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65개국 공연 우리 전통음악 해외에 더 기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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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 예술감독 김주홍
청와대 개방 2년, 국민에게 활짝 열린 청와대 마당에서 국악 예인들이 모여 신명 나는 전통연희 한마당을 펼친다. 5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열리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다. 청와대 내 헬기장과 녹지원 두 곳에서 진행되는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뛸판, 놀판, 살판’이다. 농악, 줄타기, 탈춤, 무속음악 등 다양한 전통연희와 함께 흥과 전통이 어우러진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올해 전통연희축제는 김주홍(53) 예술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이번 축제가 전통연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참여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993년 창단된 예술단 ‘노름마치’를 1996년부터 이끌고 있다. 노름마치라는 단어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놀다에서 파생된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합쳐진 말이다. 최고의 연주자를 뜻하는 은어다. 남성들로 이뤄진 전문예인 유랑극단인 남사당패에서 쓰던 말이다.
노름마치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2005)’에도 참여했다. 김 감독을 비롯해 노름마치 단원들은 출연 배우들에게 연주를 가르치고 직접 남사당패로 출연했다. 노름마치의 음악은 귀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소리다. 판소리와 풍물, 사물놀이에 때로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같은 전자음악이나 외국 음악까지 어우러져 있다. 김 감독의 경력은 노름마치의 음악만큼 이채롭다. 김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에서 판소리를 공부했다. 중요무형문화재 태평무(악사)를 이수한 악사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의 노름마치 사무실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국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고등학교 때였다. 사물놀이를 본 순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저거였구나.’ 원래는 연극영화과에 가려고 했는데 그만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물놀이 김덕수 선생님을 찾아갔다.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처음엔 안받아주더라. 6개월간 쫓아다녀 허락을 받았다. 밥하고 빨래하면서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1990년의 일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
국악도 양악처럼 대부분 열 살도 되기 전에 공부를 시작해 스무 살이 되면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전문성을 쌓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에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암담한 일이었다. 철이 없었다. 꽹과리 이광수 명인을 만나 1993년 노름마치를 창단했다.
노름마치의 음악은 전통음악과는 다른 것 같다.
‘신가무악(新歌舞樂)’이다. 사물놀이는 기세가 좋고 에너지가 크다. 그렇지만 강하고 폭발하는 신명만 계속 보여줄 순 없다. 여기에 노래와 춤을 곁들여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무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통 굿 음악의 선율들을 레퍼토리화하고 타악 합주를 짰다. 1996년부터는 직접 단장을 맡아 노름마치를 이끌어왔다.
김 감독과 노름마치는 국내보다 해외 무대에서 더 유명하다. 2014년 세계 최대 월드뮤직 박람회인 워멕스(WOMEX, The World Music Expo)의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고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한국의 연희를 세계인에게 선보이고 있다. 해외 월드 뮤지션들과 협연하는 세계음악여행 ‘SSBD(Same Same But Different)’ 공연도 코로나19 이전까지 7년 동안 진행했다.
국내보다 해외 활동이 더 활발하다.
내 음악을 하고 싶었다. 사물놀이와 다른 내 정체성을 갖지 않으면 안되겠더라. 정체성이라는 게 갑자기 찾아지는 게 아니지 않나. 2000년부터 홍대 앞 공연장에서 주변 아티스트들과 함께 실험적인 신가무악 스타일의 공연을 했다. 그런데 국내에는 국악이 설 무대가 별로 없더라. 해외시장을 개척하러 나갔다.
해외 투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07년 독일 출신의 하피스트 루디거 오퍼먼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와 함께 인도, 몽골, 중국, 이란, 모로코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다 같이 글로벌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했다. 73일 동안 독일과 프랑스, 룩셈부르크를 돌아다니며 40회 넘게 공연했다. 그때 해외 투어에 눈을 떴다.
해외에는 이틀에 한 번씩 공연할 정도로 공연장과 관객이 있나?
우리나라는 지방에 사람도 무대도 거의 없지만 독일은 다르더라. 우리나라 군·면 규모의 도시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번화하더라. 문화적 영향력도 분산돼 있다. 독일에서 공연을 다니면서 한국의 타악이나 전통이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해외 아트마켓에 지원했다. 10년간 해외 공연을 많이 다녔다. 1년에 절반은 외국에 머무르며 공연했다.
