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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스포츠 질서 확립 위한 도핑중재기구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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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학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위원장
최규학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위원장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벌써 석 달, 서로를 격려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경기를 마친 우리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성과는 4년 뒤에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외교적 보이콧, 판정시비, 약물논란 등 스포츠 공정성과 정치, 인권 등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 올림픽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이슈 중 사람들의 이목을 가장 이끈 것은 바로 한국 남자쇼트트랙 황대헌, 이준서 선수의 실격과 러시아 피겨스케이터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의 도핑 위반이었다.

우리나라는 쇼트트랙 판정시비에 있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CAS)에 제소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신속하고 강력한 이의제기를 했다. 그 결과 이후 열린 경기에서 판정 관련 문제가 개선되었고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시의적절하게 제소를 철회하였다. 이는 ‘Field of Play’가 원칙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측에서도 현장심판의 권한을 보장하며 판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과 결정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슈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터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의 ‘약물복용’이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가 도핑 위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했다. 그 이유는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가 2022 러시아 전국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의 도핑 위반 선수이지만, 16세 미만의 보호대상자이며 도핑검사결과통지가 지연된 근거 등을 들어 임시 자격정지가 위법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에게 스포츠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난과 함께 2014 소치동계올림픽 도핑파문의 그림자가 이 어린 선수에게도 드리워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도핑 위반 사건은 현재도 진행 중에 있으며, 미성년자 선수의 도핑 위반 발생 시 관련자들을 평생 징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세계도핑방지기구(World Anti Doping Agency/WADA)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스포츠에서 분쟁의 종류는 다양하며, 서로의 이익이 대립하고 입장이 충돌하여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포츠중재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 현재 스포츠중재기구를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뉴질랜드 등이 있다. 이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도 1984년 설립 후 스포츠와 관련된 분쟁을 일반중재, 항소중재, 특별중재, 반도핑 특별부로 분류하여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그중 ‘도핑중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든 스포츠분쟁을 다루는 중재기구는 없지만 도핑분쟁을 해결하는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orea Anti Doping Agency/KADA)가 도핑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며 공정한 스포츠 환경조성을 위해 교육, 홍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는 독립된 국가항소기구로서 도핑 의무 위반 선수에 대한 공정한 청문과 결정으로 스포츠 질서를 정립하고 있다.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스포츠 핵심가치는 ‘공정성’이다. 따라서 모든 운동선수는 이유를 막론하고 자신의 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선수가 도핑에 적발되면 한국도핑방지제재위원회에서 규정에 맞게 제재를 결정한다. 그 제재에 불복하는 경우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에서는 제재를 감경하거나 취소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유네스코 국제스포츠반도핑협약에 따라 전 세계의 각 종목별 스포츠단체는 구속력 있는 공통된 세계규정이 적용된다. 도핑기술의 발달과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도핑을 시도한 2016년 러시아 도핑사건 등을 계기로 도핑규제와 도핑제재는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상 참작의 기준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1) 주요 활동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는 반도핑 의무 위반에 대한 스포츠분쟁해결기구로, 2009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산하에 설립되었고 세계도핑방지규약의 개정에 따라 2021년 6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으로 이관되었다. 현재는 스포츠중재와 반도핑에 대해 식견이 높은 행정, 법률, 의학분야의 전문가 7명이 중재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사무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인데, 그중 도핑방지 규정위반에 따른 제재결정 불복이 항소 청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선수가 질병치료나 부상회복을 위해 금지약물 또는 금지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치료목적사용면책(TUE) 거부에 대한 불복과, 선수가 부과 받은 임시 자격정지 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를 항소 사건으로 다룬다.

(2) 청문 절차

국내 선수가 한국도핑방지규정, 프로스포츠도핑방지규정을 위반한 경우 한국도핑방지제재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제재가 결정된다. 만약 선수가 제재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 국제수준의 선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하고, 국가수준의 선수는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에 항소한다. 항소제기는 한국도핑방지제재위원회의 결정통지일로부터 21일 이내(프로스포츠는 14일 이내)에 해야 한다. 항소가 제기되면 항소인과 피항소인 측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증거를 서면으로 제출하는데, 필요에 따라 청문일 전까지 서면검토가 진행되며 이 과정을 통해 사건의 쟁점이 파악된다.

