된 대책의 구체적 추진방안을 논의했고 큰 틀의 보상체계 개편 방향도 검토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하는 등 환자의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담하고 왜곡된 공급·이용체계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집중 논의했다. 또 일차의료의 기능과 역할을 정립해 강화된 일차의료 모형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팀 기반 진료체계, 전공의 교육·수련 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공의의 교육과 수련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국가 차원의 전공의 수련·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수련환경 평가를 강화해 수련병원 지정 및 전공의 배정 시 반영하는 방안이다. 인턴제를 포함한 전공의 수련체계도 전면 개편해 4~5년의 편제 내에서 1~5년 차까지 내실 있는 통합 수련체계를 확립하고 인적·물적 기준을 전면적으로 개선한다. 특히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지역종합병원, 의원에서 골고루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 확대
의료개혁특위에 따르면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수련체계는 외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의료기관과 전공의, 환자 모두에게 필요한 구조다.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전공의 교육에 집중하고 전공의에게는 다양한 수련기회가 제공돼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5월 10일 브리핑을 통해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수련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수련을 받는 당사자인 전공의와 전공의 수련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의학회가 논의과정에 참여해 진료과목별 특성에 적합한 실효성 있는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됨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수련병원을 지원하고 필수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병원에 건강보험을 선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5월 13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보고하고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과 기간을 논의했다.
전공의가 떠난 수련병원 중에서는 경영난을 겪다 못해 환자의 곁을 지켜온 간호사와 의료기사, 일반직원 등에게 무급휴직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필수의료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환자와 국민, 현장 의료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전년 같은 달 급여비의 일정 규모를 선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건강보험 선지급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선지급 지원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중 3~4월 의료수입이 급감해 병원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했고 필수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자체해결 노력을 하고 있으며 외래·입원 등 중증환자에 대한 진료를 축소하지 않고 유지하는 기관이 대상이다.

필수의료 강화에 10조 원 이상 투자
이와 함께 정부는 건강보험 필수의료 지원현황도 점검했다. 5월 10일 열린 중대본 회의 결과에 따르면 2028년까지 필수의료 공급부족 대응에 5조 원 이상, 수요 감소 대응에 3조 원 이상, 연계·협력 분야에 2조 원 이상 등 필수의료 강화에 10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이 투자될 전망이다.
특히 2024년에는 필수의료 강화에 1조 20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된다. 구체적으로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가산 확대 등 공급부족 해소 지원에 5000억 원이 투입된다. 수요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를 인상하고 1세 미만 입원료 가산을 확대하는 등의 인프라 유지지원에 3000억 원이 지원된다.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 등 의료기관·전문의 간 연계·협력 지원에도 2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2024년 상반기 필수의료 분야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위한 신속 추진과제로 12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신생아·소아 분야로 5월 1일부터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에 대해 공공정책수가를 지원하며 281개 수술 항목에 대한 소아연령 가산을 최대 300%에서 1000%로 대폭 인상한다. 6월 1일부터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대해 고위험 분만 관련 손실분을 사후보상하고 집중치료실 입원환자 1인당 일 20만 원을 7일간 정액 지원할 예정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의식조사



국민 10명 중 7명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의대정원 2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5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2.4%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26.1%, ‘필요한 편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46.3%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8%였고 ‘동의한다’는 응답은 36.7%에 그쳤다.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응답은 18.4%에 불과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8.7%로 높게 나타났다.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응답은 22.1%였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1.8%에 달했다. 이 중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42.9%에 달했다.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탈 전공의의 면허를 정지하는 처분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였고 ‘면허정지 처분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38.9%였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 의대정원을 50~100% 범위 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는 ‘잘한 결정이다’라는 평가가 51.4%로 절반을 넘었다.
한편 의사 집단행동으로 촉발된 보건의분야의 위기를 심각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응답으로는 87.3%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35.7%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역·학력·소득수준·이념성향에 관계없이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