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하프너의 우정을 담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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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오스트리아는 마치 유럽의 심장부인 것처럼 동부유럽과 서부유럽, 그리고 남부유럽과 북부유럽이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은 오스트리아 국토의 동쪽에 치우쳐 있고, 인구 15만 정도의 소도시 잘츠부르크는 남부독일의 바이에른과 맞닿는 곳에 도나우(Donau)강으로 흘러가는 잘차흐(Salzach) 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잘츠부르크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보듯 아담하고 목가적이며 귀족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잘츠부르크 시가지는 세 개의 푸른 언덕으로 둘러져있는데 묀히스베르크 언덕 위에는 11세기 세워진 호엔 잘츠부르크(Hohen Salzburg) 요새가 신비스런 모습을 드러낸다. 또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바로크 건축물들과 이탈리아식 정원들은 이 도시에 매력을 더하여 준다.
잘츠부르크의 종교적 구심점은 대성당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대성당 일대는 모두 자동차가 없는 보행자 지역이다. 대성당 주변 거리의 음악가들 중에는 모차르트의 아성에 도전이라도 하려는 듯, 거의 소음에 가까운 음악으로 ‘모차르트 순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리도 있다. 하지만 그 소음을 뚫고 길거리 어느 구석에서 누군가가 날렵한 손놀림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린 곡이 귀에 들려온다. 이 곡은 다름 아닌 모차르트의 <세레나드 7번 D장조 K.250> 중 4악장 ‘론도 알레그로(Rondo allegro)’이다.
점점 멀어져 가는 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대성당 옆 대주교 궁이 있는 널따란 광장 레지덴츠플라츠(Residenzplatz)를 거쳐 모차르트 광장에 들어선다.
이 광장의 원래 이름은 미하엘 광장이었지만 잘츠부르크의 위대한 아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게 그 이름을 넘겨주었다. 이 광장에 세워진 모차르트의 동상은 대성당을 앞이 아니라 뒤쪽에서 비스듬히 바라보고 있다.
모차르트는 대성당에서 1779년부터 1781년까지 오르간 주자로 봉직했는데 그 기간 동안 대주교로부터 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잘츠부르크의 제1번화가는 게트라이데가세(Getreidegasse)이다. 제1번화가라고 해서 널따란 거리가 아니라 지금 기준으로는 좁은 골목길이다. 4, 6층짜리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이 길 9번지에서 1756년 1월 27일에 모차르트가 태어났다.
이 길과 수직으로 지그문트 하프너 가세(Sigmund-Haffner-Gasse)가 연결되어 있는데 지그문트 하프너는 아주 부유한 상인으로 1768년에서 1772년에 걸쳐 잘츠부르크 시장을 역임했으며 어린 모차르트가 아버지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는 것을 후원해준 장본인이었다.
잘차흐 강 건너편에 있는 미라벨 궁은 현재 잘츠부르크 시장의 집무실과 시의회가 들어서 있고, 이 궁 안에 있는 커다란 홀은 어린 볼프강과 그의 누나 난네를이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함께 연주하던 곳으로 지금도 이곳에서 ‘잘츠부르크 궁정 콘서트’라는 이름의 음악회가 열린다. 이 홀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웨딩홀 중 하나로도 손꼽힌다.
그러고 보니 모차르트의 <세레나드 7번 D장조 K.250>이 다시 생각난다. 이 곡은 ‘하프너(Haffner)’라는 별칭이 붙어있는데, ‘하프너’는 다름 아닌 지그문트 하프너의 집안을 말한다.
지그문트 하프너의 장남의 이름은 아버지처럼 지그문트였고 나이는 모차르트와 동갑이었다. 1772년에 아버지 지그문트 하프너가 죽은 후에도 하프너 집안은 모차르트 집안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776년에 아들 지그문트 하프너는 여동생 마리 엘리자베트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모차르트에게 7월 21일 결혼식 전야제에 연주할 곡을 의뢰했다. 이리하여 탄생한 곡이 바로 <세레나드 7번 D장조 K.250>이다. 이 곡은 모두 8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2, 3, 4악장에서는 바이올린 독주가 주축을 이룬다. 특히 4악장 론도 알레그로(Rondo Allegro)는 바이올린 독주용으로도 많이 연주된다.
그후 6년이 지난 1782년, 지그문트 하프너는 귀족칭호를 받게 되는 것을 기념하여 모차르트에게 다시 한 번 작곡을 의뢰했다. 당시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를 떠나 수도 빈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그문트 하프너는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를 통해 볼프강과 연락을 취했다. 당시 모차르트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그를 위해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했으니 이것이 바로 <교향곡 35번 D장조 KV.385 ‘하프너’>이다. 이 작품은 그가 빈에서 작곡한 첫 번째 교향곡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는 고향 친구를 위해 빈에서 이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혹시 잘츠부르크에서 대주교로부터 스트레스 받던 일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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