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안아주는 것처럼! 발달장애인 위한 조끼 세계가 주목 “불안한 모두를 위한 기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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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에디슨 어워드 수상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2022년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이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크게 놀라 불안증세를 보이자 남자 주인공이 뒤에서 안아주며 안정시켜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감각 과부화 상태일 때 신체에 압력을 가해주면 불안감이 완화된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할 때 자극되는 부교감신경이 불안감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작용을 학술용어로 심부압박(Deep Touch Pressure·DTP)이라고 한다.
‘돌봄드림’ 김지훈(29) 대표는 이점에 착안, 심부압박 효과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공기 주입식 조끼 ‘허기(HUGgy)’를 개발했다. 조끼 내부에 있는 공기 튜브에 공기를 주입하면 마치 꽉 안아주는 느낌을 줘 불안증세를 빠르게 완화시킨다. 발달장애아동은 물론 성인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무게도 가볍다. 기존에도 발달장애아동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내는 조끼가 있었지만 모래나 납으로 무게를 높이는 방식이어서 무겁고 불편했다. 돌봄드림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논문을 분석하고 실험을 통해 최적화된 조끼 압력·질감·형태·디자인을 찾아냈다. 김 대표는 이 조끼로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돌봄드림을 창업했다. ‘허기’는 2020년 출시 이후 전국 100개 이상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사립 치료기관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보조공학기기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성공 판정을 받아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도 제공되고 있다.
돌봄드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경고 수준을 감지해 자동으로 공기가 주입되는 스마트 조끼를 개발했다. 스마트 조끼는 착용자의 피부 전도, 심박수 등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감정, 스트레스 상태를 점검하고 인공지능(AI)으로 공기 양을 조절해 안정감을 준다. 발달장애인은 물론 수면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는 성인과 치매환자, 시니어의 건강관리에도 활용된다.
돌볼드림의 스마트 조끼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2024 에디슨 어워드(Edison Awards)’에서 동상을 받았다. 에디슨 어워드는 발명가 에디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이다. 과학기술·소재·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출품되며 전문가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제품에 상을 수여한다. 이에 앞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민·관 합동 통합 디지털 경진대회(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에서도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했다.
‘에디슨 어워드’ 시상식 참석차 미국에 다녀온 김 대표를 4월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 있는 돌봄드림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 입구에는 에디슨 어워드 동상을 비롯해 그동안 돌봄드림이 수상한 상패와 트로피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조끼로 사업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KAIST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융합전문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 창업을 꿈꿨다. 발달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꿈을 구체화했다. 당시 발달장애아동에게 중량조끼를 입히는 걸 봤는데 중량조끼는 말 그대로 조끼에 무거운 물건을 넣는 형태였다. 무거워서 오래 사용하기 어렵고 아동의 성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아주는 느낌을 다르게 구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구명조끼를 떠올렸다. 구명조끼처럼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면 가볍고 평상시에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조끼에 튜브를 넣어서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을 고안했지만 조끼 안에 어떤 튜브를 넣을지, 튜브가 들어가는 부위와 모양은 어떻게 할지, 공기 주입 방식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만드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게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아무도 만들어본 적 없는 제품인 데다 의류와 단말기를 제조해본 적도 없다보니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계속 도전한 이유는?
발달장애아동을 돌보는 교사나 부모는 아이가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수시로 불안해하기 때문에 한 명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우리가 만든 조끼가 발달장애아동의 안정감을 도와준다면 돌봄의 부담을 훨씬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적자원 의존도가 높은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를 우리 기술로 해결해보고 싶었다.
출시된 조끼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다행히 발달장애아동을 돌보는 가족, 교사, 치료사들이 우리가 만든 조끼를 알아봐주고 찾아줬다. ‘한 줄만 쓰고 딴짓하던 아이들이 2쪽이나 되는 분량의 글을 한꺼번에 쓰더라’, ‘잠들기 힘들어하던 아이가 조끼를 입은 상태에서는 편안하게 잠이 들어 너무 좋았다’, ‘조끼 착용 후 틱 증상이 개선됐다’ 등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서울의 한 기관에서 공기 주입식 조끼를 입고 치료 수업을 받은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28% 증가했다. 또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가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겠다.
