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4월 전국 산불상황 한 눈에 24시간 산불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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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은 지금…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 산불 32건 중 43.8%가 4월에 발생했다. 건조한 대기, 강한 바람과 겨우내 말라버린 수목, 늘어나는 등산객 등이 원인이다. 2023년의 경우 4월 2일 동시다발로 35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그다음 날에는 대형 산불 5건이 동시에 발생했다. ‘위기의 4월’이 되면 어느 곳보다 바빠지는 곳이 있다.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이다.
3월 18일 ‘산불과의 전쟁’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인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이하 상황실)을 찾았다. 정부대전청사 15층에 있는 상황실에 들어가자 커다란 화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면과 양옆까지 3면에 걸쳐 길게 펼쳐진 화면 속에는 전국의 산불 상황, 헬기 항공궤적 등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종수 산림재난통제관과 김창현 중앙산림재난상황실장 등 직원들이 상주하며 전국의 모든 산불 상황을 한눈에 보고 진화작전을 지휘한다.
이 통제관과 김 실장에게 산불진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하자마자 벽에 붙은 경광등이 켜지고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다. 산불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의미다. 119나 112에 신고가 들어오면 산불인지 일반 화재인지 구분해 산불이라면 곧장 상황실과 공동대응을 시작한다. 발로 뛰며 산불을 감시하는 이들도 있다. 산불감시원이다. 전국적으로 2만 3000명이 활동 중이다. 산불 위험이 높은 봄과 가을에만 투입된다. 올해는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다. 걸어다니기도 하고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위치확인장치(GPS) 기능이 있는 산불재난안전통신기를 들고 다니며 산불을 포착하면 곧장 상황실로 전송한다. 이들이 어디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동선부터 거리까지 상황실 모니터에서 바로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산불 신고 들어오면 실시간 상황실에 경보음
산불을 포착하고 통신기를 이용해 상황실에 알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신고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직접 체험해봤다. 휴대전화로 상황실 내부를 촬영한 후 전송을 누르자 곧장 상황실 안에 경고음이 울렸다. 기자가 촬영한 사진과 촬영 위치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떴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버저가 계속 울렸다. 이날 오전 중에만 총 4건의 산불이 확인됐다. 경기 화성시와 대구 달성군에 산불이 나서 진화 작업이 진행됐다. 산불이 확인되면 상황실에서는 확산예측시스템을 가동한다. 산불 진행 방향에 인구 밀집지역, 산업 밀집지, 국가 기반시설이 있는지 우선 파악하고 민가나 공장에 산불이 번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이때 소방청과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진다. 상황실에는 소방청 직원 4명이 파견 나와 있고 산림청 직원도 파견돼 있다.
상황실에서는 산불 상황을 전국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으로도 확인한다. 연기가 어느 정도 나는지, 민가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산불이 아닌 들불이 나도 일단 산림청 진화대원들이 출동한다. 들불이 산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소방관들과 공조한다. 들불은 농경지나 초지 같은 들판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재다. 산과 가까이 있는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다 들불이 나면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건축물에서 화재가 나도 불씨가 산으로 튀면 산불이 된다.
산불 상황을 파악하면 산불 규모에 맞는 진화 자원을 현장에 보낸다. 산림은 주로 도심지 외곽에 위치하다보니 차량으로 출동해도 최소한 30분 이상 걸린다. 산불진화를 위한 초기대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상황실은 산불진화헬기를 투입한다. 산불진화헬기는 전국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강원 원주에 있고 전북 익산, 경남 양산, 강원 강릉 등 12곳에 지소가 있다.
총 190대 산불진화헬기 전국 대기
산림청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산불진화헬기는 48대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임차한 헬기 등까지 총 190대의 산불진화헬기가 있다. 산림청 보유 헬기 48대 중 29대가 러시아산 카모프(KA-32)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헬기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러시아산 헬기 10대가 비행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월 미국에서 담수량 9400ℓ의 대형 헬기(CH-47) 5대, 오스트리아에서 담수량 4200ℓ의 중형 헬기(AS-332) 2대 등 총 7대의 헬기를 빌렸다.
산불진화헬기가 출동할 때 필수로 확인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가까운 담수지다. 산불진화헬기의 총알은 물이다. 물을 빨리 채울 수 있는 곳을 확인해야 한다. 상황실의 시스템은 산불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담수지와 현재 저수량을 즉각 알려준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시스템을 통해 전국 3800여 개 담수지의 저수량을 확인한다.
헬기가 호스로 물을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헬기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1~3분 남짓이다.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10㎞ 이내 거리의 담수지까지 이용할 수 있다. 10㎞를 넘어가면 진화율이 떨어진다. 담수지에 가서 물을 싣고 오는 동안 불길이 다시 거세지기 때문이다.
