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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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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공무원 미연 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성실한 워킹맘이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남편과 열심히 맞벌이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나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3년 전 그녀는 돌연 ‘벼락거지’가 됐다고 고백했다.
“저도 남들만큼은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주식이며 코인으로 부자 된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게 ‘벼락거지’구나 싶었죠.”
위기감을 느낀 미연 씨는 열정적으로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두 아이는 남편에게 맡기고 매일 새벽마다 재테크 카페에서 수업을 들었다. 공부한 만큼 돈도 조금씩 불어나자 재미가 붙었다. 주말까지 온전히 투자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그녀는 2년 만에 ‘1억 원 모으기’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 미연 씨는 스스로가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했을까.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뜻밖이었다.
“기쁠 줄 알았는데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제가 그때 느낀 감정은 ‘공허함’이었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죠.”
처음 이 모든 것을 시작한 것은 ‘가족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목표만 보며 달리는 동안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족이 때론 ‘짐처럼’ 느껴졌다. 이를 아이들도 알아챈 걸까. 일곱 살 아이는 오랜만에 주말에 동행하려는 엄마를 말렸다.
“엄마, 바쁜데 안 가도 돼요. 우린 아빠만 있어도 돼.”
모든 사람의 꿈과 목표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2년 전 미연 씨가 느낀 경제적 결핍은 강력한 목표가 됐고 1억 원이라는 자산을 쌓아올렸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의 육체는 하나이기에 한 가지를 높게 쌓으면 반드시 그로 인한 결핍도 함께 쌓여간다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가족과의 정서적 단절, 아이와의 추억 상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대화와 성찰 부재.
그 결핍들이 바로 미연 씨가 말한 ‘공허함’의 실체들이다. 결핍을 해결하고자 달렸지만 결국 또 다른 결핍을 쌓아올리는 성공, 그것을 나는 ‘결핍성공’이라 부른다. 우리 모두 한 번쯤 겪어봤거나 혹은 지금 겪고 있는 인생의 커다란 숙제다. 속도가 곧 경쟁력인 사회에서 세상은 늘 우리에게 강한 목표의식과 빠른 성공을 강요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지혜가 생긴다는 것은 내가 뭔가에 열중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쌓고 있는 결핍을 발견할 줄 아는 눈,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성공과 성과를 쌓아올릴 수는 없다. 때로 성공의 탑은 타의에 의해 멈추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사람들은 내가 산처럼 쌓아놓은 거대한 결핍, 공허의 탑을 발견한다. 그것을 직면하기 전에 그녀처럼 멈출 수 있기를, 직면했다면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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