창업을 하고 제품을 만들면서도 이게 맞나, 제대로 하고 있나 의구심이 든 적이 많았다. 그런데 착용자가 많아지고 후기를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 구매자들이 고맙다고 하고 판매하러 가도 감사 인사를 많이 받는다. 이런 시도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다. 새로운 시도가 더 많아져서 시장이 커지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착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 수정도 여러 번 거쳤다고.
그렇다. 착용자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해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덕분에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처음에는 위에서 입는 방식의 조끼였는데 이렇게 입는 것을 무서워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아 지퍼를 달았다. 또 지퍼를 자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지퍼 가리개를 추가했다. 심부압박 효과를 더 주기 위해 부위별로 금형을 새로 만들어 테스트하며 제품을 개선했다. 조끼 색상과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스마트 조끼로까지 발전했다.
기존 모델은 단순히 손 펌프로만 작동하는 제품이었다. 현재는 심박수, 피부전도 같은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와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조끼로 발전했다. 착용자의 심박수와 호흡수를 바탕으로 심박 변이도를 계산해 스트레스와 불안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조끼가 스스로 팽창해 부드러운 압력으로 안정감을 준다.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고.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하면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텔에서 묵직한 이불을 덮었을 때 평온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심부압박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건 누구나 비슷하다. 요즘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다. 일상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나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누구나 스마트 조끼를 활용할 수 있다. 응급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GPS(위치정보시스템) 기능도 있어 치매환자나 시니어 케어에도 유용하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솔루션을 넘어 이제는 모두를 위한 멘털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멘털헬스케어에 주목한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명 중 1명이 불안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중 60% 이상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을 찾거나 약물 치료를 하는것을 꺼리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비용도 많이 든다. 명상은 스스로 시작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즉각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일상의 불안을 관리해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기술, 솔루션이 필요하다.
돌봄드림의 궁극적 목표가 궁금하다.
조끼를 입고만 있어도 비접촉식으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심탄도(BCG·심장의 리듬과 심장박동의 세기)와 호흡으로 인한 진동을 센서가 정확하게 감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앞으로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멘털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조끼를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으로 누구나 불안할 때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정부, 초거대 인공지능 기반
심리케어 서비스 개발 추진
정부가 국민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초거대 AI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건의료, 심리케어 분야에 대한 공모를 5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초거대 AI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민간 전문영역의 초거대 AI·응용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보건의료, 심리케어·정신건강을 비롯해 법률, 미디어·문화, 학술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특히 보건의료, 심리케어·정신건강 분야는 AI 기술과 접목하면 국민의 건강관리, 삶의 질 개선 등 새로운 가치와 혁신적인 서비스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AI 기술 도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전공의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나 우울증, 불안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정신건강 분야 등의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보건의료 분야는 소아·청소년과 의원 감소, 전공의 감소 등 사회적 이슈와 보편적 국민 체감 등을 고려해 소아·청소년과 분야의 초거대 AI 기반 선제적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한다. ‘AI 기반 보건의료 서비스 선도’ 사업을 통해 소아 보호자 대상 건강상담 지원, 질병 예측 알림과 함께 의료진의 환자별 증례 분석, 처방 보조 등 소아 건강지원 특화모델 개발·실증을 위한 1개 컨소시엄을 선정해 80억 원을 지원한다.
심리케어·정신건강 분야는 우울증, 자살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편견과 사생활 노출 등으로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의 접근성 강화, 심리상담 인력의 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 심리케어·돌봄지원’ 사업(60억 원)을 통해 초거대 AI 응용서비스 개발·실증을 지원한다. 또한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 관련 정보 안내 등을 지원하는 국민체감형 과제(40억 원)와 상담인력이 활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 분석, 상담 방향 제안 등 전문가 보조 과제(20억 원)를 선정·지원할 예정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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