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기적’ 쓴 팀코리아의 숨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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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2024 제33회 파리하계올림픽대회(이하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이 펼쳐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김우진과 미국의 백전노장 브래드 엘리슨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숨을 죽인 순간, 승부를 결정짓는 김우진의 마지막 한 발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기 전 TV 중계 화면 아래에 적힌 숫자는 김우진의 승리를 예고했다. 94BPM. 김우진의 심박수였다. 일반 성인이 휴식을 취할 때의 심박수가 80~100BPM이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은 강한 멘털이 결국 김우진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다.
양궁 경기를 할 때 중계 화면에 자주 잡히는 선수들의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양궁 대표팀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2020 도쿄올림픽 때 처음 등장했다. 영상카메라로 미세한 얼굴의 혈류 변화를 분석해 심박수를 재는 기술로 2021년부터 대표팀 훈련에 적용했다. 각 선수는 자신의 실시간 심박수 변화를 보면서 긴장을 가라앉히는 훈련을 통해 멘털을 무장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세계 최강’ 양궁 뒤에는 이처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이 숨어 있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내 양궁장에는 대표팀의 훈련 상대로 로봇이 등장했다. 감정의 기복 없이 바람 방향과 세기를 정확하게 측정해 과녁을 조준하는 초정밀 슈팅 로봇은 평균 9.65점 이상의 높은 명중률로 김우진, 임시현도 쩔쩔매게 만들었다.
또 진천선수촌에선 경기가 열리는 파리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을 본뜬 세트를 만들어 자체 스페셜 매치를 두 차례 진행했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사대(射臺), 미디어와 만나는 인터뷰 공간까지 가는 동선도 실제와 동일하게 만들었고 장내 아나운서 코멘트와 관중의 환호성, 소음 역시 프랑스어와 영어로 틀어 현장감을 높였다.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도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도왔다. 여러 개의 카메라가 다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뒤 슈팅 전후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제공해 자세를 정밀하게 분석하게 했다.
폭염에 대비해 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장비도 새롭게 개발했다. 활 성능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줄을 당길 때 생기는 복원력인 장력인데 이를 측정하는 기존 장비는 성능이 다소 아쉬웠다. 이번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한 활 검증 장비는 3차원(3D) 프린터로 부품을 제작해 무게를 줄여 휴대성을 높였다. 이밖에도 경기용 모자는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원단으로 만들어 선수들의 더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양궁 외에도 ‘파리의 기적’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훌륭한 성적을 낸 것은 최첨단 장비 등을 통한 스포츠과학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국가대표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스포츠과학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과학원은 이번 올림픽에 맞춰 체력·컨디션, 기술·데이터 분석, 심리 등 다각적 시스템을 운영해 종목별 맞춤형 시스템을 제공했다. 경쟁국(선수) 정보수집, 과학화훈련 프로그램, 환경 분석 및 대응체계 구축 등으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 속에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펜싱 종주국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을 획득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펜싱 대표팀은 인공지능(AI)을 훈련에 활용했다. AI로 상대의 경기 영상을 분석한 뒤 가상 맞춤 대결을 진행하는 식이다. 도경동 등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 이 AI 훈련이 비밀병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또 한국스포츠과학원은 공격과 방어 시 가속과 감속 움직임이 필요한 펜싱의 종목 특성을 고려해 28m 왕복 달리기 프로그램 등 순발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수들의 훈련에 반영했다.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사격 대표팀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빌렸다. 한국스포츠과학원 측은 샤토루 현지를 사전 답사해 VR 기기에 경기장 곳곳을 담아와 선수들이 국내에서부터 경기장을 간접 체험하도록 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VR 세트장에서 파리올림픽 사격장을 미리 경험했고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 선수들의 심리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혈류량도 측정해 분석했다. 선수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뇌 혈류량이 변하는 데 주목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종목에서 최첨단 과학이 선수들의 도전을 도왔다. 수영대표팀 선수들은 올림픽 준비 기간 채혈을 통해 젖산 수치를 측정해 훈련량을 조절했고 육상 종목의 기록 향상을 위해 레이저가 탑재된 특수장비를 도입해 발의 각도와 보폭의 크기, 달리는 속도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역도 선수들은 각자의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바벨 궤적과 좌우 균형을 찾으며 최고의 기록을 위해 도전했다.
임언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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