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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진료’ 차질 없이 작동될 수 있게 예비비 1285억 원 긴급 투입 40개 의대 3401명 증원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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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 중인 비상의료체계의 안정적 작동을 위해 1285억 원 규모의 예비비를 투입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6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필수진료를 위한 의료인력 투입, 의료진의 헌신에 대한 보상, 환자 상태에 맞는 전원과 치료를 위해 예비비 1285억 원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정부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현장의 의료진을 보호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편성된 예비비는 보건복지부 1254억 원, 국가보훈부 31억 원이다.
정부는 이번 예비비로 2월 19일과 2월 28일 발표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과 ‘비상진료 보완대책’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차질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의료인력을 보강하고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인력의 야간·비상 당직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공보의·군의관 등을 민간병원에 파견한다. 지역주민이 진료받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공공의료기관 의료진의 평일 연장진료, 주말·휴일 진료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의료이용과 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예산도 신규로 편성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의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료협력센터를 중심으로 환자 전원체계를 강화하며 일반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전원 환자를 진료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중증·응급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병원 간 이송을 지원하고 치료 가능한 지역병원으로 옮기는 환자에게는 구급차 이용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예비비를 편성해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비하는 가운데 의료개혁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2월
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교육부가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대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 증원을 신청했다. 정부가 발표한 목표치 2000명은 물론 각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를 뛰어넘는 수치다. 의대가 있는 대학이 모두 증원을 희망한 것이다.



의과대학 증원 신청 규모 예상 웃돌아
구체적으로 서울 소재 8개 대학에서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에서 565명 등 수도권 13개 대학에서 총 930명 증원을 신청했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 증원을 신청했다. 비수도권 의대 증원 신청 규모가 전체의 72.6%를 차지했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3월 5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규모가 “2023년 11월 조사한 증원 최대 규모를 상회하는 수치”라면서 “2023년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실시한 사전조사 결과는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이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연일 각 대학에 증원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주지 않겠다”고 단언한 데 따라 모든 대학이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대학의 신청 결과는 평가인증기준 준수 등 의료의 질 확보를 전제로 2025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규모가 2000명을 월등히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비율이 72%로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지역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역량, 지역과 필수의료 지원의 필요성,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원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브리핑에서 “대학별로 정원 증원 수요를 받고 운영계획도 받았다”며 “정원 배정을 위한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복지부와 교육부뿐 아니라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대학별 구체적인 신청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심 기획관은 “그 부분은 정원을 배정할 때 심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밝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여건 확충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이유도 대학별 정원 배정이 선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심 기획관은 일각에서 정부가 대학에 압박을 줬다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의대정원 신청은 대학의 자율적인 의지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 돌입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증원에 나서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은 계속됐다. 중대본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현장에 복귀하면 처벌을 면하겠다고 제시한 2월 29일의 ‘데드라인’을 넘겨 사흘의 연휴가 끝나고도 근무지에서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의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3월 4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4년 차 9970명에 대한 현장점검과 서면보고 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근무지 이탈자는 8983명이었다.
정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사직서를 내고 실제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3개월간 의사면허를 정지한다는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행정처분은 사전통지, 의견진술, 처분의 과정을 거쳐 이행된다. 미복귀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의료공백들도 고려해 행정처분이 이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력의 한계와 미복귀 전공의 규모를 고려하면 행정처분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이미 통보한 행정처분이 철회되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조규홍 중대본 1차장(복지부 장관)은 3월 4일 중대본 회의에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이유든 의사가 환자 곁을 집단으로 떠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에 따른 처분을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3월 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국가와 의사에게 아주 강한 공적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국가는 헌법 제36조에 따라 국민 보건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의사는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부여되는 것”이라며 “의사의 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조치는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필수의료 유지하는 비상진료체계 구축
대신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빈틈없이 갖추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과 ‘비상진료 보완대책’은 차질 없이 시행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필수진료 기능과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이상적인 ‘의료 이용 및 공급체계’를 작동시킨다. 이는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비응급 환자는 인근 병·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증환자나 난이도가 높은 치료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수가 인상 등 대책도 마련한다. 소방청과 협의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게 중증도에 따른 이송지침을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중증·응급환자가 원활하게 전원할 수 있게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긴급상황실)’을 조기 가동한다. 정부는 당초 응급실에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할 때에 대비해 광역 단위 전원 조직인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4곳에 5월 열 예정이었다. 이를 비상진료상황에서 조기 개소해 4개 권역의 전원 지원 역할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긴급상황실에서는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환자의 전원이 필요한 경우 의료진이 직접 긴급상황실에 지원을 요청하면 환자의 중증도, 해당 병원의 최종 치료 가능 여부, 병원의 역량 등을 고려해 전원할 적정 병원을 선정한다.
