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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즐거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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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가차 한국에 가서 휴대용 가습기를 구매했다. 평소 비행할 때 조종석 안이 너무 건조해서 잔기침도 많이 나고 목도 아프고 피부도 바싹 말라간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휴가가 끝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복귀할 때 가습기를 잘 챙겨왔다.
오자마자 빡빡한 비행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해 브리핑을 마친 다음 이륙 절차를 마쳤다. 비행기가 창공을 향해 솟았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이른 후 가습기 스위치를 켰다. 습기가 분무되면서 촉촉함의 결정체들이 밀려왔다. ‘아, 정말 사길 잘했다!’ 뿌듯함과 함께 옆에 있던 아랍 출신 기장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느껴졌다.
“그게 뭐야?” “응 캡틴, 이거 휴대용 가습기야.” 어디서 샀냐고 캡틴이 다시 물어본다. 한국에서 샀다고 하니 “I know you’re Korean(나 너 한국인인 거 알고 있다고)” 하며 크게 웃는다. 그러면서 “advanced technology!(선진 테크놀로지)!”라고 덧붙였다.
‘아니, 가습기 정도로 기술 강국 소리를 들을 말인가?’ 하고 생각했으나 어차피 농담조였고 분위기도 유쾌해서 같이 실없이 웃었다. 그 뒤로도 “얼마냐”, “다음에 한국 갈 때 나도 하나 사줄 수 있냐” 등의 말을 들으며 그날 비행은 잘 마무리됐다.
비슷한 기억이 또 있다. 인도 크루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무슨 재미있는 얘기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비자가 필요한지 아닌지 몰라서 논의하고 있던 참이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크루가 “한국은 비자 필요 없잖아. 여권 파워 세계 1~2위라며. 너흰 좋겠다. 이런 고민 안 해도 돼서”라고 말했다. 조금 멋쩍었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고정관념이 있다. 국적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바이처럼 세계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더욱 그렇다. 어느 나라 사람은 게으르고 어느 나라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고 등과 같은 인식들이 암암리에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중동에서 일하면서 ‘한국인’이라는 게 플러스로 작용했지 전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다. 비행할 때 크루끼리 어디 출신이냐고 묻는 것이 관례인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꼭 가보고 싶다”, “드라마에서 많이 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외국인에게 한국과 한국인은 ‘잘사는 나라’, ‘기술 강국’, ‘옷 잘 입고 세련된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전자는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K-드라마’, ‘K-팝’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겠다.
이런 일들을 몇 번 겪다보니 그들의 호의적인 인식을 유지하기 위해 나부터 행동 처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다른 한국인의 덕을 내가 보고 있는 셈이니까.
사실 하나 고백할 게 있다. 휴대용 가습기를 부러워하는 캡틴에게 끝까지 진실은 말하지 못했다. “근데 캡틴, 사실 이 가습기 메이드 인 차이나야.” 한국에 대한 그의 긍정적 인식을 위해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갖고 들어가야겠다. 하하.


원요환
프로N잡러 중동 파일럿. 국내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민항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가, 리포터, 콘텐츠PD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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