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종사자 노동권 보장 현장 중심 민주적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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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공유공간 나눔’에 이어 최근 중곡4동 주택가에 다기능 돌봄 공간인 ‘공유공간 돌봄’을 독자적으로 마련했다.
도우누리
정부가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베스트 협동조합’을 최근 선정했다. 대상은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가 받았다. 도우누리는 2013년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했다. 현재 직영사업장 9곳을 비롯해 요양원과 어린이집 각 2곳씩 위탁사업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사회적경제기업 최초로 공립 사회복지시설(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의 운영을 위탁받았다.
▶‘공유공간 돌봄’ 1층은 ‘늘푸른돌봄센터’와 ‘돌봄플러스센터’ 등 재가돌봄서비스 사무실로 사용한다.
사단법인 준비하다 협동조합 설립
7월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1동 도우누리 사무실에서 만난 민동세 이사장은 “애초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니라 사단법인으로 설립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2008년 지역자활공동체로 출발해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도우누리는 2011년 사단법인 창립총회까지 마쳤다. 관련 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를 방문한 민 이사장은 담당 사무관이 한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 사무관이 저한테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서류는 가져온 거니까 접수하라. 그런데 노동행정을 하는 내 눈에는 좀 이상하다. 당신 말대로 하면 사단법인이 회원을 고용해 일을 시킨 뒤 임금을 주고 그 임금에서 회비를 받는 구조라는 건데 당신이 얘기하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의사 결정이 가능하겠냐?’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망치로 한 대 맞는 기분이었어요. 서류를 접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왔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직원들과 함께 협동조합에 대해 학습하며 인적 결사와 기업조직의 특성을 다 가진 협동조합이 도우누리에 가장 맞는 법인 격이라고 판단했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자 한 달 만에 창립총회를 열고 2013년 4월 보건복지부 인가 첫 번째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협동조합 중에서도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이유에 대해 민 이사장은 “우리는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는 공공재이고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 돌봄 쪽에도 자본이 큰 업체 몇몇이 들어와 있는데 제도화된 서비스는 가장 하한선에 맞춰놓고 더 비싼 서비스는 돈 내고 쓰도록 운영해요.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영리적 시각에서는 당연한 거지만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서비스는 매우 낮은 차원으로 깔아버리고 빈부의 문제로 가는 거죠.”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2017년 서울 광진구 7개 사회적경제 기관과 함께 임대료 부담을 줄여 종사자들의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중곡1동에 ‘공유공간 나눔’을 마련했다.
이사 13명 중 11명이 직원
2013년 창립총회에서 도우누리는 ‘노동 통합형 사회적협동조합’을 내걸었다. 돌봄 종사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현장 중심의 민주적 운영 원리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뭐가 직원 중심이냐”는 질문에 “결국 의사 결정”이라고 답한 민 이사장은 “일상적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의 구성을 직원 조합원이 3분의 2 이상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도우누리 이사 13명 가운데 11명이 직원이다. 전체 조합원 907명 가운데 직원 조합원은 615명이다.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사회의 모든 결정이 순조로울 수만은 없었다. 2016년 도우누리가 위탁받아 운영하던 중랑노인전문요양원에서 횡령 사고가 났다.
“통장을 관리하던 직원이 어르신들 돈에 손을 댄 거예요. 확인해보니 피해 금액이 억대에 피해자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피해 배상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오후 6시에 시작된 이사회는 자정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피해 금액을 법인이 해결하는 데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도우누리에는 직영사업장과 위탁사업장 등 시설 돌봄 종사자보다 방문요양, 방문목욕, 노인맞춤돌봄, 가사·간병 방문 등 재가 돌봄 종사자가 더 많다. 재가 돌봄 종사자들이 번 돈으로 메우느니 재수탁을 포기하자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결정투표권(캐스팅보트)을 쥔 민 이사장이 재수탁에 표를 던지며 ‘전설의 이사회’는 6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위탁받은 사회복지시설을 이런 문제로 포기하면 다른 사회적경제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였어요. 그렇게 팽팽하게 논의했는데 결정한 뒤에는 이사들 모두 적극 지지하면서 실제 2년 걸려 피해 배상까지 마쳤습니다.”
