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국방·치안 수준으로 격 높여 투자 비상진료대책 4월까지 연장… 추가 보완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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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시작된 의사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4일 오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면담했다. 의사 집단행동 이후 대전협 관계자가 처음 대화의 장에 나선 것이다.
사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방침을 발표하기 전에도 의료계와 긴밀히 소통해왔다. 윤 대통령은 4월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조목조목 짚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협의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기구를 통해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했다”며 특히 19차례 협의체와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는 대전협도 참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를테면 2023년 3월 30일 제5차 회의에서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부족한 의사 수를 설명하고 대전협 회의와 의협 대의원 총회에서 반드시 의대정원 증원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8월 16일에는 법적 심의기구인 보정심 산하에 의대 교수, 전공의협의회 대표, 병원장, 전문가들로 의사인력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의사인력 증원과 양성에 관한 세부정책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논의를 거듭했다. 논의 결과는 빠짐없이 의협과 대전협에 전달됐다. 의협은 11월 15일 제17차 회의에서 과학적·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하고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는 대책이 선행된다면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를 의료개혁 방안에 충실히 담아냈다. 의료개혁에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방안만 포함된 것이 아니다. 4대 의료개혁 과제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로 정부는 이를 통해 붕괴하고 있는 지역·필수의료를 되살리고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치료를 종결할 수 있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의료·지역의료를 강화해서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한 방안을 수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4대 의료개혁 패키지에 그동안 의사들이 주장해온 과제들을 충실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공정한 보상과 인프라 지원을 해주기 위해 1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자하고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사법 리스크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필수의료 투자계획,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제 등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구체적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은 국가적 과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왜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금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최소한 10년 이후에나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늘어난다”는 점을 전제하면 “10년 이후 매년 2000명씩 늘기 시작하면 20년이 지난 2045년에야 2만 명의 의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2035년에 최소 1만 명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취약 지역에 지금 당장 필요한 의사 5000명을 포함한다면 2035년 최소한 1만 5000명의 의사가 더 확보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내년부터 2000명씩 늘려도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역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령인구 증가 추세, 주요 선진국의 의사 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인당 평균 의사 수와 실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사 구인난 사태를 상세히 예로 들며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의사 수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적은 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인구를 우리와 같은 5000만 명으로 환산했을 때 의사 수는 각각 15만 6000명, 16만 3000명, 23만 2000명, 13만 4000명이다. 우리는 11만 5000명이다. OECD 전체로 봐도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7명인데 우리는 2.1명이다. 평균에 맞추려면 8만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의료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고령인구는 2035년에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비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최근 6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 의료비 증가 속도는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이 발생한다.
그런데 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에 의대정원은 오히려 감축됐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351명 줄어든 의대정원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사집단의 고령화와 감축된 정원, 미용·성형의료로 빠지는 의사 수 등을 고려해볼 때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들이 20년 전에 비해 매년 1000명 가까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사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의료현장은 한계에 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의료현장을 직접 찾아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기회를 계속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지역 2차 병원을 찾았다. 4월 1일에는 대전 유성선병원을, 4월 2일에는 충남 공주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공주의료원을 각각 방문했다.