항소 청문은 비공개 구술 심리로 진행되며 보안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3명의 항소위원과 항소인, 피항소인이 상호 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양측이 주장하는 바를 모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즉, 항소 청문은 청문의 평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3) 청문 결정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는 국내 도핑중재의 최고심급의 지위를 가지며 항소 결정은 이전 결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청문 결정은 청문이 끝난 후 20일 내에 이뤄지며 서면으로 결정문이 통지된다.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결정에 대한 불복은 세계도핑방지기구,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패럴림픽위원회, 국제경기연맹만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가 가능하다.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운영의 발전 방향

현재 체육시스템 개선을 위해 수많은 정책들이 개발 및 추진되고 있으며, 자국의 스포츠적 입지가 높은 국가들은 이미 스포츠도핑중재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설립 이후 12년을 맞이한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도 국가항소기구로서 도핑유형의 변화와 흐름에 앞장서 내실화를 쌓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음은 분명하다.

(1)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운영에 대한 관심과 지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설립 이후 초기 2년 동안은 단 한 건의 제소도 없었으며 이후 10년 동안 연평균 7건을 처리하는 데에 그쳤다. 이에 국제스포츠계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게 분쟁해결의 우선권과 전속 관할권을 주고 선수들에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의 관할을 인정하는 서약서를 제출해 따르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국제스포츠중재위원회(ICAS)로 발전되어 완전한 독립을 이뤘고 한해 400건이 넘는 중재를 하고 있다. 즉, 스포츠 관련 단체와 유기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지원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체와 협회는 설립목적에 근거한 고유의 권한을 갖고 전문화된 체계를 만들어 성과를 달성해야 하며, 운영과 발전의 영속을 위해서는 정부와 스포츠 관련 단체 그리고 선수들과의 상호협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2)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의 분쟁해결 역량 강화

대부분의 국내 선수들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호소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첫 번째 제재결정부터 최종 항소까지 심리의 모든 수준에서 일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조화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항소 결정에 있어 공통의 국제법 규정 외에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만의 구체적 관점에서 도덕적·실천적인 해결은 필수적이다. 현재 도핑중재 관련 개략적인 연구방향과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각국의 법령체계와 기구의 폐쇄적 운영 등으로 국제기구와의 정보교류 및 협력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국가 차원에서 도핑중재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해외 항소기구와의 MOU을 맺어 운영현황, 행정처리, 항소판례 등의 교류를 통해 도핑중재 기초연구 진행이 필요하다. 각국 프로그램의 교류와 정보교환은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가 다양한 법리해석과 의견을 낼 수 있는 법제정립을 건실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 환경과 문화, 시스템, 특수성이 고려된 공평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K-AD 플랫폼 구축

항소인의 항소권 보장 및 항소 접수부터 결정까지 일련의 처리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스포츠중재가 운영되고 있는 각국에서는 스포츠중재 관련 누리집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항소위원회의 연혁과 중재절차 안내, 관계법령, 제재 및 항소판례 등을 공개하여 항소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스포츠중재 관련 정보의 접근성이 낮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한 개인 항소 시 절차의 복잡성과 자료 증명의 어려움으로 인해 항소권 포기가 발생한다. 또한 개인정보와 의료기록, 유사 사례 등 민감한 정보처리의 한계가 있으며, 당사자의 주장에 따른 증거자료의 양이 방대하여 서면 또는 전자메일로 제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는 운영규정에 따라 기록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항소진술서부터 추가문서, 증거 등의 모든 자료를 전자문서로 관리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의 전자제출시스템 ‘CAS s-filing’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초기 재정 투입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제적인 조기 시스템 구축으로 운영체계를 공고히 해나간다면 향후 운영의 변화를 맞이해도 공백 없이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공정한 스포츠 환경조성과 선수보호를 위한 도핑중재는 중요한 사안이다. 최우선적으로 도핑방지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지만 스포츠강국인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따라 도핑중재의 전문성 제고와 발전된 운영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결정과 대한민국 스포츠의 특수성 및 여건을 감안한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만의 고유한 법적 정립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도핑방지항소위원회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으로 스포츠 질서를 바로잡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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