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인 듯, 한 곡 아닌…한 곡 같은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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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매쉬업(Mashup)’이란 일반적으로 두 개 이상의 사전 레코딩된 노래를 혼합해 만드는 형식을 뜻한다.
사운드 꼴라쥬, 혹은 샘플링과의 차이라면 이 둘의 경우 자신의 작품을 위해 기존의 것을 빌려오는 형태를 취하는 반면 매쉬업은 그 채집한 원곡이 작품의 중심에 놓여진다는 점일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곡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시비가 있을 법도 한데, 미국의 경우에는 ‘공정사용(Fair Use) 원칙’에 따라 저작권자의 주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제한적으로 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과거 ‘비즈 마키’로 비롯된 재판부터 21세기 이후 ‘로빈 씨크’까지 샘플링에 관한 저작권 시비는 다수 있어왔지만 매쉬업의 경우 사용되어지는 곡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보니 이런 분쟁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노래의 연주부분 위에 특정 노래의 보컬부분을 겹쳐내는 식의 작업들이 가장 많다.
디지털 레코딩과 믹싱이 발전하면서 곡의 템포와 키를 변경하는 것이라던가 기존 곡에서 보컬을 따로 제거하거나 혹은 추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대중화될 무렵 매쉬업은 급속도로 활성화됐다.
랩탑을 이용한 디지털 프로세스가 대중화되던 2001년 무렵 ‘소울왁스’가 약 45개의 노래들을 결합한 앨범 <2 Many DJs>를 공개하면서 매쉬업 씬이 탄력을 받는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걸 토크’라는 매쉬업 씬의 스타가 배출되기도 했다. 걸 토크는 한 트랙 안에 최대한 많은 곡을 구겨 넣는 것으로 유명한데 심할 경우에는 4분짜리 트랙 안에 거의 30여곡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DJ들이 턴테이블을 통해 매쉬업 믹스를 즐겨했다. 바이닐 레코드의 12인치 싱글에는 곡의 인스트루멘탈 버전, 혹은 보컬만 있는 아카펠라 트랙 등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매쉬업이 가능했다.
과거 국내 DJ ‘소울스케이프’의 경우에도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의 ‘Rockit’ 연주 위에 비스티 보이즈의 ‘Intergalactic’의 아카펠라 트랙을 얹는 매쉬업을 라이브에서 들려주기도 했다.
이탈리아 그룹 ‘클럽 하우스’가 1983년 무렵 공개한 밴드 스틸리 댄의 ‘Do It' Again’과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섞은 ‘Do It Again Medley with Billie Jean’이 상업적으로 출시된 최초의 매쉬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더 올라가보면 영화 <카사블랑카>를 예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주인공 릭의 술집에서 독일군들이 군가를 부르자 이후 주변 프랑스 사람들이 그 독일 군가 위에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면서 마치 한 곡처럼 두 곡이 뒤섞이는 장면이 나온다.
프리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존의 프로젝트 ‘네이키드 시티’에서 로이 오비슨의 ‘Pretty Woman’의 베이스라인 위에 오넷 콜맨의 ‘Lonely Woman’을 매쉬업시킨 것의 경우 곡의 제목으로 ‘장난’을 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쉬업 작업물이 하나의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사례들도 더러 있다.
제이지가 의외로 그 중심에 서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제이지는 린킨 파크의 기존 곡 위로 자신의 기존 랩을 얹어내는 식으로 아예 2004년 무렵 라는 합작 앨범 하나를 완성하기도 했다.
제이지는 전체 아카펠라 트랙을 따로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제이지 리믹스가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붐이 됐던 적이 있기도 했다.
이 리믹스 배틀의 최종 승자는 ‘데인저 마우스’가 됐다. 데인저 마우스는 제이지의 에서의 랩을 비틀즈의 의 악기 샘플로만 만든 비트 위에 얹어내어 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흑과 백을 뒤섞어 회색으로 만든 셈인데, 아이디어도,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무척 훌륭한 매쉬업의 어떤 교과서와도 같은 작품을 완성해냈다.
데인저 마우스는 이 앨범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후 ‘날스 바클리’를 결성해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 나갔고, 이후에는 프로듀서로써 다양한 앨범들을 녹음하게 된다.
국내의 경우 ‘요한 일렉트릭 바흐(J.E.B)’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매쉬업 분야를 대표한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피츠 앤드 더 탠트럼스의 ‘HandClap’과 전국노래자랑의 테마를 섞은 ‘전국handclap자랑’은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용필과 다프트 펑크-정확히는 조르지오 모로더-를 연결 지어낸 ‘Cho By Yongpil’, 그리고 임창정과 알란 워커를 이어버린 ‘하루도 Spectre를 내가 저지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걸작 매쉬업 트랙들을 완수해왔다.
기본적으로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음악에는 유머가 바탕에 깔려 있다. 때문에 인터넷 밈처럼 돌아다니는 구석도 없지 않은데, 이것을 단순히 밈 정도로 소비하기에는 좀 억울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쥐어 짜내도 좀처럼 새로운 뭔가가 나올 수가 없는 작금의 시대에서 샘플링과 레트로, 그리고 매쉬업이 음악 분야에서는 마치 인공호흡기 마냥 생명을 유지시켜내고 있는 듯 보인다.
음악의 본질적 기능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에 있다면 사실 새로운 것, 그리고 기존에 있던 재료를 조합하는 것의 구분이란 크게 의미가 없는 행위일 것이다.
일전에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또한 “인간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거나, 이미 발견된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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