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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위기상황에서 군 병원은 최후 방어선 최고의 인프라로 국민 건강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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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개방한 국군수도병원 석웅 병원장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12개의 군 병원이 진료공백을 메워주기 위해 뛰고 있다. 2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2월 20일부터 민간에 응급실과 외상센터를 개방한 군 병원에선 의료진 부족 사태로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거절당한 민간인들이 찾아와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50대 남성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A씨는 작업 중 날카롭고 무거운 자재와 함께 낙상해 양쪽 발목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두 군데 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하게 됐다. 상황을 전해들은 국군외상센터에서는 신속히 응급수술 준비에 나섰다. A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마취·외상 등 관련 전문 의료진이 곧바로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한쪽 다리에 2명씩, 4명의 군의관이 동시에 두 팀으로 수술을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시간이었다.
석웅 국군수도병원장은 “A씨는 순조롭게 회복해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A씨뿐 아니다. 약 2주간 60여 명의 민간인이 국군수도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국군수도병원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 병원으로는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수도치과병원과 국군외상센터를 보유한 종합병원이기도 하다. 국군수도병원이 보건의료 위기상황에서 방어선 역할을 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석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임무를 수행했고 그 이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국군수도병원은 의료 방어진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2월 22일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국군수도병원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석 원장은 “민간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중증환자를 받아들이고 모든 역량을 환자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 원장은 육군사관학교 47기로 임관 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국군의무사령관을 마치고 예편한 뒤 2021년 국군수도병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이후 국군수도병원의 의료역량을 한층 강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국군수도병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들어봤다.

국군수도병원에는 군 장병만 방문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민간인의 모습도 눈에 띈다. 평소에도 민간인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인가?
국군수도병원의 국군외상센터는 2023년 1월부터 진료 대상을 확대해 대국민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경기 동부권에는 이곳 외에는 권역외상센터가 없다. 때문에 중증외상환자가 적시에 치료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외상환자에 대한 골든타임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국군수도병원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대국민 진료를 위해 법적·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고 우수한 진료진을 추가로 확보하는 일을 마쳤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외상환자 후송과 진료에 대한 협약도 체결해 2023년 1월 1일부터 경기 동부지역의 민간인 외상환자를 후송받아 치료하고 있다.

민간 환자들이 많이 오나?
2023년의 경우 국군외상센터 치료 사례 중 40%가 권역 내 민간 외상환자였다. 2023년 6월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난 사고로 부상당한 환자, 8월 수인분당선 서현역 인근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고에서 발생한 외상환자, 10월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돌진한 차량에 치여 하지 절단 위기에 놓인 환자 등을 신속한 수술을 통해 회복시킨 사례 등이 있다.

국군외상센터의 의료역량이 상당해 보인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국군외상센터의 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센터가 생기게 된 목적, 센터에서 주로 진료하는 환자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특히 군 작전이나 훈련 중 폭발물 때문에 생긴 특수외상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많다. 2022년 지뢰 폭발사고로 오른쪽 발목에 큰 부상을 입었던 표정호 병장의 발뒤꿈치 재건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국군외상센터의 문기호 중령과 외상수술팀이 집도한 수술이다. 민간병원에서는 절단해야 한다고 했던 응급외상환자의 헬기 항로를 국군외상센터로 변경해 하지 접합수술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킨 사례도 있다.

국군외상센터는 언제 생겼나?
2022년 4월에 문을 열었다. 국군외상센터에는 소생술과 검사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외상소생실과 2곳의 외상 전용 수술실, 20병상 규모의 중환자실 등 최신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과 장비라고 자랑할 수 있다. 센터를 건립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들을 벤치마킹하고 완벽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센터만의 ‘원스톱 지원체계’가 갖춰졌다.

원스톱 지원체계가 뭔가?
응급외상환자를 최단 시간 내 이송해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옥상 헬기장에서 지하 1층 외상소생실까지 한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모든 시스템이 최단 시간 내 환자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외상환자가 발생하면 맨 먼저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로 신고가 접수되고 최적의 후송경로를 판단해 의무후송항공대의 전용헬기가 전·후방 각지에서 외상센터까지 환자를 후송한다. 이렇게 후송된 환자는 최단 시간 내에 외상소생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외상 분야뿐 아니라 의료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군수도병원은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국군의무사령부의 중심 의료기관이다. 실제로 우리 병원은 4부·5실·2센터와 치과병원을 가지고 있는 종합병원이다. 외과, 정형외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의학과, 한의과 등 세부 분과를 포함한 30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급 전문의 40여 명이 근무하고 첨단 의료장비도 갖추고 있다. 이런 인프라 덕분에 병원에서 이뤄지는 외래진료만 하루에 1200건이고 평균 30여 건의 수술이 진행된다.

병원에 들어섰을 때 민간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군 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병원이 지향하는 바는 같다고 생각한다. ‘환자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장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자가 편해야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의 많은 곳을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외래 진료구역을 1·2층에 배치해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군 병원의 특성상 진료 환자가 많은 정형외과 같은 진료과의 진료실을 늘렸고 환자가 붐비는 오전 진료시간을 확대했다. 무인 접수 자동화 시스템(키오스크)도 도입해 대기시간도 줄였다. 카페나 편의점 같은 편의시설도 적극적으로 입점시켰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과거 군 병원은 시설이나 의료역량이 좋지 않은 곳으로 인식됐다. 변화에 나선 계기가 있었나?
평소에 나는 ‘행복한 병원장’이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 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환자는 아주 젊다. 이들에게 건강을 되찾아주고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님께 돌려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찬 일인가.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 행복을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군인으로서 받은 행복을 돌려줄 수 있는 길은 보다 행복하고 편안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병원 전체로 생각을 넓혀도 마찬가지다. 군 병원은 공공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병원이 돼야 한다. 국가의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빈틈을 메워주고 방어선을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했나?
코로나19 상황을 되짚어보면 국가적 위기를 맞았을 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약 900명의 국민과 군 장병을 치료하고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백신 예방접종, PCR(유전자 증폭) 검사 지원 같은 범정부적 의료지원에 앞장서기도 했다.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한 코로나19 감염 외상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냈던 사례를 생각해보면 우리 병원이 외상과 감염병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역량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국군수도병원의 목표는 뭔가?
우리가 가진 강점인 외상과 재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국군외상센터가 급성기 치료를 제공하고 국군수도병원이 환자의 회복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렇게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외상센터를 ‘치료와 재활이 함께하는 외상 중심의 국내 최고 병원’으로 만들 것이다. ‘외상 급성기 첨단 재활센터’ 설립을 계획 중인데 외상환자의 치료부터 재활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국내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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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

12개 군 병원 응급실 개방하고
공공병원 진료시간 연장
2월 19일 발표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이 비상진료체계에 돌입했다. 12개 군 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게 개방한 것도 그중 하나다.
다른 공공의료기관도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적십자병원과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 공공병원 97곳은 민간병원에서 환자를 받아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공공병원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지방의료원 35곳과 보훈병원 6곳,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환자 등을 위해 운영하는 병원 9곳이 포함돼 있다.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이 연장됐고 31개 시·군 보건소 진료시간도 확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반드시 완수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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