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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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스네일
“혹시 MBTI가 뭐예요?”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다. MBTI는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일종의 심리 테스트인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이 성격 유형 검사가 인기몰이를 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MZ세대가 특히 이런 테스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떤 세대보다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놀이 문화가 비단 최근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MBTI 이전에도 ‘부먹파냐, 찍먹파냐’라든지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느냐, 꼬리부터 먹느냐’ 등의 취향 가르기는 늘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말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취향이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할 때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화장품을 살 때 이 제품, 저 제품을 탐험하며 써보기보다는 우연히 샀는데 나에게 잘 맞는 제품이 있으면 굳이 다른 것에 관심을 더 두지 않고 그 제품이 단종될 때까지 쓰는 편이다.
특히 몸에 감각적으로 닿는 것일수록 더 익숙한 것을 좋아해서 거적때기가 될 때까지 쓰다 버리는 편인데 면이 빳빳한 새 잠옷보다는 목이 늘어질 대로 늘어진 티셔츠를 꿰매서 입고 신발도 구멍이 나고 찢어질 때까지 신는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으나 아무렴 어떤가? 나는 이런 익숙함이 좋고 익숙함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자기 규정이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이루는 데에는 방해가 될 때도 있다. 내가 오랫동안 고치고 싶던 악습관이 바로 그랬다. 십여 년간 유지해 온 습관 중에 자기 전에 양치질까지 다 한 후에 이불 위에서 간식을 먹다가 잠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나는 밤에 간식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와’라고 스스로 규정지어 생각했던 것이다.
이 오래 정든 습관을 깨트리게 된 계기는 간헐적 단식의 시작이었다. 올 초부터 새해 목표로 시작했던 간헐적 단식의 시간을 지키다 보니 자연히 밤에 간식을 안 먹고도 잘 수 있게 됐는데 사소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단순히 습관을 고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십수 년간 절대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 온 악습관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거였다니! 오래되고 강한 부정적 믿음이 와장창 깨진 순간이었다.
떼어낼 수 없는 나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면면들이 전부 사실은 아니다. 바뀔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사소하지만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을 해내고 나니 그동안 스스로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다른 일들도 사실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긍정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를 가두었던 틀에 좀 더 대항하며 살기로 했다. 절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할 것이다. 포기는 그렇게 수차례 더 의심하고 대항해 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만약 그렇게 해보고도 안되는 일이라면 그때는 좀 더 홀가분하게 놓아줄 수 있을 테니까.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규정이 당신의 가능성에 한계를 긋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의심해 보았으면 좋겠다.
댄싱스네일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_ 외 두 권의 에세이를 썼고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매일 그리고 쓰는 자가 치유를 생활화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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