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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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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

햇살은 눈부시고 나무 그늘은 서늘한 ‘걷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내 걷고 싶었던 푸른 그늘숲과 깊은 골짜기,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원시림의 숲, DMZ 펀치볼 둘레길로 떠났다. 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을 오르고 펀치볼 전망대를 지나 야생화 숲길을 무아지경으로 걷고 나면 마침내 숲밥이 기다린다. 가을 산나물과 버섯의 만찬, 숲밥을 먹고 힐링 트레킹을 마치면 짧은 가을도 아쉽지 않다. 펀치볼 둘레길은 찰나의 순간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이 계절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선택이다.

ⓒ 여행작가 민혜경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는 DMZ 펀치볼 둘레길.

우리나라 최북단의 국가 숲길 1호, DMZ 펀치볼 둘레길

양구 DMZ 펀치볼 둘레길은 최북단 남방 한계선 아래 분지 형태의 특수한 지역인 펀치볼 지역에 조성된 최초의 국가 숲길이다. 6.25 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던 도솔산, 가칠봉, 펀치볼 등에 조성된 펀치볼 둘레길은 지뢰 등 미확인 폭발물이 남아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자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자연환경보존지역이다. 펀치볼 둘레길은 탐방 시간 외에는 통행이 불가하고 곳곳에 철책과 초소, 지뢰지대 등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비무장지대다.

ⓒ 여행작가 민혜경2코스 오유밭길에서 만나는 부부소나무와 펀치볼 전망대.

탐방 3일 전까지 “숲나들e” 앱을 통해서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6주 스케줄이 공개되고 1일 2회(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30분, 월 화 휴무) 하루 200명(코스당 50명) 씩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숲길등산지도사의 안내 없이는 탐방이 불가능하다.

ⓒ 여행작가 민혜경한국전쟁 당시 치열했던 도솔산, 가칠봉 전투에 대해 설명하는 숲길등산지도사.

까다로운 절차가 번거롭게 느껴져도 막상 숲길을 걸어 보면 양구 숲의 역사와 애환과 비경을 누구보다 잘 꿰고 있는 숲길등산지도사의 가이드에 만족하게 된다. 20인마다 탐방안내원 추가 및 상비약을 소지하고 있고 탐방객 안전보험 가입 및 숲길 내 19개소 국가지점번호가 자리 잡고 있다.

ⓒ 여행작가 민혜경DMZ 펀치볼 둘레길 2코스 오유밭길을 걷는 탐방객들.
ⓒ 여행작가 민혜경숲길 내에 19개소 국가지점번호가 있다.

하루 200명에게만 허용되는 펀치볼 둘레길

펀치볼 둘레길은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이라서 더 매력적이다. 출입이 제한된 숲은 원시림의 자연과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깊은 숲의 정령을 만날 것처럼 신비롭고 호젓하다.

ⓒ 여행작가 민혜경극상림의 힐링을 만나는 펀치볼 둘레길.

펀치볼은 한국 전쟁 시 해발 1100m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서 화채 그릇을 떠올린 외국인 종군기자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다. 지형적 특징 때문에 치열한 격전지로 아픔을 겪었던 펀치볼은 이제 우리에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광과 감동을 선물한다.

ⓒ 여행작가 민혜경가슴이 탁 트이는 감동을 전해주는 펀치볼.

전쟁과 평화라는 테마로 산림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73.2km의 펀치볼 둘레길은 네 개의 코스로 선택해서 걷는다. 1코스는 한국전쟁 당시 남방한계선(현재는 농로)과 비무장지대를 걷는 평화의 길, 2코스는 대암산과 도솔산의 청량한 계곡과 숲길을 걷는 오유밭길, 그리고 네 코스 중 가장 긴 10km의 길로 대암산 자락의 능선과 계곡을 걷는 3코스 만대벌판길과 금강산 비로봉 능선과 설악산 능선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4코스 먼멧재길이 있다.

ⓒ 여행작가 민혜경펀치볼 트레킹 중 가장 무난한 코스인 오유밭길을 걷는 탐방객들.
ⓒ 여행작가 민혜경시원하게 이어지는 계곡 길에도 지뢰 표시가 선명하다.

지도사와 함께 걷는 DMZ 비밀의 숲

DMZ 펀치볼 둘레길의 출발점은 신청 코스에 따라 다르다. 만남의 장소 입구에서 군사시설 보호법에 대한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탐방객 출입증을 받는다. 2코스 오유밭길을 걷기 전, 느티나무 쉼터에서 가볍게 맨손체조를 한다.

ⓒ 여행작가 민혜경DMZ 펀치볼 둘레길 안내센터.
ⓒ 여행작가 민혜경펀치볼 둘레길을 걷기 전 맨손체조 시간.

숲길 등산지도사가 둘레길 입구의 자물쇠를 풀어 문을 열면 트레킹이 시작된다. 오유밭길은 험하지 않은 등산코스가 간간이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원래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코스인 오유밭길은 숲길등산지도사의 재량에 따라 4시간 이내의 단축코스로 걸을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 여행작가 민혜경숲길과 등산코스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오유밭길 트레킹.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감탄이 터져 나온다. “와, 여긴 공기부터 다르네요.” 방문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펀치볼 둘레길의 극상림(숲의 마지막 단계로 그 지역의 기후조건에 맞게 성숙하고 안정화 상태에 이른 숲)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힐링이다.