1·2·3차 병원 협력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유성선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의료는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에서 국방·치안과 동일선상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국가재정을 과감히 투입해 정책 수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동안 의료계와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개원의, 전공의, 교수 등 의사단체가 각 분야로 나뉘어져 대화가 쉽지 않았다”며 “2차 병원이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탄없이 말씀해달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공주의료원에서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의 취지를 설명했다.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의 보강 ▲전국 어디에 살든 공정한 의료서비스 접근권 보장을 위한 지역의료체계 강화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대비라는 세 가지 취지로 실시되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최중증 진료와 고난도 수술을 맡고 공주의료원 같은 지역종합병원은 일반적인 중증 진료와 수술을 책임질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은 최중증 진료와 고난도 수술을 맡으며 지역 의료의 거점 역할을 하고 종합병원은 일반적인 중증 진료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진료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3월 28일 발표한 ‘암 환자 진료협력체계 강화방안’이 그중 하나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료협력병원 100곳을 150곳으로 늘리고 이 중 45곳을 암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운영한다. 암 진료협력병원은 암 진료 적정성평가 1·2등급을 받은 우수기관과 암 다빈도 진료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된다. 이렇게 되면 암 치료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지되 치료 후 부작용 등을 진료할 때는 집 근처 종합병원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내 암 환자 상담창구 설치를 추진하고 암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국민에게 적극 안내할 계획이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4월 2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4월까지 연장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시행 중인 응급실 진료 및 회송 지원, 중증환자 입원료 사후보상 등이 4월에도 시행된다. 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인력지원과 진료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추가적인 비상진료 보완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비상진료체계 안정적으로 운영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오히려 계기로 삼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 진료 기능을 강화하는 ‘비상진료 보완대책’을 2월 28일 발표한 바 있다. 응급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4월 1일부터 수도권·충청권·경상권·전라권 4개 권역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운영됐다. 상황실은 24시간 운영되는 컨트롤타워로 지역의사 1명과 상황요원 2~4명이 한 조로 교대 근무를 하며 지역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전원을 지원하는 곳이다.
의료현장의 대체인력 지원을 위해 3월 11일과 3월 21일, 3월 25일 세 차례에 걸쳐 총 413명의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이 의료기관에 파견됐다. 간호사 업무 범위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상급종합병원과 87개 비상진료 공공의료기관에서 약 5000명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활동 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3월 29일 브리핑에서 “이러한 조치들은 의료전달체계 강화를 통해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고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나가는 등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확대되고 있다. 4월 3일부터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시행됐다. 경증질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과 진단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의료개혁을 위한 의료인력 확충 방안의 초점은 인력 숫자를 늘리는 것에만 있지 않다. 정부는 의료인력 확대와 더불어 전공의 처우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월 28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처우 개선을 통해 전공의가 역량 있는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전공의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단축한다. 2026년 2월부터 시행될 ‘전공의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른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총 수련 시간은 주 80시간, 연속근무시간은 36시간으로 제한된다. 또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한 정책 기반을 강화한다. 전공의 관련 정책과 제도를 심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위원 참여를 확대한다. 수련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수련교육에 필요한 비용도 강화한다.
의대교육 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서는 국립대 의대 전임교수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2월 29일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국립대병원의 임상·교육·연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2027년까지 의과대학 전임교수를 1000명까지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 임상교육훈련센터(임상센터)를 확충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간 정부는 임상센터 건립 등에 434억 원을 투입했는데 하반기에 충남대병원 임상센터가 개소돼 운영을 시작한다. 여기에 2025년부터는 임상센터가 없는 강원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에도 임상센터를 구축해 모든 국립대병원에 설치되도록 할 예정이다.
의료진의 의료사고에 대한 민사상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도 병행되고 있다. 의료사고의 사법 부담 완화를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송 이전에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의료분쟁조정·감정제도의 혁신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재정 투자 강화
무엇보다 의료개혁 추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부의 재정 투자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는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하며 재정 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를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박 차관은 4월 3일 “필수의료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의료개혁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즉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를 국방이나 치안과 같은 국가 본질적 기능으로서 격을 높여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0조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지역의료발전기금 조성 등 별도 재정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인 재정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다. 또 기존 건강보험 투자 항목의 효과를 재평가하면서 의료 남용을 줄이고 지역·필수의료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책에 더 과감히 투자한다. 건강보험 무임승차 예방도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라 5월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이 환자의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은 강화된다. 박 차관은 3월 29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인 보상체계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특히 소아분야 보상 강화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으로 5년간 1조 3000억 원 규모의 수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저평가된 고위험·고난도 소아 수술의 정당한 보상을 위해 소아 연령 가산을 대폭 인상한다. 5월부터 281개 항목의 수술처치료와 마취료의 연령 가산을 대폭 확대한다.
고위험 신생아가 지역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수가도 신설된다. 박 차관은 “전문 인력 확보와 유지가 어려운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지원을 위해 5월부터는 지역별로 차등화된 공공정책수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개혁이라는 과업에서 의사 증원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더 많은 충분조건들이 보태지면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우리나라의 의학과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도록 막대한 재정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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