한국의 전통 선율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어떤가?
10년간 65개국 200개 도시를 다니면서 공연을 했다. 나라별로 반응이 다르더라. 문화 선진국일수록 근원적인 문화, 전통문화의 가치를 존중한다. 유럽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나면 호기심을 갖고 관찰한다. 새로운 음악을 하는 외국 팀이 오면 일단 주의 깊은 시선으로 진지하게 봐준다.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콘텐츠들이 무대에 오르니까 대부분 소수민족의 문화 콘텐츠 중 하나로 보는 것 같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느린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다. 거문고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면 관심을 별로 안 보인다. 타악으로 빠른 리듬을 몰아가면 좋아한다. 더운 날씨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북유럽 같은 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북유럽은 사물놀이 공연을 하면 관객들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반면 거문고나 가야금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면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더라.
해외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는?
브라질의 살바도르라는 도시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이 태어나서 동양인을 처음 봤다고 하더라. 신기한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보며 관찰하더라.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보니 한국의 기질과 음악의 특징이 더 잘 보이겠다.
우리의 기질에 영향을 미친 건 바다와 산이라고 생각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와 태풍, 산세의 기질이 섞이니 변화무쌍하다. 싫증도 빨리 내고 새로운 걸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타악을 연주하면 장단 하나로 오래가지 못하고 장단이 빨리 변한다. 결국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산세나 물 같은 환경이 기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다. 큰 산이 있고 산세가 깊은 곳은 음악도 크다.
‘음악이 크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예를 들면 한반도는 고생대 지질대로 크고 작은 산맥이 존재한다. 삼면이 바다인데 산도 많다. 산이 굽어진 곳마다 고을이 있다. 국악에는 2분박, 3분박, 5분박에 40박 한 장단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몽골은 다르다. 몽골의 국토는 평원이다. 몽골 사람들은 평원에서 말달리는 것만 봤다. 몽골 전통음악에는 말발굽 리듬 딱 하나다. 다른 리듬이 없다. 그런데 그 리듬이 우리 황해도 굿에 있다. ‘쿵더더쿵더더’ 황해도 굿에 몽골 평원의 기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프스산맥 고산지대에서 발달한 요들은 계곡을 따라 울리는 메아리를 이용한 의사소통과 놀이에서 유래했다. 강원도도 산이 깊다. 강원도의 아리랑도 가만히 들어보면 요들적인 요소가 있다.
해외의 월드뮤직 아티스트들과 국악이 함께하는 ‘SSBD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했다.
7회까지 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중단됐다. 그 기간 동안 해외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국악이 설 자리가 많지 않다.
그래도 국악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
장구나 징을 치거나 판소리를 하면 세포들이 파동을 느끼는 것 같다. 희한하다. 나도 악기와 함께 음악이 되는 것 같다.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걸 하려 해도 이렇게 울림이 전해오는 일이 없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사물놀이로 우리 전통 타악의 태동을 알렸다면 그 이후를 이어온 게 바로 노름마치라고 생각한다. 전통의 DNA를 가지고 시대정신에 입각한 콘텐츠를 재창조하기 위해 늘 고민해왔다.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하주희 기자
박스기사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
4개 대학 연희 대학전이 축제 시작 알려
김덕수·임동창 등 예인 총출동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이하 전통연희축제)’가 5월 18~19일 이틀간 청와대 일원에서 열린다. 개막작으로 서울예술대학교, 세한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총 4개 대학이 연합해 선보이는 ‘연희 대학전’이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농악, 무속음악, 줄타기, 탈춤 등 전통연희의 모든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각 지역의 개성 있는 무대도 펼쳐진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도다시래기보존회’, ‘전주기접놀이보존회’, ‘구미무을농악보존회’, ‘구미무을농악 북놀이’, ‘밀양백중놀이’, ‘오북놀이’, ‘진도북놀이’, ‘진주삼천포농악 북놀이’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김운태·이동주’, ‘남창동·예인집단 아재’의 기예 공연은 물론 전통연희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창작공연을 펼쳐온 ‘국악단 소리개’, ‘악단광칠’, ‘연희점추리’의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사물놀이 대중화의 주역인 1세대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하는 ‘임동창 & 옛·새’의 협동 공연과 ‘논산두레풍장·사물놀이 느닷’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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