▶‘노동 통합형 사회적협동조합’을 표방하는 도우누리의 이사 13명 가운데 11명이 직원이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현재 직영사업장 9곳을 비롯해 요양원과 어린이집 각 2곳씩 위탁사업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 건물 이어 자체 돌봄 공간 마련
지금 도우누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2017년 광진구 7개 사회적경제 기관과 함께 마련한 ‘공유공간 나눔’이다. 각 기관이 보증금만큼 투자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들였다. 대출이자는 각 기관이 임대료처럼 부담한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각 기관이 부담하는 이자(임대료)도 7월부터 12% 올랐다.
공유공간 나눔을 마련한 취지는 각 기관이 임대료 부담을 줄여 종사자들의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도우누리는 돌봄 업종 전체의 임금 수준을 상향평준화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기본급에 다른 업체에서 주지 않는 수당을 더하다 보니 다른 업체 시급보다 더 높다고들 하는데 조사해보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르겠고 다만 우리가 임금을 결정한 뒤에 지역의 다른 업체들이 임금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전체를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봐요.”
최근 도우누리는 다기능 돌봄 공간인 ‘공유공간 돌봄’을 독자적으로 마련했다. 사무실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자 중곡4동 주택가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신축 건물이 나타났다. 3일 뒤 이사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민 이사장은 1층은 ‘늘푸른돌봄센터’와 ‘돌봄플러스센터’ 등 재가 돌봄 서비스 사무실, 2층은 ‘도우누리노인주간보호센터’의 어르신 생활실, 3층은 어르신과 직원의 프로그램실 등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인상적인 공간은 지층이었다. 경사진 땅에 세워진 건물이라 마치 1층 같은 곳에 주방 등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접이문(폴딩도어)를 열면 주차장까지 연결돼 작은 행사도 가능해 보였다.
민 이사장은 “어르신을 위한 식사와 반찬 지원부터 가난한 사람의 작은 장례식까지 새로운 돌봄 공간을 상상하고 있다”며 “어르신의 영양 돌봄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실현하려면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라고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2013년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했다.│도우누리
자회사는 망했지만 사업은 성공?
도우누리의 영양 돌봄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8월 중곡2동에 돌봄 식당 ‘따뜻한 밥상’을 열었다. “지역 어르신들의 욕구 조사를 해봤더니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영양 문제가 가장 컸어요. 도시락은 배달비가 너무 비싸 할 수 없으니 어르신이 많은 주택가에 식당을 내자고 한 거였죠.”
도우누리가 100% 출자해 자회사로 출발한 ‘따뜻한 밥상’은 8개월 만에 망했다.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식당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 인건비 부담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당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자회사를 접으면서 지역에 있는 자활근로사업단에 식당 운영을 제안했어요. 대신 영양 돌봄 기능은 계속 가져가는 조건으로요. 영리적으로는 망했다고 보겠지만 지금도 많은 어르신이 식사하고 일하는 이들은 자립해 나가니 그 가치가 유지되는 거로 만족합니다. 그런 판단의 차이가 사회적협동조합이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글·사진 원낙연 기자
6개 협동조합 분야별 최우수상
정부,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 12월 발표
협동조합 기본법은 협동조합의 설립·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2012년 12월 시행됐다.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2022년 베스트 협동조합 어워드’를 진행했다. 교육, 과학·기술, 보건·복지, 농업·농촌, 환경, 문화·예술, 기타 등 7개 분야에서 모두 173개 기관이 응모했다. 응모 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와 전문가·국민 참여 심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공정한 평가를 거쳐 수상 기관을 선정했다.
분야별 최우수상은 ▲에이치비엠사회적협동조합(교육) ▲대덕과학기술사회적협동조합(과학·기술) ▲협동조합농부장터(농업·농촌)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환경)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문화·예술)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기타) 등 6개 기관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7월 9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열렸다.
성창훈 기재부 장기전략국장은 “베스트 협동조합으로 선정된 조합들에 축하와 함께 10년 동안 협동조합 성장을 위하여 애써주신 현장 관계자들께 감사하다”며 “정부는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지난 10년의 성과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10년 동안 협동조합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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