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에 거대한 ‘물그릇’ 수영장 160개 크기 여름철 집중호우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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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장마 대응 체계 가동
2010년 9월 2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시간당 9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하루 동안 최대 302㎜가 내린 비로 신월동 일대 주택, 상가 등 6000세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2023년 8월 9일 수도권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서울에 시간당 최대 38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통제됐다. 그러나 상습 침수 지역인 신월동 일대는 침수피해가 없었다. 2020년 5월 완공된 양천구의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빗물을 저류시켜 흘려보낸 덕분이었다.
6월 19일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 시즌에 돌입했다. 기상청은 올해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마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환경오염과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가 잦은 특징이 있다.
기상청 ‘장마백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강수 빈도는 이전에 비해 전국적으로 감소했지만 호우 및 집중호우 발생빈도는 지역에 따라 증가했다.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빈도(1㎜ 이상의 총 강수에 대한 강수 비율)는 최근 20년이 197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한 번 비가 올 때 많은 양이 쏟아졌다는 말이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일 대심도 빗물터널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운영하는 양천구도 종합점검을 실시하고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국내 유일 대심도 빗물터널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하 수십 미터 아래 건설된 빗물을 빼낼 수 있는 큰 터널을 말한다. 갑자기 강수량이 늘어났을 때 빗물을 보관했다가 비가 그치면 인근 하천으로 배출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신월동 일대 상습 침수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준공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 길이 4.7㎞ 규모로 설치된 국내 최초의 대심도 터널형 지하 저류시설이다. 2011년 여름 큰 침수피해가 발생하면서 대심도 빗물터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당시 7개 지역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계획했지만 비용과 기간 문제 등으로 신월동 지역에 우선 건설됐다. 2013년부터 7년간 공사가 진행됐으며 2020년 초부터 운영 중이다.
빗물터널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직구를 통해 인근 하수구의 빗물을 빨아들여 터널 안에 저장했다가 빗물을 내보내는 구조다. 폭우가 내리면 상습침수구역 인근에 설치된 3개의 유입 수직구로 빗물이 들어오고 비가 그치면 유출 수직구를 통해 빗물을 끌어올려 안양천으로 배출한다. 터널은 상류 쪽을 더 높게 만들어 빗물이 자연스레 하류인 펌프장으로 흐르게 한다. 집중호우 시 신월동과 화곡동 등 인근 지역(총 12.5㎢)의 빗물을 저류한 뒤 호우 종료 후 펌프장을 통해 안양천으로 배출한다.
규모가 큰 만큼 효과도 크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대형버스 두 대가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규모로 수영장 160개 분량(총 저수용량 32만㎥)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가장 큰 배수시설로 시간당 95~100㎜의 폭우가 쏟아져도 버틸 수 있는 규모다.
한국수자원학회가 2023년 발표한 ‘도시침수 예방을 위한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서울시 집중호우 기간에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다. 서울 곳곳이 물바다가 됐는데도 당시 이 지역에서는 침수피해가 없었다. 보고서는 만약 대심도 빗물터널이 없었다면 양천구에 사는 약 600세대에 침수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터널 내부 CCTV 설치
양천구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장마 시즌 대비·대응체계를 가동했다. 먼저 지난 1월부터 3개월여 간 대심도 터널 내부에 쌓인 준설토 222㎥를 제거하고 수문 등 주요설비를 집중 정비했다. 4월에는 점검반이 빗물저류배수시설 끝부분인 지하 3.6㎞까지 직접 차량을 타고 진입, 시설 작동 상태 및 현장 대비태세를 살피는 등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또 터널 내부에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적외선 폐쇄회로TV(CCTV) 4대를 설치했다. 빗물이 터널 내부로 들어왔을 때 위험해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대신 CCTV를 설치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올해부터 설치·운영되고 있다. 침수흔적도를 바탕으로 침수취약지역 반지하주택에 대해 권역별 전수조사를 실시해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다. 양천구청과 양천경찰서, 양천소방서 간 ‘핫라인’을 구축해 협업체계도 강화했다.
도로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간선도로 빗물받이 위치 알리미 설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집중호우 시 고질적 범람지역인 안양천의 침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양천 방재성능 개선 용역 및 침수예측 시스템 개발사업’도 추진한다.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민간 전문장비업체와 ‘재해복구 지원 협약’도 체결하고 수방용 모래주머니 6100여 개가 담긴 보관함을 지역 곳곳에 전진 배치했다. 공무원, 통·반장, 인근 주민으로 구성된 ‘동행 파트너’와 ‘침수취약가구 돌봄공무원’ 제도를 가동해 침수재해 약자를 전담 관리하기 위한 체계도 갖췄다.
정부는 올해 하수관로정비 등 도시침수 대응인프라에 전년 대비 2.1배 늘어난 327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사례를 바탕으로 최근 침수피해가 발생한 서울 강남(강남역~한강)과 광화문(효자동~청계천) 일대에 대심도 빗물터널, 도림천(신대방~노량진)에 지하방수로 등 대규모 침수 대응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194곳을 지정해 하수관 확대, 펌프장·하수저류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5월 10일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방문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모든 과학과 기술이 집약돼 있는 것을 느꼈다”며 “강남·광화문 빗물터널도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임언영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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