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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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교사 등 ‘사’자가 들어간 직업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런데 이 직업들을 한자로 쓸 경우에는 판사(判事) 검사(檢事) 변호사(辯護士) 의사(醫師) 교사(敎師)로 ‘사’라는 글자가 각양각색이라는 사실 아셨나요? 게다가 저마다 지닌 뜻도 모두 다른데요.

판사, 변호사, 같은 ‘사’자가 아니다
판사(判事) 검사(檢事)는 ‘일 사(事)’자를 사용하는데요. ‘-事’는 그러한 일을 맡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로 일에 대해 직책과 직위를 가진 임명직에 쓰입니다. 공무원일 때는 나라에서 그 일을 맡기고 일반 기관에서는 각 기관에서 일정한 직무를 맡길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따라서 판사는 판결 업무를, 검사는 검찰 업무를 해내라고 맡긴 사람이기 때문에 ‘-事’를 씁니다. 법인의 이사(理事)나 감사(監事)가 ‘-事’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데요. 참고로 한자 ‘事’는 일만 뜻하는 게 아니라 ‘부리다’ ‘(일을) 시키다’의 뜻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事’를 쓰는 판사 검사와 달리 대사와 공사는 ‘하여금/부릴 사(使)’자를 사용합니다. 이는 조선시대 관찰사(觀察使) 어사(御使) 등 직급이 높은 관헌(대체로 정3품 당상관 이상)에게 ‘-事’가 아닌 ‘-使’를 써서 우대해준 전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 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파견되는 최고위 외교관이 대사이고 대사 바로 아래가 공사이기 때문에 예우해 그 표기도 각각 ‘大使’ ‘公使’로 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사’자는 무엇일까요? 변호사(辯護士)는 판사 검사의 ‘-事’가 아닌 ‘선비 사(士)’자를 쓰는데요. 변호사 외에도 회계사(會計士) 속기사(速記士) 변리사(辨理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등에도 ‘-士’가 붙습니다. ‘-士’는 각 분야의 이론과 지식에 통과한 전문직업인에게 쓰는 말로 일정한 조건이나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주는 자격증을 지닌 사람들을 일컫는데요.
프로바둑 기사(棋士/碁士) 역시 일정한 나이를 넘기기 전에 몇십 대 일의 입단 대회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자격이기 때문에 ‘-士’ 자를 붙입니다. 이밖에 석사(碩士) 박사(博士) 조종사(操縱士) 등에도 ‘-士’를 씁니다.

왜 ‘의사선생님’이라 부를까?
의사는 ‘의원 의(醫) 스승 사(師)’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스승이라는 말뜻의 ‘-師’가 교육·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교사(敎師)와 목사(牧師)에 쓰이는 것은 당연한데 왜 전문직인 의사에도 ‘-士’가 아닌 ‘-師’를 사용할까요?
이는 의료 관련 협회에서 지정했는데요. 그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의사라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다른 직업군에 비해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과 둘째, 옛날에는 백성들에게 치료의 손길을 내밀었기에 백성들이 존경의 의미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의사 외에 약사(藥師) 간호사(看護師)에도 ‘-師’가 붙는 걸 보면 이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기능인(士)이 아니라 인술을 베푸는 직업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사람들이 ‘의사님’이라 하지 않고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있었네요.
그런데 이발사(理髮師) 미용사(美容師) 요리사(料理師) 마술사(魔術師) 사육사(飼育師) 등에도 ‘-師’가 쓰이는 점은 의외인데요. 이는 ‘인간의 정신이나 육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몸수고(몸으로 힘들이고 애씀)가 곁들여져야만 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을 얻습니다.
8월 23일은 ‘처서’입니다.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처서엔 따갑던 햇볕도 누그러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데요. 처서에는 추어탕과 전어, 대하가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데요. 이번 주말엔 처서에 먹으면 좋은 음식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며 약해진 기력을 회복해보는 건 어떨까요?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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