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편 속도 낸다 1차-2차-상급종합 병원 역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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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의료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이탈로 시작된 비상진료체계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전문의 중심의 병원을 만드는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3월 13일 가진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의 비상진료체계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중등증(중증과 경증의 중간) 이하의 환자와 경증의 외래수요는 종합병원과 지역의 병·의원이 각각 담당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는 상황은 그동안 우리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상황을 계기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정부의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다. 상급종합병원, 2차병원, 1차병원의 종별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은 임상·연구·진료 역량을 고르게 강화시킨다.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 기관이 되도록 육성하고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 1월부터 시행 중인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를 지역으로 회송하는 동시에 회송된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다음으로 2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높이고 보상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진료권(병상 이용 생활권)별 3~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병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문병원 키우고 진료 협력 네트워크 구축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2차 의료기관인 전문병원 제도도 전면 개편된다. 병원의 전문성을 키워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2011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3월 현재 심장, 뇌, 수지접합 등의 19개 질환 유형별로 109개 전문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 제도하에서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더라도 ‘의료 질 평가 지원금’과 관리료를 지급받는 것 외의 특별한 지원은 없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역량 있는 전문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환자를 전문병원으로 전원해 치료할 수 있는 특수·고난도 전문병원도 특화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료전달체계에서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을 맡는다. 병·의원에서 환자의 초기증상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협력을 강화하고 의원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게 병상과 장비기준 등 제도도 합리화한다.
나아가 1·2·3차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체계도 구축할 전망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선정된 권역에는 3년간 최대 500억 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다. 시범사업을 통해 권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상호 경쟁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체계도 대폭 강화된다. 중증·응급 심뇌혈관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2월 26일부터 실시되고 있는데 전국 총 65개 기관, 1317명의 전문의가 골든타임이 필요한 심뇌혈관 질환을 신속하게 진료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박 차관은 3월 13일 브리핑에서 “소아진료에 대해서도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상반기 내 조속히 시작할 계획”이라며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진료에 대한 보상과 추가적인 수가를 신설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지역의료를 강화하고자 국립대병원 등 지역 거점병원을 수도권 ‘빅 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역별 의료 수요와 의료진 확보 가능성 등 의료 공급요소를 지표화한 ‘의료 지도’를 만들어 지역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는 데 활용한다.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하고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현행 40%에서 대폭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문의 중심 병원 양성해 의료개혁 달성
4대 의료개혁의 또 다른 축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이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을 계기로 삼아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해온 구조를 바꾸고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게 구조를 혁신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3월 13일 브리핑에서 “수련생인 전공의 이탈로 생기는 의료현장의 불편은 그동안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온 왜곡된 의료체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대학병원의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 수련생인 전공의를 제대로 수련하고 환자에게는 전문의 중심의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해 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게 유도한다.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 의사 배치기준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0.5배로 산정하는 등의 유인책도 사용한다. 또 대학병원에 좋은 전문의 일자리를 늘린다. 2월 29일 정부가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예다.
대학병원의 임상·연구·교육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임무 중심의 연구과제인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글로벌 수준의 연구 지원을 위해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박 차관은 3월 12일 브리핑에서 “연구개발(R&D) 예산 감축 기조하에서도 보건의료 분야 R&D는 2023년 대비 13% 증액했다”며 “R&D 투자 강화와 함께 의료인력이 임상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R&D 인건비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 지원도 추진된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줄이는 시범사업 모델을 만들어 2025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고용 환경도 개선한다. 1년 단위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해 장기고용을 보편화하고 육아휴직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방침이다.
가용 자원 총동원 비상진료체계 유지
비상의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중등증 환자의 수술·입원·외래 건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중증과 응급진료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증 이상의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도 최중증과 중증의 응급진료는 유지되고 있다. 중등증 이하의 환자는 종합병원으로 전원해 치료하고 있는데 이들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병원 간 협력진료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3월 6일 국무회의에서 1285억 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하고 3월 7일 중대본 회의에서 월 1882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예비비는 야간과 휴일 비상당직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공보의·군의관 파견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환자가 중증도에 맞게 병원을 전원하고 치료가 가능한 지역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경우 구급차 이용료를 지원한다.
건강보험은 비상진료 기간 중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사후보상을 강화하고 전문의가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추가로 보상받도록 정책지원금을 신설하는 데 쓰인다. 응급실 전문의에 대한 보상도 늘리고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을 계속 강화해나가고 있다. 3월 11일부터는 20개 의료기관에 4주간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해 기관당 10명 내외의 추가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병원 간 진료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병원 내 진료협력센터 지원을 통해 병원 간 환자 의뢰와 회송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도 운영한다. 병원으로 복귀할 의향이 있어도 불이익을 우려해 복귀하지 못하거나 현장을 지키면서 어려움을 겪는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고할 수 있는 두 개의 직통번호를 운영하고 향후 온라인을 통해서도 신고·접수가 가능하도록 활용 채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개혁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2000명 의사 증원은 의료개혁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는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해 간호대 정원을 계속 늘려왔다. 2010년 1만 4385명이었던 간호대 정원은 2025년 2만 4883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활동 간호사 수도 2010년 16만 명에서 2020년 28만 5000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간호인력의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 차관은 “정원을 늘려도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인력과 달리 의사인력은 늘어나지 못했고 그 사이 의료체계마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3월 14일 브리핑에서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료개혁 4대 과제를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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