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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현수막을 재킷으로 청년 광고인들이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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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톤. 4년 전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때 발생한 폐현수막의 양이다. 현수막은 정책과 공약, 후보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선거가 끝나는 동시에 골칫거리가 되고 만다. 사람의 얼굴이나 정당 이름이 찍힌 선거용 현수막의 특성상 재활용하기 어려운 데다 주성분이 플라스틱 합성섬유라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하는데, 한 장을 태우는 데만 이산화탄소 6.28㎏이 배출된다. 20년생 소나무 한 그루의 1년치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맞먹는다. 폐현수막이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1111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1557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수거된 현수막도 260만 장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수막의 환경오염 문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아트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 20대 청년 광고인 6명이 나섰다. 이들은 제22대 총선 전 1년간 프로젝트를 벌였다. 이른바 ‘보트 포 어스(vote for earth·us)’다. ‘지구를 위해, 우리 스스로를 위해 투표하자’는 뜻을 담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은 정당이 사용한 폐현수막으로 재킷을 만들고 이를 선거 후보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했다. 현수막의 환경파괴 문제를 알리는 동시에 기후공약을 만드는 데 힘써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6명의 청년은 국제광고제 등을 함께 준비하며 만난 인연이다.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아닌 청년의 문제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다”는 평소 생각이 모여 이번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특히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는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한뜻을 모았다. 이에 청년들은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손잡고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바라는 기후정책을 청취하고, 국회에 찾아가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선거 기간 재킷은 3개 정당의 후보 6명에게 전달됐다. 일부 후보는 직접 재킷을 입고 선거 유세에 나서는 등 청년들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프로젝트 리더인 아트디렉터 황재연 씨는 “정당이 내건 현수막에 유권자의 메시지를 담아 돌려주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앞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칸 라이언즈) 등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보트 포 어스의 활동 역시 누군가를 비난하는 대신 환경문제가 널리 이야기되길 바라는 희망을 청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풀어냈다.



정당 현수막으로 선거 재킷을 만드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냈나?
지난해 보궐선거 때 길을 가다 기후공약이 쓰인 선거 현수막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환경파괴의 원인인 현수막에 내건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때 현수막에 메시지를 담아 정치인에게 돌려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현수막은 정치인들이 유권자에게 보내는 일방적인 메시지인데 여기에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되돌려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문제를 비난하기보다는 위트있게 풀어내고 싶었다.

재킷을 받은 선거 후보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처음엔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의외로 모든 후보가 하나같이 문제에 공감했다. 그들도 현수막이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모두 사용하니 안 쓸 수 없다는 거였다. 국회에 입성하면 꼭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이들 외에 한 후보는 50벌 이상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특정 후보에게만 재킷을 입히는 건 프로젝트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우리 목적은 특정 정책,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환경문제를 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거였다. 특히 정당들이 환경과 관련해 활발하게 정책경쟁을 하길 바랐다.



재킷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일단 선거 현수막을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현수막은 게시 기한이 지나면 설치한 단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회수해 폐기물 업체로 넘어간다. 대부분 소각되고 극소수만 재활용된다. 지자체에서는 재활용을 위해 일부 현수막을 보관하기도 하는데 선거 현수막은 악용할 우려 등으로 곧장 폐기물 업체로 넘어간다. 애초에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거다. 여러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린피스의 협조로 각 정당에서 이전에 사용했던 현수막을 구할 수 있었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뭔가?
오랜 시간 바깥에서 비, 바람, 먼지를 뒤집어쓴 현수막은 굉장히 더럽다. 세척한 뒤에 제일 깨끗한 부분만 솎아내 여러 조각의 원단을 콜라주 형태로 붙여 만들었다. 제작업체를 찾기도 힘들었다. 100%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킷마다 각 정당의 색깔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조각을 이어붙였더라도 멀리서 보면 한 가지 색이 도드라지도록 신경 썼다. 결과적으로 여러 조각이 만나 한 가지 색을 드러낸 것이 서로 다른 환경정책이라도 결국 지구를 위한 하나의 목소리라는 뜻으로 표현됐다.

1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기후공약이 있나?
우리 재킷을 입은 후보들은 화석연료 감축과 신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실생활에서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환경정책이 매우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바라는 환경정책은 뭔가?
총선을 3주 앞두고 그린피스에서 ‘2024 기후토크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여기서 나온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다.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거나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등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면 기후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주택청약 시 가산점으로 주자는 거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특히 환경문제는 자칫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들은 윗세대가 야기한 환경오염을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현수막을 재활용할 아이디어도 다양해야 할 것 같다.
일단 현수막을 안 쓰는 게 최선이다. 선거운동도 누리소통망(SNS)을 활용하는 등 완전히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걱정이라면 정치인들도 마땅한 비용을 내고 기업들처럼 광고를 하는 게 맞다. 폐현수막을 활용한 패션 브랜드도 많이 생기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일반 브랜드에 비해 소재 퀄리티에서도 밀리고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폐현수막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서 또 다시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문제도 있다. 어차피 버려지는 마대자루나 쓰레기봉투, 포장박스 등을 폐현수막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칸 광고제에서는 전기차 문제를 짚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를 충전할 때 화석연료로 충전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때마침 볼보가 칸 광고제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의뢰해 재생에너지로 충전할 수 있는 시간대와 주유소를 알려주는 ‘재생에너지충전옵션’을 전기차에 구비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등에선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볼보 관계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환경문제 해결에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을 생각하는 건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다. 더욱이 생계만으로도 바쁜 현대인들이 환경까지 신경쓰기란 쉽지 않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 숙제처럼 되지 않으려면 방법이 쉬워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아이디어다. 다음 선거 땐 현수막이 아닌 다른 문제를 또 다른 방식으로 풀어볼 생각이다. 청년의 발칙한 아이디어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다.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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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현수막 재활용 해법 정책
장바구니·마대 등 업사이클링 지원… 폐현수막 자원순환 경진대회도 첫 개최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폐현수막 자원순환 문화 조성 경진대회’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4월 8일 밝혔다. 올해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리는 동시에 정당 현수막 관리를 강화하는 옥외광고물법이 시행(1월 12일)되면서 수거해야 할 현수막 수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을 우산, 장바구니,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소재 현수막 제작을 확대할 수 있도록 총 1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현재 각 지자체의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며 4월 중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폐현수막 새활용(업사이클링) 기업 현황과 폐현수막으로 제작 가능한 물품 목록·생산 일정 등을 지자체에 안내해 기업과의 연계를 돕는다. 아울러 지자체 및 민·관협의체를 대상으로 ‘폐현수막 자원순환 문화 조성 경진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정부는 현수막 사용부터 처리까지 성공적인 현수막 순환의 본보기를 제시하는 기관을 선정해 시상하고 홍보를 도울 방침이다. 8월까지 두 차례에 걸친 평가를 진행하며 공공, 민간 부문별 최우수 기관에 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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