진화율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것이 ‘이동식 저수조’다. 대형 물주머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동식 저수조는 4만ℓ까지 물을 탑재할 수 있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77개의 이동식 저수조를 운용 중이다. 이동식 저수조는 어디에 설치될까? 헬기가 내리고 뜨려면 장애물 없는 공간이 최소 50㎡는 확보돼야 한다.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학교 운동장이다. 적당한 담수지가 없을 경우 주변 학교의 운동장 가운데에 이동식 저수조를 설치한다. 저수조와 함께 소방차도 여러 대 확보해놓는다. 헬기가 물을 퍼가면 저수조에 다시 물을 채워 넣기 위해서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이 났을 때 저수조가 큰 역할을 했다. 산불 현장에 투입된 80여 대의 헬기가 물을 채우기 위해 담수지 부근 공중에서 줄을 서던 상황이었다. 헬기끼리 공중 충돌할 위험성도 있었다. 당시 산림청은 현장 부근에 이동식 저수조 7개를 설치해 진화요율을 크게 올렸다.
지난 1월 30일 서울 수락산에서 이뤄진 공중진화 훈련에도 이동식 저수조가 등장했다. 2023년 4월 인왕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후 ‘한강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시내 산불은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산불 발생 위험 정도 실시간 확인
상황실에서는 현재 산불 발생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대형 화면 상단에 ‘위기경보: 주의’라고 쓰여 있다. 산불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눠진다. ‘주의’는 산불위험지수가 전국 평균 51 이상일 때 발효된다. ‘경계’는 위험지수 66 이상인 지역이 70% 이상이거나 산불 발생 위험이 커 특별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 발령된다. ‘심각’은 위험지수가 86 이상일 때다. 산불위험지수는 산림에 존재하는, 불이 탈 가능성이 있는 물질의 상태와 기상 상태에 따라 산불 발생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국립산림과학원이 산정한다. 행정구역별 산불위험지수(0~100)와 산불 경보 발령(관심~심각) 정보는 산림청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 누리집(forestfire.nifos.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올봄에는 산불위험지수가 높지 않다. 4월 3일 기준 전국 29.3이다. 비가 자주 내린 덕이다. 저수지에도 물이 가득 차 있다. 2023년에는 대기가 건조한 날이 많아서 하루에 산불이 35건 발생한 날도 있다고 한다.
산불은 기상·지형·연료의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무척 중요하다. 6㎧의 속도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없을 때와 비교해 26배나 빨리 산불이 번진다. 지표면의 경사도 영향을 미친다. 경사가 급할수록 불이 빨리 확산된다. 30도 정도의 급경사지에서는 평지보다 최대 4배 빠르게 산불이 번질 수 있다. 연료란 수목의 품종과 상태 등을 뜻한다. 나무 품종에 따라 산불의 확산 정도도 달라진다. 침엽수에는 정유 성분이 들어 있다. 활엽수림과 비교해 침엽수림에서 불이 더 잘 확산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산림에 흔한 소나무가 바로 침엽수다. 소나무숲에 불이 붙으면 불씨가 상승기류를 타고 멀리까지 날아간다. 솔방울이 날아다니면서 불씨가 퍼진다. 강릉 산불 때는 3㎞까지 불씨가 날아갔다고 한다. 침엽수림인 경우 상황실에서는 더 강력하게 대응한다.
산불진화가 진행되는 동안 상황실 화면에는 산불진화헬기 몇 대가 투입됐고 진화대원들이 어디를 진화 중인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항공자원의 경우 한 번 출동에도 예산이 많이 소요되므로 적정량을 투입하도록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산불진화헬기가 출동할 때 공중진화대도 함께 투입된다. 공중진화대는 레펠 등을 타고 내려가 진화가 어려운 곳의 불을 끈다. 총 104명이 활동 중이다. 군 특수부대, 공수부대 출신이 많다고 한다. 산불 철이 아닐 때는 대민 지원도 나간다. 공중진화대 외에 특수진화대 435명, 일반진화대 1만여 명이 활동 중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상황실 시스템 배우자”
산림청 산불진화대는 2023년 해외 원정도 갔다. 7월 2일부터 한 달간 대한민국해외긴급구호대(KDRT) 일원으로 산불진화대 70명이 캐나다 퀘벡주 내 르벨 슈흐 케비용(Lebel-sur-Quevillon) 지역에 파견을 나갔다. KDRT 출동은 2007년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산불 진압을 위해 파견된 최초의 사례다.
이들은 미국 산불진화대 등과 함께 산불진화 작전을 수행했다. 불볕더위 아래 모기·흡혈파리에 물리거나 벌에 쏘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261㏊(헥타르) 규모의 산불을 진화했다. 열화상 드론을 이용해 128㎞ 구간에 이르는 땅속 불씨를 찾아 제거하기도 했다. 한국형 산불기계화진화시스템을 활용해 땅속 잔불까지 잡은 것이다. 캐나다 현지 언론은 “한국전 동맹국들이 산불과 싸우기 위해 70년 만에 다시 뭉쳤다”고 보도하는 등 한국 진화대의 활동을 조명했다.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상황실의 시스템도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을 많이 찾는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것도 해외에서 관심있게 보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 통제관과 김 실장의 설명을 듣는 도중 끊임없이 경고음이 울려 인터뷰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올해는 4월 3일까지 총 11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의 주요 원인은 ‘실화(失火)’다.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596건의 산불 중 250건이 입산자 실화, 담뱃불, 성묘객 실화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주희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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