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준의 보건의료인력 유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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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원의 배분정책이란 모든 지역의 주민이 골고루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자원을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의료자원배분정책에서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가 보건의료인력 정책이다. 왜냐하면 보건의료인력은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자원으로 그 양(量)과 질(質)은 의료공급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부문은 의사가 환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 질병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 발생의 불확실성, 그리고 이로 인한 공급자 유인수요(induced demand)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의료 특성상 시장실패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력수급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국가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 못받는 의료취약인구 증가
특히,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하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의료취약인구가 증가한다. 따라서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을 적정수준 유지해야 하고 그리고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와는 다소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인력 특히 의사 공급부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부족 문제는 총량적인 공급부족과 함께 지역 간 불균형 문제와 전문과목 간 불균형 등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수는 2021년 인구 1000명 당 2.56명으로 OECD국가 평균인 3.73명의 68.6% 수준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의사통계는 한의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를 제외하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국가에서 가장 낮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전망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2035년에 2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의사부족 문제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확대시키고, 의료 취약 지역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 분만,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 취약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 인천, 경기, 강원을 포함한 전국에서 총 98개의 의료취약 지역이 발생하였다.
또한 분만을 위한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이 어려운 분만취약지역은 전국적으로 72개의 지역이 해당한다. 더구나 전문 질환 자체 충족률도 지역 간 차이가 크다. 서울은 92.9%로 가장 높은 반면, 경북은 25.6%, 세종은 8.4%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급성기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입원 치료 제공률 및 발병 후 입원 소요시간도 지역 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필수의료분야에서 지역 간 의사의 격차는 지역 간 사망률과 건강 불평등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의사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앞서 언급한 공급자 중심의 의료 특성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직면하는 문제이며, 시장기능에 의해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은 입학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과대 설립·지역의사제 도입
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와 함께 정부가 의료취약지역에 직접 의과대학을 설립해서 필요한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등 적극적인 맞춤형 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도 의료취약지역과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에 직면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입학정원확대와 함께 두 가지 맞춤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공공의과대학인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해서 지역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여 지역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72년 지역에 근무할 의사인력을 직접 양성하기 위하여 공공의과대학인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하였다. 지역별로 입학생을 선발하여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9년 동안 해당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계약한다.
학생은 의무복무 기간 종료 후에는 자유롭게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졸업 후 의무복무 기간을 마친 의사 중 69.6%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정책은 지역 에 근무할 의사 인력을 확보하여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치의과대학은 지역의사 양성의 성공적인 모델이지만, 입학정원(2017년 123명)은 한정되어 있어 지역의 의사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2006년 ‘신(新)의사확보종합대책’과 2007년 ‘긴급의사확보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8년 7793명에서 2023년 9384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특히, 지역의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존 의과대학에서 별도의 정원을 마련하여 지역에서 근무할 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도를 크게 확대하였다.
지역의사제도는 1997년 2개 대학에서 입학정원 11명으로 시작하여 2020년에는 대부분의 의과대학(1,679명 : 전체정원의 9,384명의 17.9%)으로 확대되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의 지역 정착 비율을 보면, 지역의사제도로 선발된 의대생이 졸업 후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비율이 2017∼2019년에 87.8%로 지역의사제도 역시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 간 의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89년 이후 지난 30년 이상 의과대학입학 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정원 감축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입학 정원을 10% 감축하여 의사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당시에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대신 10% 증원했다면, 그리고 일본의 사례처럼 지역 간 의사 인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여 증원된 정원을 이에 배정했었다면, 의사 부족 문제는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대 증원 정원을 의료 취약지역 의사 부족 해소에 적극 활용해야
우리나라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현재 당면한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의료 취약 지역, 그리고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과대학 입학 정원과 교육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증원하는 정원은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를 양성하고, 의료 취약 지역과 필수의료분야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일본의 사례처럼 공공의과대학 설립과 함께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5년 의사인력 1만명 확보와 함께 필수의료분야 의사인력과 지역의 의사인력 확보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의사부족문제 해결을 위해서,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가 되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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