ⓒ 여행작가 민혜경숲길에 피어난 쑥부쟁이.
ⓒ 여행작가 민혜경숲밥과 어울리는 바위 테이블.
ⓒ 여행작가 민혜경숲길에서 찾은 다래.
ⓒ 여행작가 민혜경깊은 숲속에 자라는 버섯들.

입구에서 20여 분 야트막한 산길을 오르면 부부 소나무를 배경으로 펀치볼 전망대가 드러난다. 펀치볼 둘레길 중에 가장 인기 있는 2코스 오유밭길의 뷰 맛집이다. 숲과 산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각각의 이름표를 보며 나무 구경을 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 여행작가 민혜경숲길에서 찾은 열매를 찍는 탐방객.

4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30여 종의 고산지대 야생화는 이름표만 있거나 꽃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와 고목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유익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걷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깊은 숲길을 꽤 걷다 보니 숲길등산지도사의 등산복과 등산화, 스틱이 눈에 들어온다. “둘레길이라고 하니 일상복에 운동화를 신은 탐방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끼 많은 돌 위를 걷기엔 등산화나 바닥이 튼튼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안전합니다.”

ⓒ 여행작가 민혜경험한 산길은 아니지만 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면 걷기가 더 편하다.

펀치볼 둘레길의 꽃, 이름처럼 예쁘고 건강한 숲밥

둘레길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숲밥이다. 숲밥 식사 장소에는 주민들이 모여 만든 13가지 이상의 유기농 채소 산나물 밥상이 차려진다. 숲밥이 소문나면서 트레킹보다 숲밥에 더 관심이 많은 참가자가 온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 여행작가 민혜경오늘의 숲밥은 양구의 산나물 반찬과 시래기국.

트레킹과 숲밥 덕분에 펀치볼 둘레길 인기가 더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트레킹 당일 20명 이상의 참가자 예약이 있을 때 개인 예약도 가능하므로 숲밥 신청이 가능한지 유선(033-481-8565)으로 문의하고 신청할 것. 주말에 단체예약이 많다.

ⓒ 여행작가 민혜경펀치볼 둘레길을 걷고 나서 먹는 숲밥은 꿀맛이다.

숲밥이 맛있는 건 숲의 달고 시원한 공기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나무 데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며 먹는 숲밥은 꿀맛이다. 숲밥을 차려낸 손맛 좋은 양구 주민들이 만든 토마토 장아찌, 무말랭이장아찌, 막장 등 맛깔스러운 반찬도 구입할 수 있다. 우천 시에도 트레킹과 숲밥은 계속된다. 실내에서 먹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꾸며진 숲밥 체험장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 여행작가 민혜경10여 개의 널찍한 평상이 놓인 숲속 식당.
ⓒ 여행작가 민혜경비와도 숲밥을 먹을 수 있는 숲밥체험장.

국립 DMZ 자생식물원 그리고 박수근미술관

국립 DMZ 자생식물원은 펀치볼 둘레길만큼이나 특별한 식물원이다. DMZ 지역에 분포하는 희귀한 특산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식물원과 북방계 식물을 수집 보전하기 위한 북방계식물전시원 등 9개의 전시원에서 우리 역사 속 과거의 정원과 미래의 숲을 만날 수 있다. 금강초롱꽃, 복주머니란, 오랑캐장구채, 흰양귀비 등 비무장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61%인 110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DMZ 자생식물원은 예약 없이 무료 이용 가능하다. 월요일 휴관.

ⓒ 여행작가 민혜경DMZ의 희귀식물을 만날 수 있는 DMZ 자생식물원.
ⓒ 여행작가 민혜경강원도 산기슭에서 피어나는 가는다리장구채.

박수근 화가의 생가터에 세워진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은 예술적인 건축물과 정원도 작품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 화가 중 한 명인 박수근 화가의 치열한 삶과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미술관 내부에는 유족이 기증한 미공개 스케치 50여 점과 수채화 1점, 판화 17점과 박수근이 직접 글 쓰고 그린 동화책, 엽서 모음과 스크랩북 등 외에 생전에 썼던 안경과 연적, 편지와 도서 등이 전시 중이다.

ⓒ 여행작가 민혜경건축물도 예술 작품으로 보이는 박수근미술관.

여행정보

[DMZ 펀치볼둘레길 안내센터]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해안면 해안서화로 23
- 문의 : 033-481-8565
- 이용시간 : 09:00~18:00 / 월요일, 화요일 휴관
- 홈페이지 : DMZ 펀치볼둘레길 안내센터(https://www.dmztrail.or.kr)

[국립 DMZ 자생식물원]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펀치볼로 916-70
- 문의 : 033-463-4082
- 이용시간 : 09:00~17:00 / 월요일 휴관
- 요금 : 무료
- 홈페이지 : 국립 DMZ 자생식물원(https://kna.forest.go.kr)

[박수근미술관]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 문의 : 033-480-7228
- 이용시간 : 10:00~18:00 (입장마감 17:00) /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휴관
- 요금 : 성인 6000원 / 학생(만7세 이상 만18세 이하) 3000원
- 홈페이지 : 박수근미술관 (http://www.parksookeun.or.kr/)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SNS
글·사진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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