한편으로 정부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중심으로 평일 진료를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실시한다. 국군수도병원 등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도 민간인에게 개방된다.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공보의·군의관 등을 인력이 필요한 기관에 파견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추가 의료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교수·전임의가 당직근무를 하는 경우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동네 문 여는 의료기간 정보 제공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응급의료포털 E-Gen(www.e-gen.or.kr)을 통해 동네 문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전면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는 초·재진에 관계없이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 없이 희망하는 병·의원 등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실시비율 제한이나 횟수 초과 금지 등의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의약품 재택수령 범위는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 불편자(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 등 현행 시범사업 기준을 유지한다.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통해 비상진료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증·응급진료와 최종진료 수가를 인상하고 경증환자가 병·의원급으로 전원할 때 회송료 수가도 높이는 등 대형병원의 진료 부담을 완화하고 비상진료 참여인력에게 보상을 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비상진료에 성실히 참여한 의료기관에 행정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공공의료기관평가, 응급의료기관평가 등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3월 5일 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며 비상의료체계가 의료체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의사가 부족해 수련생인 전공의에게 의존해왔고 비중증 환자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설계·운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 개선
정부가 지적하는 왜곡된 의료체계는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빅5’ 대형병원의 의사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높게는 40%를 넘는다. 상급종합병원에만 쏠리는 환자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병원들은 전공의 인력을 백분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반면 보상은 낮아 전공의들을 병원이 수행하는 필수의료 분야에 남도록 유인할 만한 요소가 없다.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력의 번아웃(탈진 증후군)을 해결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것과 더불어 왜곡된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지역·필수의료의 붕괴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대정원 증원은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의 긴 대기시간, 상경진료에 지친 지역의 환자들, 응급실 뺑뺑이, 지역병원의 의사 구인난 등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다양하다.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3.7명인데 우리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에 그친다. 이러다 보니 의사들의 진료 건수도 OECD 국가 중 월등히 많다. 반면 의료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입원 일수가 이르면 2035년에 2022년보다 45%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사집단 또한 고령화되고 있어 임상경험이 풍부한 젊은 의사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금 의대정원을 2000명 늘려도 전문의는 10년 후 배출되는 만큼 의대정원 증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3월 6일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의사양성 확대를 기본으로 하면서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하기 위해 필수의료 패키지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위한 의료개혁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
윤 대통령은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기존의 기형적 병원 운영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만 하는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의 중심의 인력구조 재편과 숙련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적극 활용 등을 통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수련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전공의가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유능하고 전인적인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왜곡된 상태로 방치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빅5 병원이 중증·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비중증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개혁의 주요 정책과제 중 중장기적 구조개혁 과제 등을 검토하고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다.
이처럼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박 차관은 3월 5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의료개혁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책무”라면서 “국민 보건을 위한 의료개혁이 특정 직역에 의해 후퇴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는 그간 의사의 반대에 가로막혀 개혁을 이룰 수 없었던 과거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굳어진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의료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는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나갈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오직 국민과 미래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가겠다”는 다짐이다. 윤 대통령은 3월 6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반드시 완수해내겠다”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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